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19.08.11 04:10

커넥티드 카,V2X·5G 선도기술 확보로 일본에 앞서기 시작
현대 수소전지차 '넥쏘',토요타 '미라이'보다 7개 평가 기준 중 6개 능가

자동차와 정보통신 기술을 결합한 커넥티드카 기술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대화형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를 넘어서 한 단계 진화한 기술이 스마트카를 완성할 것으로 전망한다.(사진=현대자동차)
자동차와 정보통신 기술을 결합한 커넥티드카 기술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대화형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를 넘어서 한 단계 진화한 기술이 스마트카를 완성할 것으로 전망한다.(사진=현대자동차)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은 미국·일본·독일 등 기술 선진국에 끌려 다니며 그들의 기술과 같은 수준에 도달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그럼에도 그들을 앞설 수가 없었다. 기초 연구기반이 떨어지는데다 연구개발자금도 넉넉치않아 원천기술의 자체 개발은 어려웠기 때문이다.

기업과 연구기관들은 당장 쓸만한 핵심응용기술을 확보하는데 주력한 끝에 최근 들어 주요 산업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좁은 국토와 많은 인구라는 점을 역이용,정보통신기술에서 세계 일류 수준으로 올라선 것이 도약의 발판이 되고 있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빅데이터,모바일 등을 바탕으로 초연결·초지능을 지향하는 4차 산업혁명 바람이 부는 것도 우리에겐 호재다. 경쟁국에 비해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는 통신과 미래자동차 관련 신기술을 바탕으로 미래차의 최종 목표인 '스마트카'에 가장 먼저 도달할 수 있는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근거이다.

◆한국, 미래자동차 기술에서 일본을 앞서나가기 시작

그동안 자동차 산업에서 우리의 벤치마킹 대상은 일본이었다. 꾸준한 노력 덕분에 주요 부품의 국산화율이 이제 95%를 넘고 있다. 선진국시장에서 일본차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을 정도다. 미국에서 신차품질을 조사하는 제이디파워(J.D Power)의 2018년 조사에서 1~3위를 현대·기아차가 휩쓸었다.

미래자동차 관련해서도 독일의 차보다도 우수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 모토운트슈포트(Auto Motor und Sport, 이하 AMS)는 한국 미래차가 독일의 차보다 우수한 부분이 많다는 평가를 했다. 특히 브랜드 이미지 상승과 한국의 놀라운 산업 성장 및 기술력 특히 환경과 미래 자동차 관련 기술의 성장 폭에 대해 경이감을 표시했다.

지난해 12월 SK텔레콤이 K-시티에서 처음으로 5G 기술을 적용한 자율주행차의 주행 시험을 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지난해 12월 SK텔레콤이 K-시티에서 처음으로 5G 기술을 적용한 자율주행차의 주행 시험을 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일본과 미래자동차의 경쟁에서 우리는 차세대 먹거리인 배터리와 수소차, 커넥티드 분야에서 같은 수준이거나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소차의 경우 현대자동차가 최초의 수소차를 제작하는 등 미래차 기술에서는 원천기술 확보와 함께 두각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은 그동안 하이브리드 기술을 기준으로 한 전동화에 중점을 두고 개발해 왔다. 배터리와 관련한 기술이 우리보다 앞서 있었지만 SK이노베이션, LG화학, 삼성SDI 국내 3사는 리튬이온배터리와 미래 배터리 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는 자리를 두고 서로 경쟁하고 있다.

일본은 세계 배터리 관련 특허의 절반 가까이인 45.1%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맞서 LG화학은 특허수에선 1위를 달린다. 삼섬도 3위다.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는 전고체 전지 특허에 대해서도 일본이 앞서 있지만 한국은 특허수 증가와 조기 상용화에 필요한 기술적 기반 확보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네트워크에 연결된 자동차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는 커넥티드카 분야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현대·기아차는 일본 이외에 미국과 독일 등의 인재를 영입하고 유망 회사를 사들어거나 지분을 투자하면서 그들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흡수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탑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구축 중이다.

