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9.08.02 11:32

하나금투, 반도체 포함 930여개 품목 수입 난항 우려
민관정 협의회, 매년 1조원 이상 소재부품 산업 지원

(자료화면)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장관이 2일 오전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 관련 브리핑을 갖고 있다. (자료화면=ANN뉴스)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일본이 우리나라를 전략물자 수출우대 대상(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단기적으로 고부가가치 핵심 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 민간기업이 부품·소재·기계의 국산화시기를 가능한 앞당길 경우 중·장기적으로 대일 의존도를 크게 낮추면서 국가경쟁력을 강화할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2일 오전 각의(국무회의에 해당)을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결의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서 오른 지 15년 만에 배제된다. 수출규제 품목은 지난 7월부터 그 대상에 오른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관련 소재 3종에서 약 1000개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우리 기업들은 일본의 전략물자 수입에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제외조치가 수출금지를 뜻하지 않지만 일본 정부가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해 심사기일(90일)을 최대한 지연시킬 수 있다. 또한 경제산업성이 특정 상품 수출에 있어 안보상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사실상 수출을 어렵게 할 수 있다. 그동안 화이트리스 적용을 받으면서 일본 기업은 한국 수출품에 대해 3년에 한 번 꼴로 포괄적으로 허가를 받았으나 화이트리스트 대상에서 제외되면 품목별로 매번 받아야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번거로워지게 되는 셈이다.

세코 히로시게 일 경제산업성 장관은 이날 시행령 개정안 결의 소식을 전하면서 "경제산업성은 수출입관리 당국으로서 내부 규정을 새로 작성하는 등 엄격한 심사를 할 것"이라며 "7월 4일 이후 한국 대상 수출시 개별 허가를 받기로 한 3가지 품목(불화폴리이미드, 불화수소, 레지스트)에 대해 엄격한 수출심사를 통해 정당한 거래라고 생각될 경우에만 수출을 허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우리기업들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를 중심으로 산업 전반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에 따르면 일본 의존도가 높은 고위험 품목 83개다. 이 가운데 37개 품목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부품·장비다. 하나금융투자는 고위험 품목 83개를 포함해 수입에 난항을 겪을 수 있는 품목이 930여개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본의 조치는 관세 보복이 아니어서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일부 품목들의 일본 의존도가 높은 만큼 우리나라 주요 핵심 산업이 단기적으로 타격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업계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부품·소재 국산화를 추진해 중·장기적으로 일본에 대한 우리 산업의 의존도를 대폭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먼저 초당적 협의체인 '일본수출규제대책 민관정 협의회'는 핵심 소재·부품·장비의 기술개발에 매년 1조원 이상을 지원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완성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3개 부처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주력 신산업 장비 지원, 국산화가 긴요한 분야 혁신개발 지원 등 10개 사업 지원 예산을 신청했다. 이 사업들을 포함해 내년 본 예산부터는 지원 분야를 더욱 확장하고 연 1조원 이상으로 지원 규모도 늘리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소재부품은 국내시장이 한정된 탓에 투자가 적었지만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를 계기로 정부의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질 것”이라며 “기업들도 가까운 중국의 소재와 부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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