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기의 산티아고 몽유도④] 바스크 '바다 수영장'에서 아이들 '다이빙' 놀이
[박인기의 산티아고 몽유도④] 바스크 '바다 수영장'에서 아이들 '다이빙' 놀이
  • 최승욱 기자
  • 승인 2019.07.26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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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인기)

16일 오전 내내 느긋하게 휴식을 즐기면서도 문자는 가는데 사진전송 실패가 마음에 걸린다. 와이파이 상태를 걱정하며 시도했던 서울 뉴스웍스 최 국장님과 마침내 카톡이 연결되어 그간의 자료를 올리고 오후 3시경 천천히 텐트를 걷고 길을 나섰다. Deba까지는 약 22㎞, 어려울 것이다.

(사진=박인기)

중간에 머물 작정을 하고 우선 ZARAUTZ 타운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로 이동하기로 했다. 까미노 델 노르테, 까미노 프리미티보 여정 중 참고할 수 있는 캠핑장 자료를 얻기 위해서다.

ZARAUTZ 마을은 푸른 비치를 끼고 녹색 산등성을 배경으로 조성된, 붉은 기와가 곱게 대비를 이루는 금빛 해안휴양지다. 마을 건물과 바다 비치가 바로 붙어있다.

(사진=박인기)

푸른 하늘에 푸른 바다, 그리고 녹색 산과 능선에 포도밭을 일구며 붉은 벽돌을 이고 사는 바스크(Basque) 사람들, 생각만해도 그 모습이 아름답다. 분명 그들의 심성은 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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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인기)

그렇지만 역시 휴양지답게 먹고 마시는 쓰레기 양은 엄청난 것 같다. 도로 옆 길게 늘어 선 일렬횡대 수거통이 대기해있는 차량 수보다 훨씬 많다. 원활한 쓰레기 처리시스템이 조금 걱정된다. 아무리 완벽하다해도 결국 인간이 하는 일 일텐데.

평소 외국을 여행하며 선진국과 후진국을 평가하는 기준을 상하수도 시설관리 능력으로 손꼽곤했다. 수돗물을 그냥 마실 수 있는가 하숫물은 깊은 곳에 관리되고 있는가? 지론대로 평가하면 이곳은 분명 선진국에 속할텐데 프랑스쪽 경우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인듯 보인다. 우선 수거통 모양이 제각각이고 분리수거가 잘 안되는 듯 행인들에게 불쾌한 냄새까지 풍기고 있으니 말이다.

(사진=박인기)
(사진=박인기)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바스크 지역에 관한 자료를 건네받고 해안길을 따라 걸으며 GETARIA 마을로 향했다. 사실 이곳은 내륙쪽으로 인도하는 차도와는 달리 해안 절경을 따라 걷지만 조금 더 길어지는 순례 여정은 각오해야 하는 마을길이다.

(사진=박인기)

좁게 이어지는 해안길을 따라 아이들 발걸음이 바쁘다. 아하~ 아이들 전용 수영장! 특이하게 바다 한 쪽을 가두고 도로옆 위험스런 절벽을 육지쪽 벽면으로 이용해 만들어진 바스크 지방 자라우츠 아이들의 천국, 바다 수영장에서 100여명의 아이들이 다이빙 기술을 뽐내며 과감하게 바다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사진=박인기)

역시 천진한 아이들, 도로옆 가드레일, 그 밑 보강 턱 가릴 것 없이 있는 그대로 다이빙 발판대 삼아 몸을 던져 물 속에 뛰어드는 아이들은 저렇게 어려서부터 바다의 떨림을 몸을 통해 느끼며 성장하고 있다. 건강하다. 싱싱하다. 아름답다. 그래, 천사가 따로 없다.

(사진=박인기)

살아있는 모든 것은 떨고 있다. 물결치는 강물, 부딪히는 파도, 흔들리는 가로수 그리고 물 속으로 몸을 던지는 아이들...모두가 떨고 설레며 울린다. 그러나 떨고 설레는 것들 중에서 어떤 것은 성큼 울림으로 확장되고 어떤 것은 그냥 설렘으로 즐겁기만 하는 것 같다.

