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7.30 11:23

비만여성 92.7%로 약물의존도 심각…2가지 병용처방 사례 많아 부작용 우려도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우리나라 비만 여성의 약물의존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분석, 30일 내놓은 식욕억제제 처방 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 4월까지 10개월 동안 식욕억제제를 복용한 환자는 116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민의 2.2%(45명 중 1명)에 해당하는 수치다. 처방건수는 478만여 건이며, 처방량은 총 1억911만정에 이른다.

성별로는 여성이 92.7%로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는 많은 수가 질병이 아닌 미용 목적으로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것을 시사한다. 또 연령대별로는 30대가 30.3%로 가장 많았다.

식욕억제제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정부가 엄격히 규제하는 품목이다. 식욕억제제는 식욕을 느끼는 뇌에 작용해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하거나 포만감을 증가시킨다. 현재 의료기관에서 처방하는 약은 크게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암페프라몬), 마진돌, 로카세린 등 5가지 성분이다.

성분별로는 펜터민 처방이 74만명(52.8%)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로 펜디메트라진 53만명, 디에틸프로피온 9만명 순이었다. 처방을 한 의료기관은 대부분 의원급이었다. 2만3693개소의 처방기관중 의원급이 2만1389개소로 나타났다.

식욕억제제를 사용할 때는 안전을 위해 다른 식욕억제제 성분과 병용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10%가 2개성분 이상을 처방받아 약물 남용 가능성을 보였다.

처방기간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약물의 적정 투여기간은 4주 이내로 불가피한 경우에만 최대 3개월까지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30%가 4주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 관계자는 “장기간 복용할 경우 폐동맥 고혈압과 심각한 심장질환 등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증가해 처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우선 이 같은 결과를 담은 안전성 서한(의료용 마약류 안전사용을 위한 도우미)을 처방 의사에게 발송한다고 밝혔다. 아직 약물 오남용으로 결론을 내긴 이르지만 처방을 자제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따라서 이번 서한의 내용에는 식욕억제제 처방 건수 뿐 아니라 ‘최대 치료기간(3개월) 초과 처방 현황’ ‘연령 금기(16세 이하) 처방 현황’ ‘식욕억제제 병용처방 현황’ 등을 포함시켜 의사들의 경각심을 촉구했다.

식약처는 “서한은 허가사항을 중심으로 의사가 본인 처방내역을 확인하고 스스로 점검하도록 구성했다”며 “이번 서한을 통해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의 적정처방과 사용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을 기대했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제헌 교수는 “우리나라 비만율로 보면 이번 통계로 과잉처방을 가늠하긴 힘들지만 여성 대상 처방비율이나 중복처방율을 보면 남용의 여지가 있다”며 “식사와 운동으로 비만개선이 힘든 사람에게만 약물을 처방하는 치료지침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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