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기의 산티아고 몽유도⑩] 순례길엔 있고 둘레길엔 없는 것
[박인기의 산티아고 몽유도⑩] 순례길엔 있고 둘레길엔 없는 것
  • 최승욱 기자
  • 승인 2019.08.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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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사진=박인기)

맑게 갠 날씨다. 22일 아침 7시30분 다음 목적지 포르투갈레테(PORTUGALETE)를 향해 오늘도 걷는다. 함께 알베르게를 나선 폴란드 처녀 ‘올라’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재촉했다. "바이 바이~" 휴가차 여행왔다는 유쾌한 스페인 마드리드팀과 헤어져 홀로 길을 나선 날이다. 앞서 나간 로만과 뒤에 올 오스칼은 까미노 매직으로 또 만날 것이다.

포르투갈레테. 그 곳을 향한 새 길을 오늘은 홀로 걷는다. 만나고 헤어짐은 걷는 길 사는 길 위에 언제나 있어 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아드리안느, 다나, 나비, 독일 블러트, 그리고 헝가리 아나...한 사람 한 사람 울림을 주었던 2박3일의 꿈 같은 인연을 가슴에 묻고 마음을 비운 채 나는 다시 나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울림은 끌림과 설렘과 다르다. 감각적 끌림과 설렘은 감각적인 언어, 울림은 사회적 감각과 성지를 비우고 나서 상호적으로 작용하는 순수자연의 떨림이다. 떨림은 자연본성의 언어, 그 본성이 깊은 울림을 준다.

까미노가 주는 매직은 휴가길 위에서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을 통해서 또 그렇게 울림을 마련해 놓았다. 만남과 헤어짐이 일상인 인생사 길 위에서 또다시 나는 나를 찾아야 사는 마이 웨이.

(사진=박인기)

사실 우리 모두는 세상길 위에 홀로 길을 찾기까지 여러 만난 인연의 상실감을 통해 성숙해진다. 부모의 편안한 가슴, 성급한 도전과 실패,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친구, 습관, 애착과 놀이까지 많은 것을 잃는다.

그러나 우리는 잃어야 얻는 법을 안다. 무성하던 잎새를 떨구고 나무가 커 가듯 우리도 털어내야 한 뼘 클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떨며 배워가고 있다.

(사진=박인기)
(사진=박인기)

도로를 달리는 차량 소리를 뒤로 하고 장닭 울음 소리가 앞에서 우렁 차게 울리는 산길을 나는 땀 흘리며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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