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왕진화 기자
  • 입력 2019.07.28 07:25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즐기는 '스낵컬처' 트렌드 확산에 웹드라마 제작 활발

[뉴스웍스=왕진화 기자] 최근 콘텐츠 소비가 활발해지면서 물질적 풍요에 익숙한 디지털 세대를 일컫는 신조어 'MZ세대'까지 등장했다. 

MZ세대는 1980~2004년생 밀레니얼 세대와 1995~2004년생 Z세대를 통틀어 일컫는 용어다. Z세대는 '디지털 원주민'으로도 활약하며 소비활동을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펼치기도 한다. 

이들은 TV 시청보다는 유튜브 이용을 편하게 여기며, 공강시간이나 이동하는 중간에 볼 수 있는 짧은 영상 콘텐츠에 익숙해져 있다. 60분짜리 드라마보다 10분 내외의 웹드라마를 선호하는 편이다. 

실제 한 조사에 의하면 청소년들은 유튜브 1인 방송보다 웹드라마를 선호하고 있으며, 등장인물의 스타일이나 사용 제품을 구매 선호 1순위로 꼽았다. 

뷰티, 패션, 식품 등 다양한 기업들은 MZ세대의 이 같은 특징을 꿰뚫고 웹드라마 제작 지원, PPL, 플랫폼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 등 '웹드라마 마케팅'을 열렬히 펼치고 있다. 특히 '야민정음'(국내야구 갤러리+훈민정음 합성어), '스라밸'(스터디 앤 라이프 밸런스) 등 자신들만의 신조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콘텐츠에도 신조어와 B급 감성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사진='나의 소중한 세계' 캡처)
이마트의 웹드라마형 광고 '나의 소중한 세계'와 현대건설의 '설레는 직딩청춘, 현대건썰' 등도 앞서 신선한 광고 형태로 호평을 받아왔던 것처럼, 웹드라마를 활용한 기업들의 홍보 영상은 앞으로도 더 발전될 전망이다. (사진='나의 소중한 세계' 캡처)

웹드라마는 TV 드라마에 비해 규제가 적어 브랜드 노출이 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아 반감이 적은 편이다. 웹드라마를 제작하거나, 웹드라마 형식을 빌려 영상을 제작하는 등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부여해 MZ세대를 저격하는 게 요즘 트렌드다.

엘리트 학생복은 역대 웹드라마 최고 조회 수를 기록한 '에이틴 1'과 '에이틴 2'에 교복을 협찬하고 신학기 교복 스타일을 선보였다. 기존 화보 중심의 스타 마케팅에서 스토리 있는 영상 콘텐츠로 전환하며 타겟층인 10대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만화카페 브랜드 놀숲은 최근 웹시트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제작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이 드라마는 광고 회사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웹시트콤으로 일반인들은 모르는 광고 촬영장의 뒷이야기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그린 작품이다. 특히 지난 4화에서는 코믹과 스릴러를 오가는 에피소드를 공개하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화제를 모았다. 이 드라마는 트라메 스튜디오가 기획하고 이마트가 메인 투자·제작지원 한 웹시트콤이다.

(사진=연애플레이리스트 시즌4 캡처)
파리바게뜨는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 시즌4를 제작 지원했다. 극중 이야기 전개에 가장 중요한 매개물 중 하나인 '썸빙수'라는 별칭으로 제품이 등장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에이틴의 출연자와 연플리의 출연자가 여자친구에게 썸빙수를 사가는 내용이 방영되며 SNS에서 해당 장면이 화제를 모았다. (사진=연애플레이리스트 시즌4 캡처)

'스낵컬처(Snack Culture)'를 기반으로 광고 콘텐츠 제작 방식도 변화되는 추세다. 이는 과자를 먹듯 5분에서 15분까지의 짧은 시간에 문화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뜻으로,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지하철역이나 병원 등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음악회, 직장인의 점심시간 등과 같은 자투리 시간에 즐길 수 있는 문화 공연이나 레포츠 등으로 시작됐다.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장점을 구구절절 늘어놓는 것에서 벗어나 광고 자체를 주제로 재미와 유머가 가미된 '브랜디드 콘텐츠'도 인기를 얻고 있다. '광고라도 재미있으면 찾아서 본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더샘, 시디즈 유튜브 캡처)
(사진=더샘, 시디즈 유튜브 캡처)

더샘이 CJ ENM 다다스튜디오와 함께 제작한 더마 플랜, 더마 웨어 영상 3편은 2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민감 피부에 대한 주인공의 고민이 공감대를 형성함은 물론 각종 패러디가 더해져 재미있게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후속 영상인 '민감지성러들은 주목! 더샘 더마 플랜 그린 트러블 패드&트러블 스팟 앰플' 영상 역시 마지막 반전 구성과 함께 광고임을 직접적으로 드러냈음에도 댓글 반응은 뜨거웠다.

퍼시스그룹 시디즈의 '함께 크는 가족'은 유튜브 단일 영상 조회수 366만회를 기록했다. 실제 사연을 바탕으로 제작된 웹드라마 형식의 콘텐츠로 제작됐다. 동생에게 양보하는 것이 익숙해 본인이 원하는 것은 잘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와 그런 아이의 성향이 자신의 서툰 교육법으로 인해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되는 부모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대중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사진=씨유 '상품진열안내' 영상 캡처)
(사진=씨유 '상품진열안내' 영상 캡처)

소비자를 위한 홍보뿐 아니라 직원들을 위한 교육 매뉴얼도 딱딱한 책 형태를 벗어나 누구나 모바일로 손쉽게 볼 수 있도록 웹 드라마 형식을 활용한 콘텐츠로 제작되고 있다.

씨유의 '상품진열안내 영상'은 최신 소비 트렌드가 반영된 상품운영 전략과 진열 방식 등을 가맹점주들에게 보다 재미있고,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웹드라마 형식으로 제작됐다. 매출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편의점주와 스태프가 '대박 편의점'의 비밀을 알아가는 스토리로 '골든존의 비밀을 찾아라' 등 총 4편으로 구성됐다. 가맹점주가 TV드라마를 시청하듯 재미있게 영상을 즐기다 보면 주요 상품들의 특징 및 진열 노하우 등 점포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에버랜드도 캐리비안 베이 라이프가드들의 사랑과 우정 이야기를 그린 웹드라마 '그 여름 썸뭐?'를 에버랜드 공식 SNS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드라마는 총 6부작으로 제작됐으며 지난 25일 1부가 첫 방송됐다. 다음 달 11일까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주 2회씩 순차적으로 방영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사이더' 성향의 MZ세대일수록 짧은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성향이 높다. 특히 3초, 5초 등 미리보기로 제공되는 짧은 광고에서 눈길을 1초라도 더 끌기 위해 업계 간의 아이디어 싸움이 치열하다"며 "SNS, 웹드라마 등에 익숙한 젊은 고객들에게 친근하고 자연스럽게 다가가기 위한 업계의 전쟁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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