기자명 김순동 기자
  • 입력 2019.07.23 14:35
젖산발효의 메카니즘(자료제공=제작)

[뉴스웍스=김순동 기자] 김치는 채소의 젖산발효(Lactic acid Fermentation) 식품이다. 각종 질병을 막고 면역기능을 활성화하는 살아있는 젖산균(Probiotics)이 있고 발효를 통해 항균력을 지닌 젖산이 만들어 진다. 또 이상발효젖산균에 의해 생성된 탄산가스와 수소가 조직 속에 배어 들어가 상큼한 탄산미를 띠고, 항산화작용을 가진 수소수가 모세관 조직에 스며있고, 채소류 효소와 젖산균이 생성하는 다양한 효소작용으로 소화되기 쉽고 조직이 유연해진 채소 모둠식품이다. Probiotics의 Pro는 촉진(Promotion)을 뜻하며 Biotics는 생명(Life)을 뜻한다.  

고혈압이 심한 지인이 소금을 넣지 않은 김치를 만들 수 없느냐고 물을 때가 있다. 김치가 되는 원리를 알면 아주 쉽게 만들 수 있는 일이다. 발효는 자연 발효와 통제 발효가 있고 액상발효와 고상발효가 있다. 현재 우리가 먹는 김치나 된장, 젓갈은 고상의 자연 발효로 만들어진다. 자연 발효에서는 소금을 쓰지 않으면 쉽게 썩고 만다.

그래서 재료를 먼저 소금에 절인다. 소금은 발효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세포 속에 함유된 영양물질이 빠져나오게 조직을 손상하는 일과 발효 도중에 부패를 막는 작용을 한다. 신기하게도 각종 채소를 소금에 절이고 고추, 마늘, 생강, 젓갈을 혼합한 갖은양념을 버무려두면 채소에 부착되어 있던 여러 가지 미생물중에서 특히 젖산균이 번식하여 김치가 된다.

소금은 삼투작용으로 세포조직을 손상한다. 소금보다 농도가 낮은 세포액은 소금의 농도와 평형을 이루고자 세포벽 계면에 삼투압이 생겨 결국은 세포벽이 찢어진다. 당분, 아미노산, 미네랄, 비타민류가 풍부하게 녹아있는 세포액이 밖으로 쏟아져 나와 젖산균의 영양이 됨으로써 발효가 진행된다.

소금이 없는 김치를 만들려면 채소조직을 손상하고 발효 도중 변질을 막을 수 있는 인위적 처리가 필요하다. 가령, 채소를 믹서기로 갈고 열처리한 후 요구르트 같은 살아있는 젖산균을 스타터(Starter)로 넣어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면 발효가 일어나 비록 형태는 다르지만, 음료, 소스 등 다양한 소재로도 쓰일 수 있는 소금 없는 액상의 김치를 만들 수 있다. 즉 액상 김치의 통제 발효다.

조직감을 느낄 수 있는 소금 없는 김치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소금을 대신해 배추조직에 칼집을 내어 조직을 손상한 후 젖산균 스타타를 충분하게 넣어 항균력이 있는 젖산을 빠르게 생성시키는 방법이다. 자연 발효와 통제 발효를 반반 혼합한 셈이다.   

통제 발효는 효소원이 다른 다양한 미생물을 사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미 서구에서는 담배 세포를 탱크에서 배양한다. 이때 첨가하는 식물성장 호르몬의 농도를 조절하면 니코틴이 없거나 적은 담배세포를 생산할 수 있고 이것을 건조하여 담배를 만든다. 우리나라에서도 액상 또는 고상의 통제발효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마늘 생장점을 액체 배양하여 바이러스 프리 모종을 생산하며, 산삼 세포를 액체 배양한 음료가 출시되고 있다. 또, 농가에서도 배양한 버섯 균사체를 버섯 종균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화장품 원료로 사용되는 연꽃 세포도 통제발효를 통해 생산한다. 뿐만 아니라 신약개발이나 발효차, 발효사료, 발효퇴비, 다양한 유용미생물을 혼합한 EM(Efficiency Microorganisms)같은 바이오산업이 활성화 되고 있다. 

얼마 전 ‘이현구 발효연구소’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이용하여 통제 발효시킨 고들빼기 추출물로 ‘속풀이’라는 음료를 개발했다. 고들빼기는 우리나라에서 약 800t정도가 생산되며 순천에서 약 400t이 생산되는데 주로 고들빼기 김치 제조에 사용되었다. 그러나 숙취 및 간 기능증진 음료 ‘속풀이’ 제조용으로 매년 30t을 사용함으로써 재배 농가에 큰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알코올은 적당량 마시면 혈액순환과 정신건강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만성적으로 과량 섭취하면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 간 경화로 진행되어 간암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이것은 알코올 대사과정 중에 알코올탈수소효소와 알데하이드 탈수소 효소에 의해 생성되는 NADH에 의해 NADH/NAD+비가 증가하고, 고젖산혈증으로 체액이 산성화되며, 지방산의 생성량이 증가하여 지방간이 된다. 또 사이토크롬 효소와 미토콘드리아 전자전달계에서 생성되는 활성산소종과 아세트알데하이드에 의해 간 조직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발효 ‘속풀이’는 특히 에탄올이 아세트알데하이드로 전환하는데 보조적으로 관여하는 카탈라아제의 활성을 증가시키고,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젖산으로 전환하는 알데하이드 탈수소 효소의 활성을 높이며, 간 조직손상에 관여하는 활성산소 생성계 효소류의 활성을 저해하는 한편 활성산소 소거계 효소류의 활성은 증가시켜 기존의 숙취 음료에는 전혀 없거나 미흡한 간 기능 증진 효과를 함께 부여한 숙취 음료다.

‘이현구 발효연구소’는 다기능성 ‘속풀이’ 개발을 위해 발효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프로바이오틱스 외에도 바실러스 속 또는 아스퍼길루스 속의 미생물을 포함하여 기능성 버섯균사체를 이용한 발효도 병행 연구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