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8.22 11:15

고려대의대 구로병원 안신영 교수

요즘 헬스장에 가면 ‘몸만들기’에 열중하는 선남선녀를 많이 보게 된다. 울퉁불퉁한 팔다리와 빨래판 같은 복근은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사실 당사자에겐 엄청난 땀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문제는 이러한 근육운동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화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과도한 운동후 소변이 콜라색처럼 적갈색으로 보이는 ‘횡문근융해증’을 소개해본다.

횡문근은 팔·다리 등 움직이는 신체부위에 있는 대부분의 골격근을 말한다. 횡문근융해증은 갑작스러운 고강도 운동으로 근육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에너지와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근육이 망가지고, 이렇게 손상된 근육세포 내 물질이 다량으로 혈액에 쏟아져 나오면서 각종 수치가 상승한다. 따라서 횡문근융해증은 근육이 있는 곳이라면 어느 부위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횡문근융해증은 가볍게 생각할 질환이 아니다. 근육손상의 정도가 심해 혈액 내로 부산물이 급격하게 쏟아져 나오면 이를 걸러낼 신장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이때 진단이 늦어지거나 초기 수액치료가 원활하지 못하고, 여기에다 신독성이 있는 약제를 복용하면 혈액투석이 필요할 정도의 중증 급성신부전으로 진행될 수 있다. 따라서 횡문근융해증으로 진단받으면 서둘러 혈액 내 여러 수치를 정상화시키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횡문근융해증의 원인은 외상성과 비외상성으로 나뉜다. 비외상성 원인은 과도한 운동, 감염, 약물, 알코올의존증 등이 있다. 특히 술 마신 다음 날 과도한 운동을 한다면 횡문근융해증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운동하거나 적절한 휴식 또는 수분을 공급하지 않고 무리하게 운동을 해도 횡문근융해증이 발생할 수 있다.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에 마라톤을 하거나, 운동효과를 극대화한다고 실내온도를 높이고 운동하는 행위 등이 그것이다. 실제 과거엔 외상이나 약물, 알코올이 횡문근융해증의 주요인이었지만 최근에는 과도한 운동으로 인해 발병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치료를 위해선 손상된 근육세포에서 혈액으로 흘러나온 여러 물질을 신장을 통해 빨리 배설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병원에선 발병 초기에 다량의 수액을 공급하면서 배뇨를 유도한다.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충분한 수분 섭취만으로도 회복된다. 하지만 신장손상으로 급성신부전을 동반하면 투석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 추가적인 근육손상을 막기 위해 신체활동을 자제하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이때 통증이 심한 근육 부위에 냉찜질 등을 병행하면 증상이 많이 완화된다.

횡문근융해증 예방을 위해서는 준비운동 후 근육운동을 서서히 단계별로 해야 한다.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는 필수다. 근육을 장시간 압박하는 것도 발생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

증상은 운동 부위의 근육통이 지속되는 것이다. 근육이 붓고, 갈색뇨가 나오면 횡문근융해증을 의심해 병원을 서둘러 방문해야 한다. 그 밖에 미열, 전신 무력감 등도 동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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