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19.08.17 08:05

내년에도 연간 성장률 1%대에 머문다면 '제로금리'에 대한 시장기대 형성

이주열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고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시점이 주목 받고 있다.  

앞서 한은은 지난 7월 1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연 1.50%로 결정했다. 차기 금통위가 오는 30일로 예정된 가운데 시장에서는 한은이 경기 침체 대응을 위해 오는 10월 금통위에서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경제 흐름에 대해 ‘부진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6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8월호’에서 “우리 경제는 생산이 완만하게 증가했으나 수출 및 투자의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5개월째 ‘부진한 흐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2005년 3월 그린북 창간 이래 처음이다. 

특히 수출의 경우 전년동월 대비 8개월째 하락세를 시현 중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감소세가 이어진 가운데 8월 1~10일 수출도 22.1% 줄어든 만큼 반등이 쉽지 않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수출 감소폭은 상반기보다 확대될 수 있다”며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영향이 7월에는 미미했다”며 “앞으로 우리의 수출주력 품목에 생산 차질이 생긴다면 수출경기 앞날은 단기적으로 더욱 어두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7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29만9000만 늘면서 18개월 만에 가장 많아 다소 희망을 줬다. 다만 우리 경제를 책임지는 30~40대와 제조업 취업자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수치에 비해서는 흐름이 좋다고만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7월 고용지표는 양적인 측면에서 비교적 양호한 모습”이라면서도 “제조업이 16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대외여건 불안과 수출회복 지연을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제조업 취업자 수 및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감소세가 당분간 지속되고 5월 이후 계속되는 소비심리 둔화는 하반기 이후 소비의 경기 견인력을 둔화시킬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회복 지연과 더불어 소비둔화까지 우려되는 만큼 한은이 10월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인하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7일 “금융 정책의 방향은 지난번에 언급한 데서 변화가 없다”며 “상황 변화에 따라 필요하면 통화정책의 대응을 고려해볼 수 있으나 아직은 상황을 지켜봐야 하고 추가 여부를 얘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 상반기에는 한은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인 1.0%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 고조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전자산 선호에 휩싸인 가운데 일본의 수출 제한까지 겹쳐 한국 경제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올해 국내 성장률은 한은 전망치인 2.2%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그는 “2.2%를 달성하려면 하반기 분기 평균 0.9%씩 성장해야 하는데 불가능에 가깝다”며 “연말로 갈수록 미중 무역갈등 및 한일 수출 제한이 역성장 하고 있는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율을 더욱 둔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채권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금리 하락세도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준금리는 10월 금통위에서 인하되고 내년 상반기 중 추가 1회 인하돼 역대 최저인 1.0%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금융시장의 불안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내년 하반기부터 국내경제가 반등할 것이란 전제 하에 올해 10월과 내년 1분기 각각 1번씩 총 2번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내년에도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율이 마이너스 상태를 이어가고 연간 성장률이 1%대에 머무는 상황이 펼쳐진다면 기준금리 1% 이하, 즉 제로금리에 대한 시장기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라며 “경기둔화가 장기화될 경우 한은이 1%대 기준금리를 유지해야 할 명분은 약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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