(사진=박인기)

어떤가? 나는 내 안에서 떨고 있는가 혹은 더불어 설레고 있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넓은 활동, 깊은 사유, 울림 하나를 내 안에 발효시키고는 있는가?

울림은 빔에서 온다. 자기 안에 빈 공간을 만드는 것, 그것이 지혜요, 달관이며 득도에 이루는 길임을 익히 배워 알 건만...

강인조 알렉산데르 신부님과 기념촬영. (사진=박인기)

“한국인 아니세요? “ “아, 네~ 반갑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반갑게 한국말 하는 소박한 외국인을 우연한 길에서 만났다. 무심히 걷고 있는 나를 저 멀리서부터 살펴보며 다가 왔던 듯 한국말을 유창하게 건네는 그는 강릉에서 50년째 살고 있는 신부님이시란다. 휴가차 왔고, 10월 경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장애인 시설 ‘애지람’에 살고 있을 거라고 한다. 네~ 애지람?

(사진=박인기)

애지람(愛之藍)은 천주교춘천교구 사회복지법인이며, 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회) 수도자들과 함께 지적장애인분들과 생활하며 예수그리스도 사랑을 담고(藍) 있는 곳이라고 한다. 애지람, 강인조 알렉산데르 신부님, 한국에서 한번 찾아 뵙겠습니다. 눈매가 선하신 그분은 또 다른 울림을 Zarautz 순례길에서 내게 선사하셨다.

(사진=박인기)

일단 오늘의 목적지는 환상적인 해안선 GETARIA를 지나 한참을 더 가야 만날 수 있는 ‘Camping & bungalows Zumaia’ 캠프장이다. 늦은 오후 마치 강릉 동해 바우길을 연상시키는 해안길이 지금은 발아래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내륙으로 나있는 큰 도로길을 버리고 일부러 멋진 해안길을 선택했으니 이까짓 뜨거움은 당연 덤이다.

울림은 득도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득도는 울림을 위한 악기, 악기는 울려야 한다. 사람 속에서 그들과 어울려 진실하게 낮은 자세로 몸으로 소리를 내야 한다.

(사진=박인기)

진정한 울림은 동진(同塵)에 있다. 화광(和光)을 통한 동진에서 울림은 또다시 떨림이 된다. 떨림 설렘 울림은 그래서 한 몸이다.

만물동근(萬物同根), 만물제동(萬物齊同)~. 세계는 원래 하나다. 자기를 모두 비워 사물화되는 순간 그는 굿판의 신명나는 장구가 된다.

축대에 써 놓은 글귀가 홀로 떨리고 있다. ‘It‘s not what.. It’s how...’

그래, 울림은 떨림이다. 어떻게 떨리고 어떻게 울릴 것이냐? 어떻게 동진할 것이냐? 그것이 몽유하는 순례길의 물음이다.

◇오늘의 산티아고 순례길=ZAZAUTZ, Gran Camping Zarautz~ZUMAIA, Camping & bungalows Zumaia 19㎞ 27,242 걸음 6시간

*편집자 주=박인기는 강원대학교 멀티디자인학과에서 디자인을 가르치다가 정년 퇴임한 교수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우그룹 제작부, 애드케이 종합광고대행사 등에서 직장생활을 한뒤 대학 강단에 섰다. 강원대 철학과에서 동양철학 박사학위과정도 수료했다. 대학 시절부터 산악부 활동에 심취했던 그는 올해 70살이 되자 비로소 세상으로부터 한결 자유로워졌다고 한다. 그동안 꾸준히 산악부 OB들과 종종 산을 찾아 마음을 비우곤 하던 그는 지난 겨울엔 여름 호주 ‘The Prom’에서 4박 5일 백패킹을 했다. 이번엔 60일 동안 숙박을 겸한 산티아고 백패킹에 도전한다. 내년 겨울엔 호주에서 6박 7일간 ‘Overland Track’에서 백패킹하기로 이미 예약까지 마쳤다. 즐겁게 80살까지 세상 트레킹하는 것이 '걷는 삶', '꿈꾸는 삶'의 소망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 "꿈꿀 수 있고 살 수 있으면 그게 모두 산이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그는 7월 6일 13시20분 대한항공 여객기로 인천공항에서 프랑스 파리로 출발했다. 뉴스웍스 독자들도 그와 여정을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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