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성훈의 촌철살인] 타인은 '폴리페서'이고, 본인은 '앙가주망'인가
[원성훈의 촌철살인] 타인은 '폴리페서'이고, 본인은 '앙가주망'인가
  • 원성훈 기자
  • 승인 2019.08.14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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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타인에 대해 엄격함을 요구하려면, 자신은 '무결점'까지는 아니더라도 허물이 없는 삶을 살기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점을 주변으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 이 정도의 도덕적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결코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바담 풍'하면서도 너는 '바람 풍'하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자가당착(自家撞着)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영(令)도 제대로 설 수 없을 것이다. 조국 법무부장관 내정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조국 전 민정수석은 여러 정당을 비롯해 상당수의 네티즌들로부터 그동안 '내로남불'의 표본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조 전 수석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어떤 것인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주는 사건이 최근 일어났다. 지난 7일 서울대광장 게시판(스누라이프)에는 '2019 상반기 부끄러운 동문상'이라는 제목의 투표글이 게시됐다. 지난 8일 기준으로 15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여한 이 투표에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401표(89%)를 득표해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런 현상이 특정 집단에 한정된 '특별한 평가'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정작 조 전 수석이 과거 유사한 서울대 투표 결과를 갖고 서울대 출신의 다른 정치인들을 비난했던 전력이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나름 의미있는 평가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와 관련해 참고할만한 내용들을 소개한다.

민주평화당의 홍성문 대변인은 지난 2일 논평에서 조국 전 수석이 지난 1일 SNS에 올린 글을 비판했다. 조 전 수석은 "일부 언론이 나를 '폴리페서'라고 공격하며 서울대 휴직과 복직을 문제 삼기에 답한다"며 "앙가주망은 지식인과 학자의 도덕적 의무"라고 썼다. 이에 홍 대변인은 "조국 교수의 언사가 교묘하고 현란하다"며 "정치에 참여한 다른 교수는 '폴리페서(정치교수)'고, 본인이 정치에 참여는 것은 '앙가주망(현실참여)'이란다"고 메스를 가했다.

'앙가주망(engagement)'이란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가 자주 사용한 단어로 본래는 계약이나 구속, 약혼, 연루됨을 의미하지만 문학적으로는 정치나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지식인의 사회 참여를 뜻하기도 한다.

지난 8일 바른미래당의 설영호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그간 조국 전 수석의 발언으로 볼 때 '인지 사고가 의심스럽다'는 것을, 다수의 서울대생들이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조국 교수가 인지 오류가 있다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이러하다"면서 몇가지를 지적했다.

그는 "첫째, 이분법적 오류를 범했다. 국민을 친일과 반일로 구분하는 언어를 사용했다는 것"이라며 "대다수 국민 중에 일본의 과거 침략을 옹호하는 친일파 국민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둘째, 선택적 여과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것은 받아들이고 불리한 것은 배척하는 것이다"라며 "대표적으로 교수들의 정치 참여를 폴리페서로 비판하고, 본인의 정치 참여는 앙가주망으로 보는 시각이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셋째, 무리한 의미 확대이다"라며 "냉정한 판단과 국익이 중시되는 현 난국에서 국민들의 자발적인 불매 운동은 이해하나, 전체주의적 시각으로 바라봤다'고 일갈했다.

이에 더해 "더 나아가 조악한 기법으로 쟁점을 옮기는 것"이라며 "'구역질 나는 책이니 뭐니' 하면서, 책에서 국민을 분노케하는 망언적 주장을 하는 교수를 친일 학자로 대두시켜 쟁점을 옮기고, 자신은 명분과 인기를 취하는 비상한 재주를 가졌다"고 힐난했다.

설 부대변인의 이런 논평은 최근 조 전 수석의 행적과 무관치 않다. 특히, 최근 악화된 한일관계 속에서 지난 2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 배제에 따른 비상대책회의 직후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오찬을 한 것이 언론에 나오면서 일게 된 논란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조국 법무부장관 내정자. (사진= 원성훈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내정자. (사진= 원성훈 기자)

당시, 조 전 수석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를 옹호하면서 "한일 경제전쟁 중이지만 우리는 한국에 있는 일식집에 갈 수 있다"면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원하는 것은 전국의 일식집이 다 망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보수 야당이 정부 비판에 주력하려다 보니 점점 더 황당한 언동을 보인다"며 "전국의 일식집 업주와 종업원들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정치공세"라고 힐난했다.

