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9.07.23 15:39
지난 4월 30일 새벽 자유한국당의 거센 반발속에 여야 4당의 강공으로 '선거제·공수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이 국회 정개특위·사개특위에서 법안 지정되자 한국당 의원들이 '오늘 민주주의는 죽었다'는 플래카드를 이불삼아 덮고 누워서 시위를 했다. (사진=원성훈 기자)
지난 4월 30일 새벽 자유한국당의 거센 반발속에 여야 4당의 강공으로 '선거제·공수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이 국회 정개특위·사개특위에서 법안 지정되자 한국당 의원들이 '오늘 민주주의는 죽었다'는 플래카드를 이불삼아 덮고 누워서 시위를 했다. (사진=원성훈 기자)

며칠 전 국회선진화법 위반과 관련하여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일부 의원들이 경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국회선진화법은 다수당의 일방적 법안 및 안건 처리, 의정 활동에 대한 물리적 방해 행위 등을 막기 위해 2012년 새누리당의 의원들이 주도하여 만들어진 법률이다. 과거 날치기 법안 통과에 악용되던 국회의장 본회의 직권상정 요건을 대폭 제한하고, 일명 패스트트랙이라고 하는 안건 신속처리 제도와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인 필리버스터 등의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특히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에서의 회의 방해를 목적으로 폭력 행위를 자행할 경우 최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모두 주지하고 있다시피 얼마 전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과 관련된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 다수가 국회 회의장 내외에서 물리력을 동원하여 회의를 방해한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국회선진화법 위반 사안이었고, 그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주도하에 고소가 이루어졌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는 경찰의 공식 입장에 따라 조사가 시행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국회의원들에 대한 조사가 가해자보다는 참고인이나 피해자 조사의 성향이 강했다면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은 직접적인 법 위반 당사자로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런 사정으로 자유한국당은 '야권 탄압'이라는 명분을 들이대며 경찰 소환에 불응하고 심지어 고소 취하와 함께 정치적 논리로 이번 사태를 수습하자고 우기고 있다.

분명히 정치의 영역에서는 정치적 논리로 푸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논리로 문제를 푸는 것은 ‘사법적 위반’이 없을 때 가능한 방법임을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가장 많이 TV에 나오는 사건 중 하나인 뇌물수수나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거나 국회의원 신분을 박탈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회선진화법 위반은 명백한 현행 형사법 위반 사안이다. 즉, 정치적 논리로 대처할 사안이 아닌 것이다.

만약 자유한국당의 억지가 옳다고 한다면 다른 형사사건 범법자가 자신에 대한 처벌 대신 정치적 논리로 풀자고 제안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얼토당토않은 일이다.

더욱이 국회선진화법은 더 이상 국회에서 추한 짓 하지말자는 취지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만든 법안이다. 자신들이 만든 법을 자신들이 안 지키겠다면 자신들이 스스로 법 위에 군림하는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이고, 법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법을 무시하는 무뢰배와 다를 바 없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소환에 불응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형사법인 국회선진화법의 재판과정이 길지 않을 것을 감안해 최대한 시간끌기로 버티면서 내년 총선에 출마할 수 없는 상황을 피하겠다는 속셈이다.

자유한국당은 보수를 자처하는 정당이다. 보수의 제1원칙은 법을 준수하는 것이다. 거꾸로 법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정당은 보수가 아닌 것이다. 자기들의 일신상 이익을 위해 정체성마저 버릴 것인가 묻고 싶다.

하루 빨리 소환 통보를 받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경찰 조사에 응하고, 법을 준수하는 지극히 마땅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죄가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기꺼이 받아야 한다. 정의로운 법질서를 준수하는 보수정당의 국회의원으로서 응당한 자세일 것이다.

단국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 이재무
단국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 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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