현대차는 ‘5G 통신’ 기반의 V2X 시스템의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는 ‘거5G 통신’ 기반의 V2X 시스템의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사진=현대자동차)

그동안 커넥티드 카 분야에서는 일본의 발달된 통신과 네트워크 기술로 인해 밀렸다. 일본은 3G와 4G에서는 한국에 앞서거나 동등한 수준이었지만 한국은 통신분야 기술의 발 빠른 발전과 네트워킹, V2X와 5G 선도 기술의 확보로 일본을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향후 미래카의 통신 기반이 될 5G 통신에서 국내 기업은 원천기술과 특허 등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더욱이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5G 기술을 이미 증명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일본은 5G 기술을 선보일 예정인데 이때 선보일 기술의 원천이 우리 기업의 기술이다. 

지금까지 일본의 기술에 뒤처져 있던 ADAS(지능형운전자보조시스템)기술도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실증실험 등을 통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현대의 '스마트 센스', 기아의 '드라이브 와이즈', 쌍용의 '딥컨트롤' 등은 정확성과 안정성 및 편의성을 바탕으로 '혼다 센싱', 토요타의 '세이프티 센스'보다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더욱이 최근 기아차 K7 프리미어에 탑재된 홈투카, 카투홈 기능 등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기술우위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고 있다. 이 기술은 AI 기술과 블록체인기반의 암호화 기술, V2X(Vehicle to Everything)가 바탕이 되고 있다.

◆수소자동차 원조는 현대차…유명세는 토요타 미라이가 앞서

현대차는 2013년 세계최초로 수소전기차 ‘투싼 FCEV’를 출시하며 기술력을 선보였다. 이후 일본의 토요타가 ‘미라이’를 2014년에 내놓으며 경쟁하고 있다. 지난해 3월 현대차가 수소전지차 넥쏘를 출시하면서 일본의 기술에 앞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넥쏘 엔진은 미국 자동차 전문지 ‘워즈오토’로부터 2019년 세계 10대 엔진에 선정됐다.

현대차의 넥쏘는 출력, 최대토크, 가속성능, 제동거리, 실내소음, 항속거리 등에서 미라이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았고, 승차감, 품질, 가격 등 7개 평가 기준 중 6개에서도 넥쏘가 앞선다는 AMS의 평가도 있었다.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 넥쏘(NEXO)는 1회 충전으로 609km 주행이 가능하다. 연료전지 전용부품 국산화율 99%를 달성했다.(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 넥쏘(NEXO)는 1회 충전으로 609km 주행이 가능하다. 연료전지 전용부품 국산화율 99%를 달성했다.(사진=현대자동차)

넥쏘는 163마력(120㎾), 최대토크 40.1㎏·m를 발휘하는 모터를 사용한다. 수소 ㎏당 96.2㎞의 효율로 완전충전하면 미국 기준으로 595㎞를 달릴 수 있다. 미라이는 154마력(113㎾), 최대토크 34.2㎏·m의 모터를 사용해 1회 완충시 미국 기준으로 502㎞를 주행한다.

토요타는 미라이에 대한 마케팅과 보조금 지원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수소차의 원조는 토요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자동차의 개발에만 신경을 쓰느라 정작 만들어 놓고도 관련 인프라가 없어서 국내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현대차의 넥쏘보다 토요타의 미라이는 효율·혁신·편의성 면에서 떨어진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 정작 많이 알려지고 사용되는 것은 미라이다.

◆하이브리드차 선진국 일본에 도전한 한국

혼다가 한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를 대중화시키겠다’며 인사이트를 출시한 2010년만 해도 현대의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와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기술력에서 많이 부족했다. 올해 출시된 현대차의 코나, 아이오닉, 쏘나타, 그랜저 등의 하이브리드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 연료 효율, 승차감, 첨단 편의장치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일본이 앞서있는 하이브리드 차량과 관련해서도 한국의 추격은 무섭다. 2009년 7월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출시 이후 10년 만에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글로벌 누적 판매 100만대를 돌파했다. 6월 출시한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복합연비가 리터당 20.1㎞에 이른다. 리터당 17㎞인 렉서스 ES300h와 리터당 16.7~17.5㎞ 수준인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보다 앞서는 연비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개발해 양산차에 적용한 솔라시스템, 태양광을 이용하는 솔라시스템 기술은 주행거리 연장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킨다.(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그룹이 개발해 양산차에 적용한 솔라시스템, 태양광을 이용하는 솔라시스템 기술은 주행거리 연장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킨다.(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는 지난달 능동변속제어(ASC)가 적용된 하이브리드 전용 6단 변속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여기에 토요타도 아직 상용화하지 못한 기술인 반투명 솔라루프를 쏘나타 하이브리드에는 적용했다. 자동차에 장착된 태양광 패널로 배터리를 충전해 연비 향상과 이산화탄소 규제 대응, 운전자 사용편의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기술이다. 

