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8.09 15:35

野, 법무장관에 조국 임명되자 '십자포화'…'총선용 개각' 넘어 '대선 포석' 견해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이 지난 8일 오후 국회로 찾아온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만남에서 대화를 나누던 도중,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머쓱해하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왼쪽)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오후 국회로 찾아온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만남에서 대화를 나누던 도중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머쓱해하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9일 법무부장관으로 내정되자 야당들은 일제히 십자포화를 쏟아부었다. 일각에선 이번 개각의 성격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검찰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일환으로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으로 등용시키려 하는 것이라는 시선에서부터 '총선대비용 개각'이라는 견해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설이 난무하는 양상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8.9 개각'을 '총선용 개각'이라고 몰아부쳤다. 이날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침몰하는 대한민국, 위기에 빠진 국민에게는 눈 감아버린 총선용 개각,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번 개각은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며 "침몰하는 대한민국과 위기에 빠진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경제 해결책은 '기승전 북한', 내각 해결책은 '기승전 조국'에 불과했다"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개각이 아니라 인사이동 수준"이라며 "오직 내년 총선에만 몰두하고 있는 청와대의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총선용 개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의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당 금융시장 점검 현장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조 내정자는 민정수석으로서 업무능력에서 낙제점을 받았고, 공무원들의 휴대폰을 마음대로 사찰하는 등 인권에 대한 인식 자체가 잘못됐다"고 질타했다. 이어 "신독재국가 완성으로서 '검찰의 도구화' 우려를 말씀드렸는데, 조 전 수석이 그간 추진해온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은 청와대가 검찰을 하나 더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로 보인다"며 "(조국의) 임명 강행은 야당과 전쟁을 선포하는 개각"이라고 일갈했다.

바른미래당도 조국 전 수석에 대해 맹폭을 가했다. 김정화 대변인은 이날 국회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우려가 현실이 됐다. 장관급 8명의 인사를 단행하며 선동과 무능의 당사자, '선무당 조국'을 법무부장관으로 기용한 것이다"라며 "내편 네편, 극단적인 이분법적인 사고로 무장한 사람에게 법무부장관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문책을 해도 모자랄 판"이라면서 "대통령의 '각별한 조국 사랑'이 빚은 '헛발질 인사', '편 가르기' 개각"이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선무당은 사람을 잡고, 선무당 조국은 조국의 불행을 잡는다"며 "능력은 없고, 욕심만 많은 '양심 불량'인 조국은 그저 'SNS 선동'에 특화된 사람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개각 발표 후 입장문을 통해 "한 마디로 협치 포기, 몽니 인사"라고 힐난했다. 이어 "역사상 가장 무능하고 시끄러웠던 조국 전 민정수석을 끝내 법무장관에 앉히고 외교, 국방 등 문제 장관들을 유임시킨 것은 국회와 싸워보자는 얘기"라고 규정했다. 또한 "청와대는 일관되고 안정적인 개혁 추진에 역점을 뒀다고 말하지만, 일관된 자세로 일방통행을 하겠다는 얘기"라며 "친문 코드의 교수 출신 인사의 대거 등용으로 청와대 정부, 들러리 내각이란 문재인 정부 코드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른미래당 문병호 최고위원이 9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바른미래당 문병호 최고위원이 9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인 문병호 의원도 이런 흐름에 합세했다. 문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부는 경제무능, 외교무능, 안보무능의 무능 3종 세트와 독선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조국 전 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앉히는 코드인사는 문재인 인사의 무능·독선 인사 퍼레이드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해줄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조국 전 수석이 어떤 일을 가장 열심히 한 법무부 장관으로 역사에 기록될지는 삼척동자들조차도 다 알고 있다"며 "조국 전 수석은 SNS를 가장 열심히 한 법무부 장관으로, 국민 분열에 앞장선 법무부 장관으로 두고두고 국민들 입에 오르내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민주평화당은 조국 전 수석에 대해 다른 건으로 비판했다. 홍성문 대변인은 앞서 전날 논평을 통해 "조국 전 수석이 무려 89%인 1401표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투표 참여자는 약 1500명이다. 서울대생들이 진행하고 있는 '2019 상반기 부끄러운 동문상' 투표의 8일 오전 현재 상황"이라며 "조 전 수석은 이 상황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무슨 궤변으로 또 빠져나갈까, 그것이 알고 싶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한, 한국당 김진태 의원도 '서울대의 부끄러운 동문 투표'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글에서 투표 1위를 달리고 있는 조국 전 수석을 겨냥해 "민심은 돌고 도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김 의원이 과거 이 투표에서 3위를 했을 때 조 전 수석이 자신을 비난했던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특히 그는 "2년 전에는 조 전 수석이 나보고 3위라고 걱정해 준 적이 있었다"며 "이제는 서울대생들이 다 극우가 됐다고 할 것이냐"라며 "2년 전 잣대를 본인에게도 적용하기 바란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여의도 정가 일각에선 윤석열 검찰총장, 조국 법무부 장관에서 김조원 민정수석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삼각편대'의 완성을 통해 검·경 수사권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비롯한 검찰개혁을 가속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관측했다.

반면, 이와는 다른 견해도 나온다. 야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법무부 장관에 조국 전 수석을 등용하는 것은 검찰개혁이나 총선용 개각을 넘어 차기 대권을 위한 포석으로 읽혀진다"며 "문 대통령이 자신과 동향인 부산 출신의 조국 전 수석을 유력한 차기대권주자 중 한명으로 낙점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만일, 조국 전 수석이 차기 대권후보가 된다면 기존의 지지기반인 서울·수도권과 호남권을 유지 내지 확장하면서 부산으로 대표되는 PK(부산 ·경남)까지도 상당부분 잠식할 수 있다는 계산이 끝난 것이 아니겠느냐"며 "그런 측면에서 보면, 과거 그 어떤 법무부장관 후보자들에게도 없었던 공세가 유독, 조국 전 수석에게만 이례적으로 집중되고 있는 것도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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