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8.23 09:58

신범철 "향후 미국의 대한국 정책이 더 일방주의적으로 흐를 가능성"
박휘락 "지소미아는 일본에게 큰 피해가 없는,어쩌면 자해적인 카드"
우정민 "한미일 '안보 트라이앵글' 틀을 우리가 자처해 흔드는 것"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박휘락 교수 (사진제공= 박휘락 교수)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박휘락 교수. (사진제공= 박휘락 교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가 결정되자 미국과 일본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선 가운데,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23일 뉴스웍스에 '지소미아 종료에 따른 영향'과 '향후전망'에 대해 각각 자신들의 견해를 보내왔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잘못된 결정"이라면서 정부에 십자포화를 쏟아부었다.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박휘락 교수는 "한국의 (이번 지소미아 종료)결정은 기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며 "북핵 위협에 노출돼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일본과의 정보교류 및 안보협력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국가안보보다 감정을 앞세우는 행위이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폴란드,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과 체결하고 있는 지소미아를 우방국이고 미국을 중심으로 간접적인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에 대해 파기한다는 것은  현 정부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동맹관계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지소미아 파기로 인한 실질적인 폐해보다는 상징적인 차원에서 앞으로 북핵 대응 등을 비롯하여 일본의 협력을 획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특히, "더욱 중요한 것은 지소미아는 일본에게 큰 피해가 없는, 어쩌면 자해적인 카드라는 것이다"라며 "북핵에 직접 노출돼 있는 한국에게 더욱 해가 되는 카드이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아울러 "이것은 그만큼 일본에 대해 한국이 내밀 카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자해적인 지소미아를 파기하는 정도의 카드밖에 없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 따라서 향후 일본과의 외교적 협상에서도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에 더해 "나아가 미국이 이에 대한 자제를 요청했음에도 이를 결행함으로써 한미동맹에도 부정적인 효과가 초래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 센터장 (사진제공= 신범철 센터장)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 센터장.(사진제공=신범철 센터장)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 센터장도 박 교수와 일맥상통하는 견해를 보였다. 신 센터장은 "일본의 백색국가 지정 제외를 명분으로 지소미아를 폐기했지만 격동하는 동북아 정세를 고려할때 심각한 안보우려와 외교적 고립을 야기할 수 있는 잘못된 선택이라고 본다"고 피력했다. 이어 "일본에 대한 조치이지만 정작 아파할 대상은 일본이 아니라 미국이 될 것"이라며 "향후 미국의 대한국 정책이 보다 일방주의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관측했다. 또한, "일본은 동아시아 질서에서 한국을 배제하고 미일 주도의 질서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 "향후 유의해야 할 사항으로는 한미일 안보협력의 기반을 우리 스스로 붕괴시켜 북핵위협 대응이 소홀해질 우려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의도에 대한 미국의 불신 야기, 미국 정부 요청사항 거부에 따르는 외교적 압박 및 한미동맹 장애요인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게다가 "향후 미국은 방위비 분담 증액, 호르무즈 파병 등 현안 이슈를 거칠게 압박할 전망"이라며 "자칫 미국과도 갈등이 야기되면 외교적으로 고립될 우려도 있다"고 경계했다. 마지막으로 "한일관계의 전면적 악화에 따른 중장기적인 경제적 악영향 등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바른미래연구원의 우정민 수석연구원 (사젠제공= 우정민 수석연구원)
바른미래연구원의 우정민 수석연구원. (사진제공=우정민 수석연구원)

또 다른 외교·안보 전문가인 바른미래연구원의 우정민 수석연구원은 "지소미아의 종료는 정보의 등가성 면에서는 경중을 가늠할 수는 없으나, 한일 양국이 모두 손해를 보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특히, 그것이 북핵 정보와 북한의 실제적 군사동향과 관련될 때 한국의 손실은 더욱 클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지소미아와 한미동맹 간의 함수관계'도 지적했다. "군사정보 공유는 미국을 거쳐야 하고 그 범위는 북한 핵 및 미사일 위협에 관한 정보로 제한돼 있다"며 "지소미아 종료는 곧 미국과의 공조 이완을 의미하고 이는 동맹 관계에서 발생하는 방기(abandonment)와 연루(entrapment)라는 두 가지 철칙 중 미국으로부터의 정보력에서 한국이 방기 당할 우려를 보인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즉, 협정의 종식은 자칫 미국에게 한국이 '3각 동맹'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심어줄 수 있고, 이는 근본적인 한미일 '안보 트라이앵글'의 틀을 우리가 자처해 흔드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해 한국이 반일감정과 결부시킨 사실상의 안보 보복전이며, 그 과정에서 한국이 미국과의 협치 등에서 공조 공백(decoupling)을 가져오게 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핵 대화 국면이므로 지소미아가 효용성이 없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시각에 대해서는 "일본의 첨단 군사정보의 질적 면에서 압도적"이라며 "한·일 간 군사정보 교류 대상을 비교할 때, 일본은 군사기밀 면에서 극비나 특정 비밀을, 잠수함탐지 면에서는 초계기 77대의 정보를 제공하고, 무선통신 감청 및 미사일 동향면에서는 각각 위성 5기의 정보와 이지스함 조기경보기 수집정보를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계속해서 "그런데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이러한 북한의 핵 및 재래식 군사도발 조짐 등 우리의 안보와 직결된 관련된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할 수 있게 하는 안전장치를 우리 스스로 차단하고 대응 시너지 효과를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더해 그는 향후 전망을 세 가지로 압축했다. "첫째로, 일본은 한미일 공조와 결속력 와해를 빌미로 상대적으로 미·일 동맹을 더 강화하고 그 속에서 헌법 개정을 통한 보통국가화 명분을 찾고 동시에 정식군대에 준하는 자위대의 지위를 미국으로부터 얻으려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두 번째로는, 북미 비핵화 대화가 진전되는 국면에서는 효용성이 적다고 판단해도 북미 간의 대화 결렬이 북한의 오판이나 핵·미사일 도발이 이어질 때는 한일 안보 협력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매우 커질 것"이라고 봤다.

마지막으론, "미국이 보는 지소미아는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의 전략적 안전장치이자, 안보의 한 축으로서의 억지력"이라며 "반면에, 중국은 이를 계기로 동북아에서 군사 영향력 강화를 시도하려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미·중이 동북아에서 제2의 신냉전 구도를 형성할 때 한국이 일본과의 불협화음이 커지면 중국은 우리를 또 압박할 수 있다"며  "즉, 제2의 사드 사태라는 악몽이 재현될 수도 있는 밑바탕이 깔린 셈"이라고 말을 맺었다.

한편, 지소미아(GSOMIA)는 2016년 11월 한일 양국이 북한군과 핵·미사일 등 정보교환을 주목적으로 1급 비밀을 제외한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협정이다. 한국은 북·중 접경지대 주민 또는 고위 탈북자 등 고급 인적정보(HUMINT)와 신호정보(SIGINT) 등에서 우위에 있고, 일본은 정찰·위성·탐지·동향 등 첨단 군사력을 통한 정보 면에서 우리보다 우위에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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