토요타 자동차는 1997년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양산모델인 프리우스를 앞세우며 전 세계 하이브리드카 시장의 75%를 차지하며 선두주자로서의 혜택를 누려왔다. 일본은 강점이 있는 분야를 더욱 발전시키고 신규 혹은 약점인 부분은 제거하며 하이브리드카에서 높은 이익을 올리는데 주력했다. 이런 이유로 토요타는 2012년 순수 전기차 ‘eQ’ 개발을 끝으로 양산 전기차를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배터리 전기차(BEV)의 수요가 하이브리드차를 앞지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순수전기차 분야에 취약한 일본은 2015년 일본 정부가 4차 산업 관련 기조를 새로 확립하고 미래차의 방향을 배터리 전기차로 전환하면서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반면에 현대자동차는 일본보다 조금 일찍 미래차 기술 개발에 도전했다. 연구개발 인력 유치와 외국 회사에 대한 투자 등을 서둘러 토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회사와 어깨를 나란히하며 미래차 시장에서 한발이라도 앞설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그동안 지켜져오던 산업의 질서가 무너지고 새롭게 정의되기에 현대차의 도전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산업, 대일(對日) 의존도 감소…일본은 '한국경제 종속' 원해

일본은 무역규제와 ‘화이트 리스트’를 통해 한국의 산업계를 계속 종속시키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일본은 경제 원조자금이 들어간 사업을 총괄하기 위해 발족된 단체인 한·일협력위원회를 통해 1970년대 경제원조라는 탈을 쓰고 다가왔다. 기술 및 경제협력이라는 이름으로 자국에 위협이 되는 산업의 발전을 적절히 막으면서 핵심 부품과 소재 수출 등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한국으로부터 가져갔다.

2일 각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성 장관이 일본 정부의 한국의 화이트 리스트 제외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출처=산케이신문 유튜브 캡쳐)
지난 2일 각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성 장관이 일본 정부의 한국의 화이트 리스트 제외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출처=산케이신문 유튜브 캡쳐)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진행되고 있는 일본의 무역 분쟁 도발은 한국 산업의 대일(對日) 의존도가 과거보다 현저히 낮아져 그로인한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원인으로 여겨진다”며 “더불어 일본은 이번 무역 규제를 통해 과거사 문제 해결은 물론 한국 경제에 일본이 겪었던 ‘잃어버린 20년’ 피해를 입힌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이번 사태를 분석했다.

그는 "반도체 핵심소재를 비롯해 공작기계와 설비, 자동차 관련 탄소섬유 및 미래자동차 기술 등을 최고 수준으로 개발하는 것이 절실하다"며 "반드시 ‘기술 한국’을 만들어 일본이 다시는 넘보지 못하게 이번 기회를 활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 등의 업체 육성을 위해 보다 과감한 규제개혁이 이뤄지고 개발한 시제품의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의 활성화 및 육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테스트베드 평가를 통과한 중소기업 제품에 대해 대기업이 사들이는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등의 조치도 필요하다.

미래차 시장에서 뒤늦게 뛰어든 토요타는 핵심 인재 영입과 AI, 로봇 등 자율주행차 기술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최고 수준인 8.4%의 영업 이익률을 기록한 토요타는 막대한 수익을 기반으로 미래차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미래차 분야에서 겨우 한발짝 앞서기 시작한 상태다. 확실하고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와 독보적인 신제품 개발을 위해 더욱 준비하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하이브리카 시장에서 토요타가 지배했던 이전의 암울한 시대로 회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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