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9.08.21 11:34
단국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 이재무
단국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 이재무

문재인, 빨갱이, 박근혜 저주, 총살감.

처음엔 시정잡배가 패악질을 부리며 내뱉는 망발인 줄 알았다. 과연 이런 말들이 한 때 경기도의 지사였던 사람의 입에서 저렇게 쉽게 나올 수 있는 말인지 내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지난 20일 자유한국당 김무성과 정진석 국회의원이 주최한 '대한민국 미래와 보수통합' 주제의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와 천둥벌거숭이 같은 발언으로 많은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기껏 보수 재건과 통합을 위한 발전적 토의의 결과를 보고자 현장에 모였던 사람들은 같은 당의 동료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김문수 전 지사의 언사에 당혹감을 넘어 분노와 허무함을 느꼈을 것이다.

김문수 전 지사의 발언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의 인식이 얼마나 그릇되며 정치인으로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박근혜 탄핵'은 정당한 절차에 따라 사법부의 공식적 판단으로 내려진 결정이다. 그런데도 그가 그러한 사실을 다시 언급한 것은 우리나라 사법부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구나 독설이라는 것도 암묵적인 금기라는 것이 있고 가려야 할 한계가 있다. 그러한 것들이 지켜졌을 때 사람들은 쉽게 할 수 없는 강력한 존재에 대한 대리적 공격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통쾌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정도를 지키지 못한 독설은 근거 없는 비난이 되고 불쾌감과 혐오감만 불러일으키게 된다. 토론회 현장에서 국민의 다수가 지지해 대통령을 지냈던 인사를 마치 아랫사람처럼 부른데다 현직 대통령을 총살되어야 할 대상처럼 표현한 것은 독설을 가미한 비판의 수준을 한참 넘어선 '오물'에 불과하다.

자신들의 생각에 동조하지 않으면 빨갱이로 몰아가는, 공감할 수 없는 해묵은 색깔론을 들먹인 것은 언급할 가치도 없다. 심지어 김문수 전 지사가 공언한대로 김지사 자신이 빨갱이로 지칭한 사람들과 그는 한때 동지였고 자기가 속해있던 영역이다. 자신의 원류마저 부정하고 환골탈태했다고 주장할 만큼 과거가 부끄러운 것인가?

김문수 전 지사의 이번 작태는 내년 총선에 어떠한 사람들의 지지를 받더라도 여의도에만 입성하면 된다고 착각하는 존재감 없고 불안하며 철 지난 보수 정치인의 관심병에 불과하다. SNS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위해 말도 안 되는 말과 행동을 하는 치기어린 BJ들의 행동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도 이런 통제불능의 무모한 짓을 서슴지 않는 것은 김문수 전 지사는 이렇게 해서라도 존재감을 알려야 할 만큼 정계에서 가치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우이독경이겠지만 정도를 걷지 않았던 정치인들이 얼마나 의미 없이 사라져갔는지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보라고 김 전 지사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사람의 입은 말을 하는 곳이지 배설하는 곳이 아니라는 유치원생도 아는 상식을 함께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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