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19.08.10 08:00

신흥국 통화 안정 여부는 미중 무역분쟁 전개에 달려 있어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이번 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1200원을 단숨에 돌파했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분쟁 격화 등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한동안 1200원대를 내려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은 지난 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으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자 종합무역법(1988)에 근거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환율조작국 지정 직후 인민은행은 성명서를 통해 “최근 위안화 약세는 시장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은 보호주의적이면서 일방주의적인 행위”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신화통신도 “전일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 환율이 7위안을 상회한 것은 시장 움직임에 의한 것”이라며 “이는 위안화 환율이 이전보다 더 유연해졌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외 리스크가 확대되는 만큼 시장심리가 변동하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미중 무역분쟁이 환율 전쟁으로 이어지자 이번 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00원을 가볍게 돌파했다. 지난 5일 2년 7개월 만에 1200원선을 넘어선 가운데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6일에는 장중 1220원을 상회하기도 했다. 이후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급등세는 다소 수그러들었으나 여전히 1200원을 넘고 있다. 9일 원·달러 환율은 1210.5원으로 전날보다 1.3원 오르면서 4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원화약세 기대심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예상보다 덜 완화적인 미 연준의 통화정책회의 결과와 더불어 미중 무역갈등 심화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원엔 환율은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엔화 강세로 크게 올랐고 원위안 환율은 위안화보다 원화의 약세 폭이 더 큼에 따라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전문가들은 환율이 한동안 1200원대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다음 주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금융시장 참가자 입장에서는 특별한 모멘텀을 주기 어려운 한 주가 될 것으로 보이나 부양적 정책 기대감으로 인해 불안 심리가 다소 진정될 것”이라며 “인민은행이 위안화의 급격한 약세 가능성을 낮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위안화 약세가 가파르게 나타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좁은 박스권에서 당분간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원달러 환율의 경우 1200원대 초반에서 등락을 보이면서 올해 초보다 상단이 상향 조정된 만큼 추가 상승에 대한 우려도 수시로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이라는 심리적 저항선을 돌파했다”며 1차 저지선을 2016년 고점인 1238원으로 제시했다. 

이어 “2016년 1분기 2개월 가량 1200원에 안착했을 당시에는 외국인이 국내 주식과 채권을 모두 순매도한 만큼 현재 수급은 양호한 상황”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추가적으로 레벨을 높이기보다는 1200원 초반대에서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실제 외국인자금 수급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외국인자금은 국내 증권시장에 꾸준히 순유입되고 있다. 5월 주식자금이, 1월과 2월, 7월 채권자금이 각각 순유출 됐으나 월별 증권자금은 순유입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1~7월 간 외국인자금은 주식 65억 달러, 채권 86억6000만 달러 등 총 151억6000만 달러가 순유입됐다.

권 연구원은 “향후 위안화, 원화 등 신흥국 통화 안정 여부는 결국 미중 무역분쟁 전개에 달려있다”며 “단기 방향성을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나 환율조작국 지정 직후 경신했던 연고점 1223원 돌파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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