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8.21 16:39

2016년 10월 전남 만덕산 토굴집에서 2년만에 내려왔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묻힌뒤 회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의 진로와 내년 총선 승리 전략 등을 담은 이른바 '손학규 선언'을 발표했다. (사진= 원성훈 기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의 진로와 내년 총선 승리 전략 등을 담은 이른바 '손학규 선언'을 발표했다. (사진=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오랜 징크스로 통하는 이른바 '만덕산의 저주'가 이번에도 작동한 게 아니냐는 웅성거림이 적잖은 모양새다.

정치권에서 오래전부터 심심찮게 거론됐던 '만덕산의 저주'(혹은, 만덕산 타이밍)란 손 대표가 중요한 정치적 결단을 내리고 뭔가를 발표할 때마다 다른 대형 이슈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이번에는 인사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빗발치듯이 쏟아져 나오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이 언론을 뒤덮고 있는 가운데, 손 대표가 지난 20일 바른미래당의 진로에 대한 구상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손학규 대표는 "민주당과 한국당을 심판할 세력을 만들자"며 정계개편을 주장했고, 자신의 거취문제에는 선을 그으며 비당권파와의 화합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거국 내각을 구성하자"는 깜짝 제안을 내놨다. 또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선 "다당제를 만들어 연합정치의 기반을 만들자"고 역설했다.

기자회견후, 손학규 대표와 기자들이 함께 한 식사 자리에서 장진영 당대표 비서실장이 "사실 어제만 해도 이른바 만덕산 징크스 때문에 많이 걱정하면서 조국이 사퇴한다는 것을 발표하지 않는 한, 큰 이슈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오늘은 무사히 넘어가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물론,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 발표는 없었지만, 최근 '조국 이슈'가 연이어서 언론을 장식하고 있는 통에 손 대표의 이날 중대발표가 적잖게 빛이 바랬다는 평가가 적잖은 상태여서 이번에도 '만덕산의 저주가 통했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이런 가운데, 과거 손 대표의 중요 행보에 따른 '만덕산의 저주' 내력이 눈길을 끈다.

과거 2006년 10월 유력 대권주자였던 손 대표가 경기지사 퇴임 직후 시작한 '100일 민심 대장정'을 마치고 상경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같은 날 북한이 제1차 핵실험을 강행해 빛이 바랬다.

아울러, 2007년 3월 손 대표가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반발해 탈당할 때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으로 인해 이슈에 묻혔었다.

또한, 손 대표가 민주당 대표 시절인 2011년 11월에는 '민간인 사찰' 국정조사·특검을 요구하며 철야농성에 돌입했다가 다음 날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대북 이슈'가 언론을 뒤덮었다.

2016년 10월에는 손 대표가 정치를 잠정적으로 떠난지 2년 만에 전남 만덕산 토굴집에서 내려왔지만, 언론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집중됐다.

한편, 손 대표의 이런 과거 행보를 두고 정치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만남에서 "손 대표가 중요결정을 내리면 바로 치고 나가는 과감성이 부족해서 생긴 결과로 본다"며 "결단을 보다 빠르게 하고, 주위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는데 좀더 힘을 기울이지 않는 한, '만덕산의 저주'를 벗어나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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