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19.08.25 06:00

코나EV, 최근 3대 화재 발생 위치 모두 뒷부분…배터리와 관련 높다고 추정
리튬이온배터리, 발화되면 공기가 차단되어도 산소로 인해 모두 타버려

이달 2일 경기도 부천에서 발생한 코나EV 화재 모습(사진=커뮤니티 클리앙 캡처)
이달 2일 경기도 부천에서 발생한 코나EV 화재 모습(사진=전기차 동호회 캡처)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최근 국내외에서 연속해서 전기자동차 화재가 발생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전기차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전기차 화재에 대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고 있어 불안감이 줄어들지 않는 실정이다.

자동차 업계는 지난해 기준 내연기관차량에서 2980여건의 화재가 발생한 것에 비해 전기차는 단 1건이 발생한만큼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해 전기차의 화재 발생 위험성은 극히 낮아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 배터리가 열에 취약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진 전자들이 셀 안에서 전해질을 통해 이동하는 구조로 제작된다. 전해질은 가연성 물질로 고온에서 폭발 위험이 높은 편이다. 더욱이 리튬이온배터리는 발화되면 가연성기체인 수소와 조연성기체인 산소가 같이 배출되어 공기가 차단되어도 발화가 계속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렇기 때문에 전기자동차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진화가 매우 어렵다. 소방 전문가들은 별도의 고전압전기차 화재진압용 전용소방장비가 준비되어 있지 않을 경우 휘발유 차량을 진화하는 방법으로 전기자동차 화재를 진압할 경우 더 불길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고전압에 대한 조치도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에 적용된 배터리 구성도 및 화재 부위
2018년 8월 1일 경북 경산에서 발생한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화재 사고는 장기 주차 중에 발생한 화재. 화재가 트렁크에 국한되어 발생했다.(사진=경산소방서)

◆지난 3주 사이 현대차 코나EV 3대 연이어 화재, 대부분 배터리 장착 부분에서 발생

지난달 28일 강릉에서 충전 중이던 현대자동차 코나EV에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했다. 뒷바퀴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앞쪽 엔진룸은 깨끗했다.

이달 2일 경기도 부천에서도 코나 EV가 주차된 상태에서 불이 났다. 화재 부위는 비슷했다.

이어 13일 세종시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코나 EV가 완속 충전 중 충전완료 메시지 발송 이후 화재가 발생했다. 이 역시 배터리가 장착되어 있는 뒷부분에서 발화가 시작됐다.

이에 앞서 현대차 아이오닉은 지난해 7월 대구서 급속충전 중 폭발사고, 같은 해 8월 경북 경산에서 주차된 상태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작년 7월 급속 충전 중 사고는 급속충전 중 커넥터가 폭발한 사고로 충전기는 수리 후 정상적으로 사용 중이며, 사고차는 견인 후 조치에 대해 당시 현대 관계자에게 문의를 했으나 고장원인이나 수리 부위 등에 대한 답변이 없었다.

지난해 8월 경북 경산에서 주차 중 새벽에 화재가 발생한 아이오닉 일레트릭은 차량의 뒷좌석과 트렁크에서 불 났다. 특히 사고 발생부위가 트렁크에 국한되어 발생했다. 이 또한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만 답변을 받았다.

한편, 현대차 노조신문에 의하면 지난해 5월과 8월 생산라인에서도 코나EV의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1공장에서 발생한 코나EV의 화재 원인을 현대차는 "배터리팩을 납품하는 업체에서 커넥터를 불완전하게 삽입해 부동액이 과다 주입해 발생했다'고 밝혔지만 노조는 화재 원인은 명확하게 확인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지난달 26일 캐나다에서 주차 중이던 코나 EV의 폭발 사고가 있었다. 사고 당시 충전 소켓과 연결되지 않은 상황이었으며, 차량을 구매한지 4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현대차는 화재 및 폭발 원인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며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는 중이다.

