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8.08 13:49

국내 치료제 없는 환자 위해 ‘긴급’ 승인절차 마련…사용승인 당일처리 가능
식약처, 임상시험 발전 5개년 종합계획 수립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임상시험은 '양날의 칼'과 같다. 임상참여자에겐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지만 한편으론 첨단의학의 치료기회를 받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산업적인 측면에선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막대한 임상시험비를 벌어들이면서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을 견인하는 효과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글로벌 임상시장 선점을 위한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임상참여자의 안전과 치료기회를 확대하는 ‘임상시험 발전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했다고 8일 밝혔다.

임상시험 종합계획의 방향은 크게 ‘안전’과 ‘경쟁력’, ‘소통’이다.

정부는 우선 임상시험에 사용하는 의약품에 관한 모든 안전성 정보의 보고를 의무화했다. 종래에는 예측하지 못한 중대 부작용만 보고했지만 이를 확대해 안전관리를 적극 감독하겠다는 것이다.

사후관리 체계도 개편한다. 최초로 개발된 신약, 또는 유아 등 취약자가 참여하는 고위험 임상시험은 임상시험기관 정기점검 및 품목별로 특별점검한다.

특히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공 성격의 ‘중앙임상시험심사위원회’와 국가에서 운영하는 ‘도우미센터’ 설립을 추진한다. 이들 기관은 의료기관과 별도로 구성·운영되며, 정보제공과 교육·자문·홍보기능을 수행한다. 

종합계획의 주요 방향 중 하나가 희귀·난치환자를 위한 치료기회 확대다. 국내에 치료제가 없는 환자에게 ‘긴급’ 승인절차를 마련한다. 지금은 임상시험약 사용승인에 7일이 걸렸지만 앞으로는 당일 처리도 가능하다.

안전성이 확보된 임상시험은 필수정보만으로도 승인해 주는 ‘차등 승인제’도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국내 환자가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임상시험 참여자에게 객관성·투명성을 확보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도록 정보공개 시스템도 운영키로 했다.

정부가 종합계획에 무게를 둔 것은 임상시험의 국가경쟁력 강화다.

우리나라 임상시험 규모는 4조원으로 10년전에 비해 4배나 성장했다. 하지만 이는 세계 시장점유율 3.4% 수준에 불과할 뿐 아니라 몇 년째 규모가 제자리걸음이다. 반면 중국을 비롯한 유럽·호주·일본 등 제약 강국들은 임상시험 유치를 위해 지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임상시험의 안전성이 점차 개선되면서 생명윤리 문제보다 국가성장의 동력 쪽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신약개발 지원을 위한 초기 임상시험 승인체계부터 구축키로 했다. 2018년 주한유럽상공회의소 백서에 따르면 한국은 다른 나라 허가당국에 비해 초기 임상시험 승인이 까다롭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혁신심사팀을 구성해 계획서 작성 등 초기 임상시험의 원활한 진입을 돕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임상시험계획서 변경승인도 포괄적 네거티브로 규제로 전환한다. 심사기간동안 임상시험이 일시중지되는 불편함 때문에 국제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이밖에도 ‘시판 항암제 연구자의 임상시험 승인절차 합리화’ ‘임상시험 예측성 강화 및 심사의 일관성 확보’, ‘임상시험의 효율적 심사체계 구축’ ‘글로벌 수준의 임상시험 가이드라인 선제적 마련’ ‘정밀의료 등 신개념 의약품의 임상시험 지원’ 등도 포함됐다.

식약처는 “이번 5개년 종합계획 수립을 통해 임상참여자의 안전과 신뢰를 강화하면서 신약개발 강국으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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