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19.08.01 19:20

법무부 인사 다음날 좌천성 이유로 12명 사직…"서슬 퍼런 인사조치에 반발"

검찰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동부지검 3인방이 나란히 물러났다.

서울동부지검 주진우(44·사법연수원 31기) 형사 6부장검사가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에 임명된 그 다음 날인 1일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 주변에선 좌천성 조치에 반발,검사 자리에서 물어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앞서 법무부는 7월 31일 고검검사급 검사 620명, 일반검사 27명 등 검사 647명에 대한 인사를 8월 6일자로 단행한바 있다.

주 부장검사는 과거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하면서 김은경 환경부 전 장관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여러번 소환해 조사했다. 김 전 장관은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 한국환경공단 등 산하 기관의 임원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혐의를 받은 신미숙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은 사표를 냈다.

주 부장검사는 1일 오후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를 통해 "정도를 걷고 원칙에 충실하면 결국 저의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라고 믿는다. 능력과 실적, 조직 내 신망에 따라 인사가 이뤄진다는 신뢰와 검사로서의 명예와 자긍심'이 엷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제 공직관이 흔들리고 있는데 검사 생활을 더 이어가는 것은 국민과 검찰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명예롭지도 않다고 판단한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주 부장검사는 "지난 1년간 환경부 사건 등을 수사하면서 수많은 법리검토와 토의, 조율을 거쳤고 의견이 충돌할 땐 검찰총장의 정당한 지휘권 행사를 통해 결론을 냈다"며 "수사 결과는 부족했지만, 투명한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수사를 이끌어 지휘라인과 수사팀 모두 동의하는 결론을 낸 점엔 자부심을 느낀다"고 자평했다.

주 부장검사는 "(자신은) 정치색이 전혀 없는 평범한 검사"라며 "정치적 언동을 한 적도 없고 검찰국에서 발령을 내 어쩔 수 없이 청와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세월호 특조위 조사방해 사건의 공소유지를 담당했다고 밝히면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동일한 강도와 절차로 같은 기준에 따라 수사와 처분을 할 때 정치적 중립이 지켜질 수 있다고 믿고 소신껏 수사했으며 피의사실 공표 등 인권침해가 없도록 각별히 유의했다"고 밝혔다.

주 부장검사는 박근혜 정부때 청와대 파견문제로 검찰에 사표 제출하고 청와대에 갔다가 복귀한 이력이 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와 관련, 주 부장의 직속 상관이던 권순철 서울동부지검 차장(50·25기)도 지난 7월 31일 서울고검 검사로 발령나자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앞서 한찬식 서울동부지검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취임을 하루 앞두고 지난달 24일 사직했다. 이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정권에 부담을 주었다는 부담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이날 장기석 제주지검 차장검사, 김태권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김주필 수원지검 공안부장 등 총 30명 이상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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