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19.08.20 17:04

조 명예회장 "오직 기술로만 살아남을 수 있다. 아무도 안 할 때 들어가라"라며 기술개발 독려

조현준 효성 회장. (사진제공=효성)
조현준 효성 회장. (사진제공=효성)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조현준 효성 회장이 총 1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탄소섬유 분야 '글로벌 TOP3'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는 2대에 걸쳐 '소재강국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오너 부자의 의지가 담겼다.

효성은 20일 효성첨단소재㈜ 전주 탄소섬유 공장에서 '탄소섬유 신규투자 협약식'을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내놓았다. 이날 조현준 회장이 직접 계획을 발표할 만큼 탄소섬유는 효성이 미래성장동력으로 각별히 키우는 사업이다.

탄소섬유는 자동차용 내외장재, 건축용 보강재에서부터 스포츠레저 분야, 우주항공 등 첨단 미래산업에 이르기까지 철이 사용되는 모든 산업에 적용될 수 있는 '꿈의 신소재'다.

철에 비해 무게는 4분의 1이지만 10배의 강도와 7배의 탄성을 갖고 있다. 내부식성, 전도성, 내열성이 훨씬 뛰어나 '미래산업의 쌀'이라고 불린다. 항공, 우주, 방산 등에 사용되는 소재인 만큼 전략물자로서 기술이전이 쉽지 않고, 독자적인 개발도 어려워 세계적으로 기술보유국이 손에 꼽을 정도다.

효성은 지난 2011년 전라북도와 전주시, 한국탄소융합기술원 등과 협업을 통해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독자기술을 바탕으로 탄소섬유인 '탄섬(TANSOME®)' 개발에 성공, 2013년부터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일본,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4번째 개발이다.

효성은 "아무도 안 할 때 들어가라"는 조석래 명예회장과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로 탄소섬유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조 명예회장은 "탄소섬유의 원료인 탄소는 석탄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반면, 탄소섬유 중간 복합재 등 최종 제품에 적용될 경우 그 가치가 수백배 커질 수 있다"며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효성 측은 전했다.

탄소섬유는 엄청난 시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진입장벽도 높다. 업계에서는 지난 2015년 30조원 수준이었던 탄소섬유와 복합소재의 세계시장 규모가 2025년에는 2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기준으로 미국과 일본, 독일 등에서 6개 업체가 세계 시장의 72%를 차지하는 등 탄소섬유는 일부 국가가 전략품목으로 관리하고 있어 초기 시장 진입이 어렵다. 특히 일본은 3개 자국 업체가 전체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등 사실상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효성과 비슷한 시기에 탄소섬유 사업에 진출한 몇몇 대기업들은 시장 진입에 실패하면서 사실상 사업을 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성은 2대에 이은 뚝심으로 사업을 계속 이어갔고, 조현준 회장은 '글로벌 TOP3'의 한 축으로 올라서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효성 관계자는 "당시 조 명예회장의 일본 지인이 독자적으로 탄소섬유를 개발하려면 수십년은 걸릴 것이라고 만류했고, 이후 일부 선진 업체들이 은근한 기술제휴를 제안했지만 의지와 집념으로 독자적인 개발에 매진했다"며 "오직 기술로만 살아남을 수 있다. 기술을 앞세워 영업하라"는 조 명예회장의 의지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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