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9.08.20 07:00
단국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 이재무.
이재무 단국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공직자를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통해 적격성 여부를 검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삼권분립이라는 헌법이 보장한 중요한 원칙에 따라 대통령의 자의적이고 무분별한 인사권 행사를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견제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요새 인사청문회를 보다보면 과연 이러한 절차가 필요한 것인지 강한 회의가 든다.

우선 대통령이 법으로 인사권에 대해 강력하게 보호받고 있는 우리나라 현행 제도적 체계를 고려할 때 지금과 같은 청문회는 의미가 없음을 쉽게 단정할 수 있다. 국무총리를 제외하면 인사청문회의 보고서 채택은 고위공직자의 실질적 임명과 직무 수행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검증을 담당하는 국회의원들의 점검 능력도 너무 부족하다. 청문회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은 이런저런 자료를 요구하고, 다양한 의혹을 제기하며, 이런저런 지적들을 하곤 한다. 그러나 요청 자료의 거의 대부분이 불필요한 자료에 불과하고, 시중에 유포되고 있는 출처 불명의 주장이 담긴 유튜브를 근거로 제시하는 등 아님 말고 식의 근거 없는 제기가 많다. 지적 역시 논리적이기 보다 감정적 비난 일색인 경우가 더 많다. 그렇다보니 국민들은 청문회를 보면서 냉소만 나올 뿐 정작 얻게 되는 정보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냥 대통령과 정부, 고위공직자 후보에 대한 흠집내기용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인사청문회에서 다루고자하는 영역이 너무 광범위한 것도 문제다. 근래 있었던 인사청문회를 보면 고위공직자로서 임무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것인지 도덕군자와 같은 무결점의 성인을 뽑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될 때가 많다. 어느 순간 도덕적으로만 깨끗하면 능력이 없어도 고위공직자로서 자질이 충분한 것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물론, 비윤리적 문제를 그냥 넘겨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고위공직자가 누리게 될 위상과 권한을 고려하면 윤리적 측면의 문제도 반드시 짚어봐야 한다. 하지만 인사와 아무 상관없는 후보자의 가족들까지 들먹이며 인사청문회 자리가 지나치게 도덕성만 강조하고 비리 의혹 공개에만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작 능력에 관한 평가는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회의원들이 과연 인사청문회에 참여하여 고위공직자들을 검증할 자격이 되는지 묻고 싶다. 20대 국회 들어 국회의원들의 법안 발의나 국정을 위한 활동을 거의 본 적이 없다. 뉴스를 보면 국회가 개원이라도 한적 있는지 조차 의문이다. 자신들의 본연의 임무는 수행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이 누구를 위해 누구를 검증한다는 말인가? 오히려 자신들부터 검증받아야 하는 사람들 아닌가 말이다.

인사청문회 제도를 유지를 하고 싶다면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에게 부여된 원래의 임무에 충실히 임해야 한다. 그리고 국정을 위해 만반의 기여를 다한 후 고위공직자 후보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에 입각한 능력 검증 과정과 후보자 본인에 한정된 불법적 사안에 관한 엄정한 도덕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청문회 절차와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것이라면 국정 운영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건강한 견제도 하지 못하는 인사청문회는 당장 없애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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