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9.08.02 16:10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핵전쟁의 중대한 제동장치를 잃게 될 것"

소련의 한 조사관이 1988년 토마호크 지상 발사 순항미사일(GLCM)을 폐기하기 앞서 조사하는 모습.(사진출처=미 국방부).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미국이 동부시간 기준 2일 0시(한국시간 2일 오후 1시)를 기해 러시아와 체결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공식 탈퇴했다. 러시아 역시 미국의 조치에 대응해 맞불 탈퇴 입장을 밝힌 터라 냉전시대 군비경쟁 억제를 위해 만들어진 군축조약이 사실상 백지로 변해버렸다. 

AP 통신은 이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소련 지도자였던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30여년 전 서명한 역사적인 군축 협정이 죽었다"며 "새로운 군비경쟁 시대의 우려를 촉발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탈퇴에 대응해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미 지난달 3일 미국이 조약 이행을 다시 결정할 때까지 INF 조약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법령에 서명한 상태다.

INF 조약은 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1987년 12월 체결됐다. 1991년 6월까지 500∼5,500km의 중·단거리 미사일 2692기를 없앴다. 이후에도 양국의 미사일 개발경쟁을 억제하는 기능을 했다.

이런 맥락에서 INF 조약 무력화는 주요국 간 군비경쟁을 촉발하면서 전세계를 신(新) 냉전의 흐름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은 INF 조약의 족쇄가 풀림에 따라 중단거리 미사일 개발 내지 고도화를 본격화하고, 러시아 역시 이에 대응한 신무기 개발과 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이 조약 탈퇴라는 강수를 둔 이면에는 그동안 아무런 제약 없이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해온 중국을 견제하려는 차원도 있다. 따라서 한국이 위치한 동북아 안보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세계가 핵전쟁의 중대한 제동장치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구테흐스 총장은 기자들에게 "INF 조약은 유럽을 안정시키고 냉전을 종식시키는데 도움을 준 기념비적인 합의"라며 "조약이 사라지면 탄도미사일 위협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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