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19.08.18 12:00

송영석 단국대 교수·윤재륜 서울대 교수 연구팀

장애물이 받는 항력이 사라지고, 장애물이 유동학적으로 은폐된다. (사진제공=연구재단)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국내 연구진이 흐르는 물이나 바람으로부터 숨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마치 고요한 태풍의 눈처럼 공기나 물의 흐름에 의한 저항을 줄인 유동학적 은폐 공간을 제안한 것이다.

메타물질로 둘러싸인 공간은 공기나 물의 저항에서 자유로워서 운송수단에 응용될 경우 마치 진공을 주행하는 것처럼 고속으로 달릴 수 있고 건물에 응용될 경우 바람이나 파도가 우회하도록 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송영석 단국대 교수·윤재륜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새로운 개념의 유체역학적 메타물질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사물을 은폐하고 항력을 제거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기존에도 초공동이나 아진공을 이용해 물이나 공기 중을 진행하는 물체의 항력을 저감시키려는 시도가 있었고 스폰지 같은 다공성 구조에서 항력이 제거된다는 이론적 결과도 있었지만 실제 실험적으로 항력이 ‘0’이 되는공간을 구현한 것은 처음이다.

연구진은 투명망토가 메타물질로 굴절률 분포를 변형시켜 물질을 광학적으로 은폐하듯이 물체 주변을 흐르는 유체의 점도 분포를 변형시켜 유동학적으로 은폐된 공간을 만들어 냈다.

공간의 수학적 설계와 변형을 통해 유체 흐름이 완전히 배제된 공간을 가상으로 구현함으로써 이 공간에 놓인 물체는 항력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한 것이다.

설계된 메타물질은 마이크로 수준에서부터 거대 건축물까지 크기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공간 별로 점도를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는 단위셀(~200 μm)을 이용한 마이크로유체시스템에서 검증한 결과 2차원 유체 흐름 하에서의 일반적인 점성유체와 비슷한 크기의 항력(110uN)을 5배 이하로 감소시켰다.

송영석 교수는 “제안하는 메타물질은 유동제어에 대해 도전적이고 독창적인 전략이자 재료설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라며 “높은 연료효율을 달성하고 자연재해로부터 우회하는 재난방지 구조물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 및 교육부·한국연구재단 이공학 개인기초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 연구의 결과는 물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 지난 13일자에 게재됐다.

송영석(왼쪽부터) 교수, 윤재륜 교수, 박주혁 박사 (사진제공=연구재단)
송영석(왼쪽부터) 교수, 윤재륜 교수, 박주혁 박사 (사진제공=연구재단)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