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7.30 06:00

서울성모병원 골연부종양·전이암센터장 정양국 교수 "조기진단하면 사지절단 않고 생존율 높일 수 있어"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아이가 밤마다 무릎이 아프다고 했지만 성장통이려니 하고 마사지만 해줬어요. 그런데 통증은 심해지고, 누르면 너무 아파하는 거예요. 그렇게 몇 달을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골육종으로 확진 받은 아이의 부모들은 이렇게 조기진단을 놓친 것을 하소연한다.

골육종은 전체 암환자의 0.2%에 불과해 희귀암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환자의 70%가 10~20대에 발생하는데다 증상이 관절통증으로 시작돼 타박상이나 성장통으로 오인한다는 것이 문제다. 대부분의 환자가 증상을 느낀지 3~6개월 지나서야 병원을 찾는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서울성모병원 골연부종양·전이암센터장인 정양국(정형외과) 교수에게 골육종의 초기 증상과 진단, 그리고 치료법에 대한 궁금증을 물었다. 

Q: 골육종은 뼈에 생기는 암이라고 합니다. 왜 뼈에 암세포가 자라는지요. 또 어떤 부위의 뼈에 잘 생기는지요.

A: 우리 몸의 모든 조직에선 암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뼈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골육종은 미분화된 간엽조직에서 기원한 암세포가 자라는 것입니다. 악성기질세포가 종양성 유골을 형성할 때 골육종으로 진단합니다. 골육종은 뼈에서 발생하는 원발성 악성종양 중 가장 흔한 형태입니다.

암세포의 발생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습니다만 유전자 변이가 유력한 ‘용의자’로 판단됩니다. 세포의 생장을 조절하는 유전자들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무한증식을 하는 것이지요. 골육종의 발생기전도 기본적으로 다른 암들과 발생기전이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골육종은 50% 이상이 무릎관절 주위 즉 대퇴골 원위부와 경골 근위부의 골간단에서 발생합니다. 그 다음으로 대퇴골 근위부와 상완골 근위부가 흔한 발생부위입니다. 모두 장관골이관절주변에서 넓어져 망상골이 풍부한 부위입니다.

Q: 어린아이에게 잘 생긴다고 들었습니다. 골육종은 성장기에만 발생하는지요.

A: 전형적인 원발성 골육종의 경우 뼈의 대사가 활발한 10대에서 가장 호발합니다. 50대에서 약간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며, 5세 이하나 60세 이상에서는 드뭅니다. 성장이 왕성한 시기에 골대사가 활발한 부위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반면 고연령군에서 발생하는 골육종은 척추나 골반뼈 등에서 잘 생기는 경향을 보입니다.

Q: 골육종은 가족력이 있나요. 아니면 예방도 가능한가요.

A: 다른 육종암과 마찬가지로 일반적으로 골육종은 유전되지 않습니다. 부모나 형제가 골육종에 걸렸다고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드문 유전성 암증후군(예:리프라우메니증후군, Li-Fraumeni syndrome)을 지닌 사람의 자녀는 육종의 발생률이 높고, 아이들에서 발생하는 망막모세포종의 일부에서는 유전적 소인이 있어 골육종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보고됩니다.

골육종의 발생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으니 골육종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방법 또한 알지 못합니다. 이차적으로 골육종이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질환인 파제트병(Paget’s disease)이나 방사선 조사부위에 골육종 의심 증상이 발생할 때 조기진단해 병의 진행에 따른 위험을 감소시키는 정도가 도움이 됩니다.

Q: 뼈에 생긴다면 초기에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요. 또 다른 증상과 혼동해 병원을 전전할 수 있나요.

A: 가장 흔한 증상은 수주 혹은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통증이며, 종창·압통 등이 동반돼 나타나기도 합니다. 특히 휴식 시, 또는 밤중에 나타나는 통증은 암이나 골수염 등 병적인 과정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 경우,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골육종은 단순방사선사진상으로도 이상을 보이지만 MRI나 골스캔에서보다 이상이 나타나는 시기가 늦으므로 초기에 놓칠 수 있습니다. 1~2주 이상 지속되는 통증 등 의심되는 임상증상이 있으면 전문적인 센터의 진료를 받고 필요한 검사로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Q: 희귀암이다 보면 초기증상을 놓칠 수 있는데 부모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나요.

A: 10대 성장기 또는 그보다 어린 5~10세에 팔다리나 어깨, 고관절부에 1~2주 이상 지속되는 통증이나 부종 압통이 있을 때, 특히 쉬는 동안이나 밤중에도 통증이 호전되지 않을 때는 골육종 가능성을 생각하고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시기에 잘 나타나는 성장통과도 구별해야 합니다. 성장통은 아픈 다리를 만지거나 움직여주면 통증이 사라집니다. 하지만 골육종은 통증부위를 만질 때 통증이나 압통이 더 심해집니다. 또 청소년기엔 무리한 활동이나 운동을 하면 다리뼈에 스트레스성 골절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스트레스성 골절은 활동 강도를 낮추거나 쉬어주면 증상이 호전되지만 골육종은 그렇지 않습니다.

Q: 진단은 어떻게 하나요. 또 어떤 과, 어떤 전문의를 찾아가야 하나요.

A: 휴식시나 밤중에도 나타나는 통증·부종·압통 등 임상증상이 있을 때 단순방사선사진 촬영과 함께 MRI, 골스켄 등 영상검사를 시행하고 이상을 보이면 조직검사를 통해 확진합니다. 확진된 이후에는 병기설정과 치료계획 확립에 필요한 흉부 CT나 PET CT검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골육종이 의심될 때는 정형외과 전문의 중에서도 골연부종양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전문의에게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골연부종양에 특화된 센터를 가지고 있는 대학병원이나 국립암센터, 원자력병원 등이 그러한 전문적인 진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Q: 확진이 되면 다른 암처럼 해당 부위를 절단해야 하나요. 항암제나 방사선치료만으로는 치료가 쉽지 않은가요.

A: 골육종의 치료는 예전에는 대부분 절단했고, 절단 후에도 생존율이 20%이하로 낮았지만 영상검사와 수술방법이 발전하고, 항암치료가 도입된 이후에는 95%에서 사지를 보전한 채로 종양을 절제하고 치료하는 '사지구제술'이 가능해졌습니다.

골육종의 표준적인 치료프로토콜은 수술 전 2~3회 함암치료 후 광범위 절제술과 재건술을 시행하고 수술상처가 아물면 술후 항암치료를 수개월간 이어서 합니다. 골육종에서 방사선치료는 일차적인 치료수단으로는 고려되지 않으나 수술이나 항암치료가 어려운 경우 선택 적용되며 상당한 효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골육종과 관련해 꼭 알아야 할 정보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A: 10대 성장기에 팔다리에 1~2주 이상 지속되는 통증이 있고, 쉬는 동안이나 밤중에도 호전되지 않을 때는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보길 권합니다. 또 통증부위를 만질 때 통증이나 압통이 심해지거나 안정시에도 통증이 줄어들지 않을 때도 의심해야 합니다. 이런 통증은 성장통이나 스트레스성 골절이 아니므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골육종의 예후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요소가 진단 당시의 원격전이 여부입니다. 그만큼 조기진단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진단이 늦어질수록 원발병소의 치료도 어렵고, 전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진단시 전이가 없는 환자군의 5년 생존율은 60~70%인데 비해 전이가 있는 경우는 5년 생존율이 20~30%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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