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9.07.27 04:00

예대율 64%...여신에 보수적이라지만 현실은 경쟁력 부족
'성장부진' 케이뱅크 대신 경쟁 부추길 제3 인터넷은행 필요

이용우(단상 왼쪽부터), 윤호영 공동대표가 지난해 7월 26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카카오뱅크 출범 1주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카카오뱅크)
이용우(단상 왼쪽부터), 윤호영 공동대표가 지난해 7월 26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카카오뱅크 출범 1주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카카오뱅크)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불편함이 우리를 만들었다"는 카카오뱅크가 출범 2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2년은 공인인증서 없는 모바일뱅킹을 대중화하며 금융권 '메기(업권경쟁유발주자)'로 인정받은 시간이었다. 보다 성장한 3주년을 보내기 위해서는 은행 스스로 공격적인 대출영업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융당국도 경쟁 확대를 목표로 새로운 주자를 투입해야 한다.

카카오뱅크는 27일 공식 출범 2주년을 맞았다.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에 이은 후발주자이나 성과에 있어서는 저만치 앞서 있다. 

전망 또한 밝다. 지난 1분기 영업 개시 이후 처음 흑자(66억원)로 전환했으며 2분기도 흑자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1일에는 고객 수 1000만명이라는 대기록도 썼다. 다음 단계 성장을 위한 카카오의 사업 주도권도 확대될 전망이다. 카카오가 금융위원회로부터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인정받아서다. 약정에 따른 콜옵션 행사로 한국투자금융지주로부터 지분을 가져오면 지분은 18%에서 현행법상 최대치인 34%까지 늘어난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공격적인 영업과 신규 인터넷은행 인가를 통한 경쟁 유발도 필요하다. 카카오뱅크는 새로운 자본규제기준(바젤Ⅲ)과 국내 신(新)예대율 도입에 대비해 안정적, 보수적인 운영을 한 영향으로 예대율이 낮아졌다고 보고 있으나 여신경쟁력이 수신경쟁력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대주주(KT) 적격성 심사 중단 사태를 맞아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제3 인터넷은행 인가로 경쟁을 유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받은 돈 많은데 어디로 빌려주나”...공격적인 여신영업 필요

은행은 예·적금으로 맡은 돈을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고 이자수익을 얻는다. 시중은행이 매년 막대한 이자장사로 얻은 수익으로 돈 잔치를 한다는 비판을 받지만 그게 은행의 본업이다. 금융권에서 이자이익을 수수료이익과 합쳐 핵심이익이라 부르는 이유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수신액의 대부분은 빌려줘야 한다. 수신액 중 여신액 비중 즉, 예대율이 높아야 한다는 말이다.

카카오뱅크의 예대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64% 수준이었다. 100만원 가운데 빌려준 돈이 64만원 수준이라는 말이다. 대출하지 못한 36만원의 주인에게는 금리를 여전히 지급해야 한다. 시중은행 예대율은 보통 90%가 넘는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예대율을 올리기 위해 지난 5월 정기예금 및 자유적금 금리와 신용대출 및 마이너스 통장대출 금리를 인하해 여신 금리 경쟁력을 높였다. 이달 4일에도 예·적금 금리를 다시 내렸다. 한국은행이 18일 기준금리를 동결한다는 전망이 우세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5월 금리 인하로 예대율 확대 효과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낮은 예대율은 여신경쟁력이 뛰어나지 않은 결과로 볼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대출금리 수준은 시중은행보다 낮지만 대출 한도가 적은 것이 단점이다. 이날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는 5월 취급 기준 3.44%로 가장 낮으나 우리은행(3.80%), 신한은행(3.87%), IBK기업은행(3.90%) 등의 금리 수준도 카카오뱅크와 경쟁할 만한 수준이다.

카카오뱅크 신용대출의 최대한도는 1억5000만원으로 시중은행보다 낮다. 시중은행 신용대출의 한도는 고용이 안정적이거나 소득이 높은 직장인에게 매우 높고 상품군도 다양하다. 비슷한 금리 수준이라면 시쳇말로 “최대한 많이 땡길 수 있는 곳이 좋다”는 게 직장인들의 솔직한 생각이다.

게다가 디지털 금융은 카카오뱅크만의 특장점이 아닌 시대가 됐다. 기업·농협·우리 등 다수 은행들은 모두 최근 모바일 뱅킹 앱을 리뉴얼했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뱅크는 7등급 이하 저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을 진행되고 있지 않다. 지난 3월 기준 카카오뱅크의 사잇돌대출(정책중금리) 누적공급액은 1200억원 규모로 전체 금융권 공급액의 60%가량을 차지했지만 카카오뱅크 전체 여신잔액(당시 약 10조원)과 비교하면 1/10 수준이다.

제3 인터넷은행 출범으로 업권 '불' 붙여야

지난 4월 케이뱅크의 출범 2주년은 카카오뱅크와 달리 어두웠다. 증자에 어려움을 겪으며 대출이 수 차례 중단됐다. 또한 금융위원회의 KT에 대한 케이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KT의 입찰 담합 혐의 관련 재판 종료 시까지 중단됐다. 약 5000억원 규모의 케이뱅크 자본금도 이 같은 악재로 좀처럼 늘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권은 케이뱅크의 성장 부진이 카카오뱅크의 사업 확대 속도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점포가 없고 인건비 부담이 적은 인터넷은행으로 수신과 여신부분에선 시중은행보다 경쟁력이 있지만 인터넷은행과의 경쟁이 없으면 보수적인 운영을 하기 쉽다”며 “케이뱅크의 대출상품 경쟁력은 4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KEB하나·우리)보다 뒤처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케이뱅크의 지난 5월 마이너스통장대출 평균금리는 4.22%로 4대 은행보다 높다.

B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원칙상 대면영업을 할 수 없어 법인기업 대출이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나라 인터넷은행은 법인대출도 진행하고 있다”며 “법인대출은 개인이나 개인사업자대출보다 여신리스크가 큰데, 경쟁이 없다면 카카오뱅크는 법인대출을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위는 오는 10월 인터넷은행 신규인가 신청서를 받아 2개사 이하를 새로 인가할 방침이다. 인가전(戰) 흥행을 위해 인가절차 전 과정에 걸쳐 신청자에게 상담과 안내를 강화하는 인가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계열사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이 아니라면 ICT(정보통신업) 주력 기업이 아니더라도 인터넷은행을 주도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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