문제는 조 전 수석의 이런 논리전개가 '내로남불'에서 벗어날수 없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원하는 것은 전국의 유니클로나 ABC마트 등, 많건 적건간에 일본 자본이 관계된 업체들의 직원들이 모두 실업자가 되기를 원하는 것인가'라는 물음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니클로나 ABC마트 불매운동이 잘못됐다는 논리로 이어진다해도 할 말이 없어야 하는데, 조 전 수석으로부터 불매운동 자체가 잘못이라는 지적은 한마디도 들어보지 못했다. 따라서, 전형적인 '내 편 감싸기'일 뿐이다.

조 전 수석에 대한 비판 중에서도 보다 주목해서 볼 것은 과거 그의 발언과 상충되는 최근의 행동이다. 그는 지난 2004년 서울대가 발행하는 '대학신문'에 "출마한 교수가 당선되면 4년 동안 대학을 떠나있게 되고, 사직하지 않는다면 그 기간 동안 새로이 교수를 충원할 수 없게 된다"며 "교수가 정치권과 관계를 맺거나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경우에도 지켜야 할 금도는 있을 것이다. 정치의 계절에 대학과 교수의 존재 의의를 되새겨 본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랬던 그는 지난 7월 31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복직원을 제출했다. 정무직 재임기간을 휴직기간으로 규정하고 한달 안에 복직희망서류를 내지않으면 자동으로 사직처리되는 규정을 의식한 것이다.

문제는 청와대 근무를 이유로 2년2개월 가량 서울대 로스쿨에서 떠났던 그가 법무부장관 기용이 '100%' 확실시되는 상황에서도 교수직을 유지한다는 자신의 개인적 이익 확보에 철저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26일 서울대생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 "법무부장관을 하면서 최소 1년은 더 비울 것이고 평소 폴리페서를 그렇게 싫어하시던 분이 좀 너무 하는 것 아닌가. 학교에 자리를 오래 비우면 학생들에게 피해로 돌아간다"는 글이 실려 화제가 된 바 있다. 조 전 수석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본다면 그는 2022년 5월까지 법무부장관으로 근무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서울대 로스쿨 강단을 국회의원 임기보다도 더 길게, 몇년씩이나 떠나있어도 되는 것일까.

그가 청와대에서 좋은 근무성적을 올렸다면 그나마 면죄부를 받을수 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지난 7월 25일 논평에서 "조국 수석은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16명이나 임명 강행된 상황의 인사 검증 책임자이다. 검증 실패를 넘어 대통령의 인사 참사의 주인공이다"라며 "민정수석으로 있으면서 각종 정치 현안에 개입하여 여야 정치권 분열과 국민 분열에 앞장선 폐해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 중에서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인 '인사검증 업무'에서 조 전 수석이 실패했음을 꼬집은 표현이다.

물론 조 전 수석을 겨냥한 이 같은 야당의 비판들은 조 전 수석에게 흠집을 내어 청와대와 민주당에게 '타격'을 준다는 목표를 갖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의례적인 정치적 공세로만 해석하기에는 조 전 수석의 흠결이 두드러지게 보인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들이 그동안 인내를 가지고 감상한 것은, 문 대통령의 불통 정치와 조 수석의 분열적 행태의 '투톱'이었고, 그 위에 '자기만 옳다는 선민적 오만'이 곁들여진 합작품이었다"며 "이런 이가 법무부 장관이 되는 건 국민들로서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고 표현했다. 청문회 과정에서 장관으로서 근무하기 부적합한 결격사유가 드러나지 않는 한, 조만간 각료로서 검찰개혁을 이끌고 내년 총선에 임하게 될 조 전 수석이 귀담아 들을 만한 고언이 아닐수 없다. 진지하게 자신의 언행을 되돌아보고 깊은 성찰을 해보는 것은 '지성인'이라면 마땅히 취해야할 합당한 처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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