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9.08.05 14:35

금융인, 공무원, 교사, 버스 기사, 항공 승무원, 언론인, 자영업자 등 50만명 이상 동참

지난 4일 홍콩 시위 모습. (사진=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총파업과 시위가 5일 벌어져 지하철 운행이 끊기고 수백 편의 항공편이 취소되는 등 '교통대란'이 발생했다. 홍콩에서 총파업이 일어난 것은 50여 년 만에 처음이다.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이날 금융인, 공무원, 교사, 버스 기사, 항공 승무원, 사회복지사, 언론인, 자영업자, 예술가 등  20여 개 부문의 종사자들이 참여하는 총파업이 단행됐다. 홍콩 재야단체 등은 이날 총파업에 50만 명 이상 시민들이 동참했다고 밝혔다.

이날 젊은 층을 주축으로 한 송환법 반대 시위대는 총파업과 더불어 '비협조 운동'으로 불리는 게릴라식 시위를 홍콩 곳곳에서 전개했다.

이들은 시민들이 지하철을 타고 센트럴, 침사추이, 몽콕 등 도심지역으로 출퇴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이아몬드힐, 라이킹, 포트리스힐, 위안랑 역 등 4개 지하철역에서 지하철 운행 방해에 나섰다. 이들이 지하철 승차장과 차량 사이에 다리를 걸치고 서는 바람에 차량의 문이 닫히지 않았고, 이로 인해 지하철 운행이 불가능해졌다.

오전 7시 30분부터 시작된 이러한 운행 방해로 인해 홍콩 내 8개 노선 중 쿤퉁 노선과 홍콩섬과 홍콩국제국항을 잇는 공항 고속철 노선이 전면 중단됐다. 공항 고속철 노선은 오전 11시 가까이 돼서야 재개됐다. 이로 인행 항공편을 이용하기 위해 홍콩국제공항으로 향하던 관광객 등이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는 일이 속출했다.

다른 6개 노선도 일부 구간에서 운행이 중단되는 등 차질을 빚어 이날 출근길에 '교통대란'이 벌어졌다.

홍콩 지하철역 노선이 시위로 인해 운행이 중단돼 사람들이 버스로 몰려들면서 출근길 교통지옥이 연출됐다. 지하철역에서 분노한 시민이 일부 시위대를 향해 소화기를 뿌려대는 장면도 목격됐다. 홍콩 노동부는 기업들에 교통망 붕괴가 예상된다면서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홍콩국제공항도 운영에 큰 차질이 일어났다. 홍콩 공항당국은 이날 총파업으로 인해 홍콩 국제공항 활주로 2곳 중 한 곳만 운영한다고 밝혔다. 민항처 소속 항공 관제사 20여 명이 총파업 참여를 위해 집단으로 병가를 내면서 운영 인력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이날 파업에 참여한 항공 관제사는 전체 관제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인력이다.

특히 캐세이퍼시픽 등 항공사의 조종사와 승무원 등도 파업에 동참하면서 이날 예정됐던 수백 편의 항공편이 무더기로 취소됐다. 이날 1천편 이상의 항공기가 홍콩국제공항에서 이착륙할 예정이었고, 이 가운데 511편은 출발편이었다. 홍콩 최대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의 경우 출발편 70편, 도착편 60편 이상이 취소됐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총파업과 시위대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총파업에 대해 "700만 홍콩인의 삶에 대해 도박을 벌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어떠한 열망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를 평화롭게 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700만 홍콩인의 삶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나와 동료들은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해 사퇴할 뜻이 전혀 없음을 밝혔다.

앞서 총파업을 앞두고 지난 주말 이틀 연속 대규모 시위가 열렸고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도 빚어졌다. 지난 3일 일부 시위대는 빅토리아 항구의 국기게양대에서 중국 오성홍기를 끌어내려 바다에 버렸고, 4일에는 홍콩 주권반환 기념 동상을 훼손하는 등 강한 반중국 정서를 드러냈다. 시위 현장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44명이 체포되고 이 가운데 한국인 1명과 필리핀인 1명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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