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8.06 13:08

신범철 "북한의 대미·대남용 불만 메시지 발신·군사적 성능테스트"

이스칸데르-M 미사일의 발사장면 (사진출처= 러시아 국방부)
이스칸데르-M 미사일의 발사장면 (사진출처= 러시아 국방부)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북한이 6일 오전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발사한 가운데,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행동이 대미·대남용 불만 전달 및 미사일 성능 테스트 목적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9.19 남북군사합의의 '중지'까지도 거론됐다. 

외교·안보 전문가인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 센터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핑계로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라며 "대미·대남용 불만 메시지를 발신하고 군사적으론 필요한 성능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본다"고 관측했다. 이어 "하지만 한미 연합군사훈련 끝나고 또 돌변할 것으로 본다"면서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궁극적으로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보유 협상으로 가려 할테니 상황은 더 어려워 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전문가인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박휘락 교수는 "1차적으로는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그래서 한미연합훈련을 못하게 하는 것이고, 2차적으로는 북한이 요구하면 한국 정부가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는 형태로 가는 것"이라며 "한마디로 한국정부 길들이기 차원으로 본다"고 꼬집었다. 이어 "미국은 기본적으로 훈련이 안 돼 있는 군대는 유사시에 전투에 투입시키지 않는 원칙이 있다. 즉, 평소에 한미연합훈련을 하지 못했다면 유사시에 미군이 투입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북한이 그런 전략적 모색에서 나온 행위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더해 "북한이 한미동맹 자체를 형해화시키려는 의도로 본다"며 "지난해 3월 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북한은 핵무기 포기 용의가 있다', '한미 간의 연합훈련도 북한이 양해한다고 했다'고 발표하면서 1년 여의 세월동안 사기극이 시작됐다"며 "이게 모두 거짓말로 드러난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9.19 남북군사합의의 대전제가 북한이 비핵화조치를 강구한다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북한에 대한 아무런 검증없이 체결된 9.19 남북군사합의는 현재 상황이라면, 폐기까지는 아니더라도 효력을 중지시키는 조치는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한미연합훈련을 하는 것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먼저 합의를 깨는 행위를 했기 때문이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는데, 북한에 대해 너희가 지금 합의를 안 지키고 있다고 주장할 근거가 박약하므로 결국엔 9.19 남북군사합의의 효력을 폐기까지는 아닐지라도 '중지'시키는 조치는 필요한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이상직 호서대 벤처대학원 정보경영학과 교수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새로운 길에 대한 모색으로 보인다"며 "여러 측면에서 경제적 어려움에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평화경제 지향 등 한국의 행보는 중장기적인 문제이고, 일본의 경제제재가 한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한국과 일본에 동시에 주는 경고성 메세지로 보인다"며 "또한, 한미 CPX훈련에 대한 지속적인 불만의 표시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행동은 한마디로, 내 마음대로 안 되니 국제사회에 무조건 관심을 끌고 보자는 어린아이 떼쓰기식 불만 토로로 보인다"고 평가절하했다. 이에 더해 "북한의 이런 행동이 지속화 되면 최소한 전술핵배치는 고려해 봐야 할 듯하다"며 "이 정부는 현 경제 및 동북아 정세를 고려할 때 한미일 공조의 회복이 절실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바른미래연구원의 우정민 수석연구원도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실상의 '북한판 이스칸데르'는 남한 전역의 실제적 타격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고, 표면적으로는 한미 연합연습에 대한 불만의 메시지로 보일 수 있다"면서도 "북한의 속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ICBM급 미사일만 아니면 괜찮다는 식의 행동을 보이니까 김정은이 미국의 묵인을 재차 확인하는 전략적 의도와 단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이날 새벽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거듭된 경고에도 미국과 남한 당국이 끝끝내 자신들을 겨냥한 합동군사연습을 실시하고 있다"며 "이것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에 합의한 6.12 북미공동성명과 판문점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이자 공공연한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지난 65년 동안 해마다 실시하고 있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자신들에 대한 선제공격을 가상한 침략전쟁연습"이라며 "한국과 미국이 싱가포르정상회담 이후에도 최신 전략자산들을 동원해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오전 5시24분과 36분쯤 황해남도 과일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포착했다"며 "미사일의 고도는 약 37㎞, 비행거리는 약 450㎞이고, 최대 비행속도는 마하 6.9(시속 8445㎞) 이상으로 탐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 정보당국은 이번 단거리 미사일을 지난 7월25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비행특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정확한 제원은 정밀 분석 중"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날 쏜 발사체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N-23은 정점고도를 찍은 뒤 하강 단계에서 풀업(Pull-up·급상승) 등 회피기동을 하는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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