13일 새벽 고운동 가랑마을 17단지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차량 화재 모슴(사진=세종소방본부)
13일 새벽 고운동 가랑마을 17단지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차량 화재 모습.(사진=세종소방본부)

◆전기차 화재 원인, 배터리와 관련이 많을 것으로 추정

최근 3주간 유독 현대차의 코나EV에 화재가 많은 상황에 대해 전기차 관련 전문가들은 “충전기가 원인인 화재 발생은 극히 적을 것”이라며 “배터리가 탑재되어 있는 뒤쪽에서 집중적으로 화재 발생이 되고 있어 배터리의 과전류, 배터리 열화, 배터리 과충전, 충전을 관리하는 프로그램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결함 등에 원인이 있지 않을까”하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특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또한 “전기차에서는 고전압 케이블과 배터리가 화재 발생 확률이 높은 위치”라며 “특별한 충격과 손상 그리고 열관리에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화재의 위험은 없다”고 했다. 이번 코나EV의 화재에 대해서는 “배터리의 초기불량, 열관리 시스템에서의 냉각수 누유 등으로 인한 경우의 수가 높다”고 추측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배터리 성능관리를 위해 차량 협조 제어·능동제어·수동제어·단전지 개발의 4단계 안전성 확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능동제어에 해당하는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BMS)’이 항시 배터리 상태를 체크하고, 전압·전류 이상, 과전류·과충전 등 이상 신호 감지 시 자동으로 자동차와 차단되도록 하고 있다. 또 배터리의 열관리를 위해 공랭식과 수냉식 그리고 에어컨 시스템을 이용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경우는 공랭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배터리 내부온도가 31℃ 이상이면 트렁크에 장착되어 있는 배터리 냉각블로워모터를 동작시킨다. 이 모터는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BMS)’에서 온도신호를 기초로 해 속도제어를 하고 있으며, 동작시 차량실내의 공기흡입구를 통해 배터리를 냉각한 후 외부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8월 경산에서 발생한 아이오닉 일렉트릭 화재 차량의 트렁크 쪽을 보면 화재와 연관된 와이어링 하네스(전기배선)는 보이지 않고 있다. 당시 화재 진압을 한 소방관에 의하면 실내에 화재로 인한 가스가 없었다는 정황을 살펴볼 때 배터리 내부에 알 수 없는 열화가 발생되고 온도가 상승되어 BMS 블로워 모터를 작동시켰을 것으로 추정되며, 화염이 트렁크쪽 공기통로에 집중되어 전파되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코나EV는 저부하에서는 수냉식, 고부하에서는 에어컨을 활용한 냉각시스템을 병행한다. 코나EV도 BMS가 셀전압, 셀온도, 흡기온도, 절연저항 등 배터리의 상황을 분석해 배터리의 셀온도가 45℃ 이상이면 냉각시스템을 작동시킨다.

일부 전무가들은 “코나EV는 구조적 특성상 셀 자체의 단락이 될 수 없는 구조”라며 “배터리 충전 중 배터리 온도가 상승해 EWP(일렉트릭 워터 펌프)가 동작하고 냉각수가 배터리팩 내부를 순환해 냉각시키기 위해 냉각수가 순환 중 누수가 되었을 경우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대자동차는 지금까지 발생한 코나EV 화재에 대해 "차량이 현재 조사 대기 및 진행 중이어서 원인 분석중"이라는 입장이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가혹할 수준으로 관리

전기차 화재의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는 국내에서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하고 있다. 이중 현대차는 LG화학, 기아차는 SK이노베이션, 한국지엠은 LG화학에서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에서 안전성 시험은 30초 이내에 배터리 온도를 800도 높이는 연소 시험, 4.9m 높이에서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뜨리는 충돌 시험 등 7가지 테스트에서 ‘발화’ 또는 ‘폭발’이 없어야 한다 등의 조건에서 시험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안전성 시험은 전 세계에서도 가혹할 정도의 까다로운 규정과 절차를 유지하고 있어 국산 전기차의 화재 위험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전기차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와 관련이 많을 것이라는 추정에 대해 전자부품연구원의 관계자는 “최근 전기차 배터리 팩 구성 부품인 BMS(배터리관리시스템) 자체 성능이 발전해 차량 내 배터리 온도 상승으로 인한 발화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며 “그러나 배터리 자체의 안전성 강화를 위해 배터리 팩 주변에 강화된 냉각 시스템을 추가해 좀 더 높은 안전성 확보를 위한 조치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열관리 문제로 배터리 사용시 발열이 생기지 않는 전고체, 레독스플로우, 리튬설퍼, 나스(NaS), 커패시터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에너지밀도 대비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 대안으로 개발되고 있는 배터리들은 현재까지 개발 초기 단계로 리튬이온배터리를 대체하기까지는 10여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업계의 전망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전기차 보급이 7만2000여대 수준으로 2100만대에 달하는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사고 빈도를 놓고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차의 단순 비교는 의미가 없어 보인다.

이번 국내 전기차 화재 사고에서 중요한 핵심은 전기차 안전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점과 전기차 화재 재발을 막기 위해 기술적 대비가 절실하다는 점이다. 또한 고전압 배터리 자동차 취급에 대한 사용자 안전교육 등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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