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왕진화 기자
  • 입력 2019.08.18 06:54

롯데마트 2분기 국내점포 500억원 적자…이마트도 창사이후 첫 손실
PB브랜드·점포 '구조조정'…온라인매출 극대화·본격화에 안간힘
관건은 오프라인의 강점 부각 여부…집객효과 높일 방안 뒤따라야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뉴스웍스=왕진화 기자] 일요일 아침, 눈을 뜬 뒤 주요 포털을 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실시간 검색어가 있다. 바로 '대형마트 휴무일'.

생각 없이 눌러보면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휴무일 안내 이미지가 온갖 뉴스 매체와 블로그에 뒤덮여있다. 온 가족이 부담 없이 나들이처럼 갈 수 있었던 대형마트는 또 그렇게 다음 주로, 그 다음주로 미뤄진다. 그리고 휴대폰을 잡는다. 몇 분 누르지 않았지만 그 다음 날인 월요일 아침, 쇼핑했던 먹거리와 생필품이 문 앞에 도착해 있다.

이번 분기 실적 발표 이전 대형마트의 위기는 이미 점쳐진 상황이었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형마트 1위 업체인 이마트는 올해 2분기 71억원 영업손실(별도기준)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할인점만 놓고 봐도 영업손실이 43억원에 이른다. 이마트가 분기 기준 적자를 낸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매출 마저 전년 동기대비 2.3% 줄어든 3조4531억원에 그쳤다. 이마트는 전반적인 대형마트 업황 부진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롯데마트의 2분기 영업손실은 33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적자폭이 늘었다. 그나마 해외 점포가 선방해 다행이었다. 국내 사업부문에서만 무려 500억원의 적자를 냈다. 매출도 1.5%나 줄었다.

홈플러스는 비상장사여서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두 곳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을 것으로 추산된다. GS슈퍼마켓(GS더프레시)도 신규 점포 증가, 수산·조리식품 중심의 영업 활성화로 매출액은 3.1% 늘어난 3847억원을 기록했으나 경쟁 심화, 인건비 증가 등으로 적자전환했다.

◆온라인 쇼핑·편의점 약진, 의무휴무일 규제가 실적 발목 잡아

실적 부진의 이유는 먼저 편의점업계의 약진을 꼽을 수 있다. 소비자들이 대형마트보다 편의점을 찾는 이유는 접근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편의점 운영 점포 증가와 신선식품(FF)·즉석식품·음료 등의 편의점 매출이 늘어나면서 대형마트의 실적 부진에 직격탄이 된 것이다.

대형마트의 '월 2회 의무 휴업' 규제도 실적악화에 기름을 부었다. 대형마트 휴무일이 2주마다 1번씩 돌아오면 소비자들의 눈길은 자연스럽게 편의점이나 식자재마트나 새벽배송이 가능한 사이트 등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어서다. 실제 주요 포털 실검에 오르는 '대형마트 휴무일'은 대형마트 실적에 있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최저가를 내세운 e커머스 업체들이 대형마트가 주로 다루던 신선식품과 생필품 공략에 나선 것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꼭 대형마트를 가지 않아도 신선한 식자재 등을 땀흘리지 않고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대형마트에 가는 발길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초저가로 각자가 편한 배송 방법을 택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의 장점은 오프라인 매장으로 승부하는 국내 대형마트들의 출혈을 가져오기 충분한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위기돌파 카드는 자산유동화와 자체브랜드 구조조정

대형마트들이 위기돌파 카드로 먼저 꺼낸 카드는 자산유동화다. 이를 통해 실적이 부진한 점포를 줄이고 경쟁력이 있는 점포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마트는 점포 건물을 매각한 후 재임차해 운영하는 '세일 앤 리스백(sale and lease-back)' 방식의 자산유동화를 진행한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최근 KB증권과 10여개 내외의 자가점포를 대상으로 자산 유동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마트는 주관사인 KB증권과의 협의를 통해 자산 유동화 대상 점포를 선정한 후 투자자 모집 등 연내 모든 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예상 규모는 약 1조원 수준이다. 이마트는 이번 자산 유동화를 통해 확보된 현금을 재무건전성 강화 등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점포를 매각한 이후에도 점포들을 10년 이상 장기간 재 임차하게 된다"며 "기존 점포운영은 자산유동화와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도 지난달 25일 롯데리츠에 백화점·마트 등 9곳을 처분하고, 약 1조629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매각대상은 롯데백화점 구리점, 롯데백화점 광주점, 롯데백화점 창원점, 롯데아울렛·롯데마트 대구율하점, 롯데아울렛·롯데마트 청주점, 롯데마트 의왕점, 롯데마트 장유점 등이다. 

노브랜드 동해 남부재래시장점. (사진제공=이마트)
노브랜드 동해 남부재래시장점. (사진제공=이마트)

자체 브랜드 정리도 위기돌파 카드의 핵심이다. 롯데마트는 초이스엘·온리프라이스 등 경쟁력을 갖춘 PB브랜드 10개만 남기고 나머지 28개는 정리해 고객 직관성을 강화하고 운영 효율을 꾀했다. 대표 상품 중심으로 PB를 개편해 소비자들에게 롯데마트만의 브랜드를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상품 경쟁력을 갖춘 시그니처 상품은 올해 총 200개까지 늘리고, 2020년에는 가공·홈·신선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총 300개의 상품을 운영할 계획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가성비 위주의 기존 PB 상품 정체성에서 벗어나 롯데마트만의 검증된 품질과 차별된 가치를 제공하는 대표상품을 확대해 운영할 계획"이라며 "고객들이 롯데마트 PB를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전했다. 

이마트는 '노브랜드'와 '국민가격'을 앞세워 고객을 불러 모은다는 계획이다. 또 하반기 9개 점포의 푸드코트 리뉴얼 등을 통해 20~3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층을 공략할 예정이다. 키즈라이브러리/희망마차 등 상생 콘텐츠 도입과 노브랜드 프랜차이즈 모델 등으로 고객을 유인한다는 복안이다.

홈플러스도 공유주방, 공유오피스 등 기존 대형마트가 시도하지 않은 방법으로 오프라인 매장 혁신과 실적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전국 140개 모든 점포를 각 지역별 '고객 밀착형 온라인 물류센터'로 2021년까지 탈바꿈시켜 단기간 내 온라인 사업을 폭발적으로 확장시킨다는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오픈마켓 플랫폼 강화 등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문 도전을 통해 2018년 6000억원 수준이던 온라인 사업 매출액을 2019년 1조원, 2020년 1조6000억원, 2021년 2조3000억원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대형마트의 실적부진이 일시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위기 돌파 카드들이 반전을 가져올 지는 미지수"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강점을 더 부각시키는 등 온라인과의 차별성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면 매출과 수익성 모두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할인점은 새벽배송 등 경쟁이 심화하면서 비식품에 이어 식품의 시장점유율까지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형마트가 꺼내든 위기 돌파 카드가 현장에서 먹히고 향후 실적 회복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효과를 발휘해야만 실적 개선의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