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승욱 기자
  • 입력 2019.08.13 05:00
(사진=박인기)

7월 30일 오전 7시30분에 출발한다. 모두 떠나고 남은 휑한 빈 자리, 엊저녁 Sidra를 마시며 도란도란 얘기하고, 또 웃고 떠들던 소란스러움이 여운으로 남아 있는 듯...

산틸라나 델 마(SantillanaDel Mar)~ 어제 안 보이던 것이 오늘 아침 보인다. 인포메이션 센터(Informacion Turistica)가 자리잡고 있는 입구를 따라 골목길로 들어서면 예쁜 집들이 눈에 띄는 전통마을이다.

(사진=박인기)

마을길에 들어서면 길게 늘어선 담벼락, 골목길 바닥, 집 벽 모두 거친 자연석을 생긴 모양대로 툭툭 다듬어 깔고 쌓아가며 만들어놓은 전통 산골마을, 작은 자갈길 골목, 반들거리는 큰 돌바닥 골목길, 모두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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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역사 책에서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알타미라(Altamira)동굴이 불과 2㎞ 지척에 있다. 덕분에 길게 늘어 선 건물 대부분이 관광객을 위한 카페테리아,바, 호텔, 관광상품 숍이다.

(사진=박인기)

도로가엔 Museo Diocesano, 우리가 묵었던 골목 끝 알베르게 옆엔 Museo Jesus Otero, 조각가 오태로의 박물관도 마련해 놓았다.

(사진=박인기)

사진 찍고 기웃거리는 관광객들. 마치 우리나라 삼청동, 서촌 골목길을 보는 듯 익숙하다. 상혼 때문인가, 해발 때문인가, 밤 아침 바람결이 모두 차다.  

(사진=박인기)

걸어 나오는 도로길, 우측으로 Camping Santillama가 눈에 띈다. 이틀 알베르게 생활하다 보니 또 설렘을 주는가? 캠핑, 캠핑은 자유롭지만 독행(獨行)해야 하고 알베르게는 부자유스럽지만 동행(同行)이 있다. 인간세 모든 것이 양자동(兩者同), 언제나 균형과 조화로움이 답이다. 

(사진=박인기)

스페인 까미노를 걷다 보면 늘 만나게 되는 눈 선한 풍경들... 구릉진 연녹색 숲속에 점점이 박힌 아담한 주택들, 가까이 다가가면 크고 작은 건물벽의 모서리 혹은 창문 주변을 베이지 감색 대리석으로 예쁘게 장식한 흰 벽이 있지.

(사진=박인기)

그  밝은 흰 벽과 주황색 붉은 지붕의 자연스런 조화, 그 뒤 배경을 이루는 드넓은 푸른하늘의 보색 대비는 매일 아침 걷고 살며 꿈꾸는 이들 스페니쉬에게 생동하는 생의 찬미를 느낄 수밖에 없도록 만들 것이다.

(사진=박인기)

게다가 동네 중앙, 혹은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성당의 빛바랜 벽돌, 해넘김의 잔광, 오르는 계단길과 내려가는 마을길의 조화, 그리고 무엇보다 천년 세월 순례객들이 들려줬을 숨결의 역사성과 신뢰성... 아~ 자연환경 문화환경 역사환경 모두가 우리가 부러워 할 무궁한 창의적 스토리를 잉태하고 있는 삶의 터전이다. 세르반테스, 가우디가 자연스럽게 걸어 갔을...

(사진=박인기)

꼬밀라스(Comillas)를 7㎞ 남긴 지점에서 체코 처녀, 이태리 처녀 그리고 말 많은 오스트리아 청년과 다시 만났다. 12시가 되기 전 이미 목적지 Comillas에 있는 알베르게가 만원이라고 낙심 중이다. 그 다음까지 또 8㎞ 더 가야 한다며 힘든 표정이 역력하다.

(사진=박인기)

아침 일찍 서둘러 알베르게를 떠난 사람들이 이유가 있었군... 아무래도 오늘은 캠핑 코밀라스(Camping Comillas)를 찾게 예정되어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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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루아나 비치(Playa de Luana), 찬 바람으로 인해 해수욕객은 주저하고 사람들은 레스토랑(Sanma Restaurante)테라스에 앉아 그냥 바다를 향해 앉아 있다. 많은 사연을 안고 사는 사람들..

(사진=박인기)

어느 집이든 한 장 한 장 쌓인 빛 바랜 일기장, 그 속에 수없이 내렸을 결단과 이어진 아픔들, 그리고 흐르는 땀방울을 씻고 씻어내며 울림을 저장해 온 가문의 떨림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모여 도시의 문화를 만들고 국가의 역사를 만들었을 텐데 지식으로 확정되고 국가의 이념으로 올라서면 자칫 덧없기 그지 없다.

(사진=박인기)

제국주의 스페인은 남아메리카 인디오에게 300~400년 동안 얼마나 많은 살육과 고통의 얼룩진 과오를 저질렀고 그로 인한 참회의 족적을 남겼을까? 가문의 역사도 집단화하면 종종 광기가 일반화되는가 보다. 과거 역사에 대한 참회의 진정성은 알 수 없으나 순례길에서 본 그들은 오늘도 황홀한 자연 속에서 평화로운 삶을 산다.

(사진=박인기)

드디어 꼬밀라스 해변이 삐죽 얼굴을 드러낸다. 더구나 거세게 파도치는 해변 바닷가에 캠핑사이트까지 멋지게 위치하고 있다. 오늘 하루 밤을 보낼 캠핑장이다.

(사진=박인기)

◇오늘의 산티아고 순례길=Santillana Del Mar→Orena→Cobreces→Trasiera→La Iglesia→Camping Comillas 19.5㎞, 28,523걸음, 7시간 30분  (까미노 참고용 : Santillana Del Mar→Cobreces
→Comillas 24.6㎞, 6시간)

*편집자 주=박인기는 강원대학교 멀티디자인학과에서 디자인을 가르치다가 정년 퇴임한 교수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우그룹 제작부, 애드케이 종합광고대행사 등에서 직장생활을 한뒤 대학 강단에 섰다. 강원대 철학과에서 동양철학 박사학위과정도 수료했다. 대학 시절부터 산악부 활동에 심취했던 그는 올해 70살이 되자 비로소 세상으로부터 한결 자유로워졌다고 한다. 그동안 꾸준히 산악부 OB들과 종종 산을 찾아 마음을 비우곤 하던 그는 지난 겨울엔 여름 호주 ‘The Prom’에서 4박 5일 백패킹을 했다. 이번엔 60일 동안 숙박을 겸한 산티아고 백패킹에 도전한다. 내년 겨울엔 호주에서 6박 7일간 ‘Overland Track’에서 백패킹하기로 이미 예약까지 마쳤다. 즐겁게 80살까지 세상 트레킹하는 것이 '걷는 삶', '꿈꾸는 삶'의 소망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  "꿈꿀 수 있고 살 수 있으면 그게 모두 산이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그는 7월 6일 13시20분 대한항공 여객기로 인천공항에서 프랑스 파리로 출발했다. 뉴스웍스 독자들도 그와 여정을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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