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8.10 04:00

"최대 103억 연봉 받은 임원도 있어…상장폐지되면 '조희팔 사건'의 7배 이상 피해 우려"
실패한 항암제 기술 300억에 사고, 밸류인베스트코리아 400억 투자한 경위도 조사해야

지난 2015년 부산대학교 양산캠퍼스에서 열린 '신라젠 항암제 기술 설명회'에 참석한 신라젠 문은상 대표이사(왼쪽)와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이철 씨(가운데) 및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이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출처= 유튜브 동영상 캡처)
지난 2015년 부산대학교 양산캠퍼스에서 열린 '신라젠 항암제 기술 설명회'에 참석한 이철(가운데)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가 유시민(오른쪽)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출처= 유튜브 동영상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국내 바이오 업계의 총아로 떠올라 한 때 시가총액이 10조원을 넘었던 '신라젠'이 지난 8일 기준으로 시총이 1조원 대로 곤두박질 친 가운데 신라젠에 대해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심상찮다.

무소속의 이언주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신라젠 주가 폭락은 초대형 금융 사기사건이니, 신속히 수사하라"고 촉구했고 8일엔 공공모(공무원교육과 공교육의 공공성확보를 위한 모임)의 기획국장이며 인권 변호사인 이민석 변호사가 "사기 또는 주가조작의 의심이 든다"며 검찰의 수사를 요구했다.  

이 같은 요구는 신라젠의 성장과정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이민석 변호사는 지난 8일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신라젠에 대해 그 성장과정을 소개하며 몇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신라젠은 임상에 실패한 항암제 기술을 무려 1600억원(300억은 선불로 주고 나머지는 임상에 성공한 후에 준다)에 샀다"며 "그런데 신라젠은 밸류인베스트코리아로부터 400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선불금 300억원을 지불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패한 항암제 기술을 사는데 300억원을 지불하는 신라젠도 이상한데 이러한 신라젠에 400억을 투자한 밸류인베스트코리아도 이상하다"고 꼬집었다.

이 변호사가 '실패한 항암제 기술'이라고 표현한 것은 신라젠이 대표적 '항암제'라고 내놨던 '펙사벡'이라는 약품이 2013년 임상시험 2b상을 통과하지 못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일 신라젠은 투자판단 관련 주요 경영사항을 공시했다. 신라젠은 펙사벡의 간암 대상 임상 3상시험 관련 무용성 평가 결과에서 "항암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즉, 대조군인 '넥사바(소라페닙) 단독 투여 환자군'과 '펙사벡 투여 후 넥사바 투여 환자집단'을 비교한 결과, '약물 투약 후 생존기간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신라젠 실적 추이
신라젠 실적 추이 (자료출처= 금융감독원)

이 같은 결과에 따라 신라젠의 주가가 폭락했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로 불거진 것은 신라젠과 밸류인베스트코리아와의 관계 문제다.

지난 2015년 12월까지 신라젠의 대주주였던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9000억원 규모의 사기혐의를 받고 있고, 2015년 10월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이철 씨는 7000억원대의 사기 유사수신 자본시장법위반으로 구속됐다.

이철 씨가 구속되자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신라젠에 대해 가지고 있던 지분 전체(약 10%)를 매각했다. 이철 씨는 지난 2016년 4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하지만 보석 기간 중 불법으로 2000억원을 모집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영장이 청구됐으나 2016년 9월 영장이 기각됐다. 이철 씨는 지난 2018년 12월 3일 1심에서 7000억원 사기 사건으로 징역 8년의 경미한 형을 선고 받았으나 피해자들의 반발로 2019년 6월 4일 2심에서 징역 12년의 형을 선고받게 됐다.

이런 가운데, 신라젠이 지난 2016년 12월 6일 코스닥에 상장된다. 당시 신라젠은 매년 수백억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고, 항암제에 대한 임상이 진행중이었고 명확히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암제의 효능이 좋고 미래가치가 높다'고 하면서 한국거래소가 기술특례상장을 해줬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신라젠은 상장 이후 1만3500원으로 시작한 주가가 2017년 11월에는 장중 최고 15만원까지 올랐고 시가총액 10조까지 올라갔다.

회사의 경영실적은 엉망이었고 윤리경영도 실종됐다. 2016년 468억원에 달했던 영업손실은 지난해 590억원으로 더 늘어났다. 매년 적자를 거듭하는데도 임원들 중에는 최대 103억원의 연봉을 받은 사람도 있었고, 50억 이상의 연봉을 받은 임직원도 총 6명에 달했다.

경영진은 주식을 사기는 커녕 팔아 보유주 매각을 통해 이익을 챙기는데 급급했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는 2017년 12월과 2018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150만주가 넘는 주식을 집중적으로 처분하면서 1300억원이 넘는 거금을 챙겼고, 문 대표의 친인척 4명도 그 시기에 800억원 가량을 현금화했다. 신현필 전무는 무용성 평가 결과가 나오긴 직전인 지난 7월 1일부터 5일까지 보유 중이던 주식 16만 7777주를 전량 매도하면서 약 85억원을 챙겼다. 앞서 지난해 초엔 지성권 전 이사와 박철 전 사외이사가 100억원 안팎을 챙기고 사임했다.

신라젠 임직원 연봉.
신라젠 임직원 연봉. (내용 출처= 신라젠 사업보고서)

이후 주가는 장기적으로 하락했다. 8월 2일 DMC(Data Monitoring Committee)가 '신라젠의 항암제인 펙사벡이 효과가 없다'고 발표하자 끝내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러다보니 이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하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하지만, 문 대표는 지난 5일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일 새벽 1시경 구두로 통보를 받았기 때문에 무용성 결과를 미리 알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주관한 무용성 평가 결과를 미리 알 수 없었을지라도 여기에서 통과될 확률이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주식을 전량 매도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만일, 통과 확률을 높게 봤다면 주식을 통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었을텐데 발표가 나기 한달 전에 전량매도한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의심이다.

이 변호사는 "신라젠이 만약 상장폐지되어 주식이 휴지가 된다면 최소 6조원 이상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과거, 다단계 사기사건으로 유명했던 일명, '조희팔 사건'의 순수 피해액 8400억원의 7배 이상의 피해가 예상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2017년 말부터 신라젠에 대해선 '주가조작 사기'라는 소문이 파다했고, 올해초에도 항암제는 효과가 없다는 의사의 의견이 기사화됐었던 것을 감안하면 너무나 이상하다"며 "사기 주가조작의 의심이 든다"고 일갈했다. 아울러 "검찰의 수사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아래 사안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신라젠이 실패한 항암제 기술을 300억이나 주고 산 경위와 밸류인베스트코리아가 신라젠에 400억을 투자한 경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2016년 12월 6일 기술특례상장의 과정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직전까지 적자가 수백억대이고 효능이 검증되지도 않았는데 상장이 된 경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신라젠의 주가가 상장 후 10배로 치솟는 과정에서 주가조작은 없었는지도 조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더해 "신라젠 대표가 1300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도하고 친인척도 800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도했고 신라젠 전무도 88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도했는데 그 이유와 돈의 흐름을 조사해야 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뒤를 봐준 정관계 비호세력은 없었는지도 조사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특히 밸류인베스트코리아의 대표 이철은 정·관계에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는데 이들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면서 "지난 2015년 부산대학교 양산캠퍼스에서 열린 '신라젠 항암제 기술 설명회'에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이철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석했다"고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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