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7.26 12:54

구글어스 지도에 '함박도' NLL 남쪽에 표시…국방부와 해수부·국토부 입장 달라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97 번지의 주소로 돼 있는 '함박도'의 모습. (사진출처= 구글어스 캡처)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97 번지의 주소로 돼 있는 '함박도'의 모습. (사진출처= 구글어스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97 번지로 우리 등기부등본에 나와 있는 '함박도'에 현재 북한군이 주둔하고 있다"면서 "멀쩡한 대한민국 땅에 북한군이 주둔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개탄했다. 이어 "피로 지킨 나라땅을 눈뜨고 내줬다"며 "이제 이 나라가 정녕 망하려는 건가, 국방장관은 당장 사퇴하고 문 대통령은 국민에게 엎드려 사죄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서해의 작은 섬인 '함박도'는 과연 대한민국의 영토일까, 북한의 영토일까. 앞서 지난 11일 국방부가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실에 제출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북한군 주둔 도서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와 달리 국방부는 이 섬을 NLL 이북의 섬, 즉 북한 영토로 규정하고 있다.

함박도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지만 한 때 개발이 검토되기도 했던 대한민국의 영토다. 바로 그 함박도에 현재 북한군이 주둔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서해 NLL 일대 도서 중 암석지대로 된 하린도, 웅도, 석도 등을 제외한 20개 섬에 '북한군이 주둔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20개 섬에는 아리도, 대수압도 등은 물론 함박도도 포함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어느 정도 규모의 북한군이 언제부터 함박도에 주둔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북(對北) 정보사항이라 공개가 불가능하다"며 "주소 등록상의 문제는 행정안전부나 국토교통부에 확인할 일이지 국방부 소관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구글어스 위성지도에서는 2009년 7월까지는 함박도에는 그 어떠한 인공시설물도 없었음이 확인됐다. 그러나 지난해 7월 기준의 구글어스 지도에서는 회색 시멘트 건물이 보이고 태양광 시설로 추정되는 구조물이 관측된다. 종합해보면, 2009년 7월 이후 어느 시점에 북한군이 이 섬에 들어왔다는 얘기다.

함박도는 현재 우리 해병대와 국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말도'와는 불과 6㎞거리에 있고, 썰물때에는 말도와 함박도가 갯벌로 이어져, 말도는 '함박도의 본섬'이라고 불리고 있다. 함박도가 말도의 부속섬이라는 뜻이다.

'함박도'와 그 주변 지도. 노란색으로 표시된 서해 NLL 남쪽에 '함박도'가 위치돼 있음이 뚜렷이 보인다. (사진출처= 구글어스 캡처)
'함박도'와 그 주변 지도. 노란색으로 표시된 서해 NLL 남쪽에 '함박도'가 위치돼 있음이 뚜렷이 보인다. (사진출처= 구글어스 캡처)

이에 더해, 해양수산부 무인도서 정보조회 시스템에서 조회해보면 함박도의 소유현황은 '국유지(산림청)'로 돼 있고, 국토교통부의 토지이용규제서비스 조회를 통해서는 현재 함박도의 개별공시지가까지 확인할 수 있는데, 2019년 1월 기준 ㎡당 1070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토지이용정보 조회는 한국 땅만 가능하다"고 확인했다. 해수부와 국토부는 함박도를 한국 정부의 행정권이 미치는 '대한민국 땅'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국방부 대변인실은 "우도와 말도 사이 무인도서로 추정되는 함박도는 NLL 이북으로 북한 땅이 맞는다"고 공식적으로 답변했다. 해병대 사령부 관계자도 "함박도는 북한 땅이다. 주소상 소재는 대한민국 인천광역시로 되어 있을지라도 NLL 이북이기 때문에 북한 관할 지역이다. 주소등록상에 착오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 기자가 26일 구글어스 지도를 직접 확인한 바에 따르면 그동안 서해 NLL 북쪽 지역으로 알려졌었던 '함박도'가 적어도 구글어스 지도에서만큼은 분명히 NLL 남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는 "해양수산부나 국토교통부가 함박도는 서해 NLL 북쪽 지역으로 북한 영토임에도 불구하고 함박도를 우리 관할 하의 도서로 '착각'해서 관리해왔다"는 논리에 정면으로 반하는 반례다.

'구글' 측이 지도를 그릴때, 아무런 근거없이 경계선을 임의로 표시한 것이 아닌 한 '함박도'를 둘러싼 '영토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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