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기업 투자 '애국펀드', 국산화 험난한데 성공할까
소재·부품기업 투자 '애국펀드', 국산화 험난한데 성공할까
  • 박지훈 기자
  • 승인 2019.08.2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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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협주보다 실체 명확하고 명분 뚜렷...정부 지원도 지속
성과 보려면 오래 걸리는데다 경쟁력 갖출지도 미지수
(사진=뉴스웍스)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배상 판결에 맞선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국내에서는 일본경제로부터 벗어나자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국내 소재업체 등에 투자하는 '애국펀드'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소재주는 바이오주처럼 성과를 보기까지 오래 걸릴 수 있는 만큼 투자에 각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아문디자산운용이 지난 14일 출시한 'NH아문디 필승코리아 펀드'에 정치권 인사, 농협계열사 임직원들이 속속 가입하며 '증권계(系) 물산장려운동'을 자극하고 있다. 일본산 품질보다 뒤지더라도 우리 제품을 애용해 민족 자본을 일으켜 세우자는 1920년대 물산장려운동이 100년 만에 되살아난 셈이다.

필승코리아 펀드는 주로 일본산 소재·부품·장비 대체재를 생산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다. 투자성향은 상당히 공격적이며 공익적 성격도 뚜렷하다. 수익률을 높이려고 운용·판매보수를 낮췄으며 운용보수의 50%를 공익기금으로 적립해 기초과학 발전을 위한 장학금 등에 쓸 예정이다. 통상 주식형 펀드의 운용보수가 연 0.7~8%인데 반해 필승코리아 펀드는 0.5%에 불과하다. 이는 단순히 애국심에만 기대지 않고 높은 수익을 돌려주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증권가에서도 이 같은 애국펀드에 대한 투자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편이다. 남북경협주는 한반도 정세에 민감하게 반응해 등락이 심하고 실체가 불분명하다. 반면 소재·부품·장비 분야 등은 수혜기업이 경협주보다 분명하고 국산화 노력도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정부의 소재 등 분야 기술개발에 대한 지원의지도 확고하다. 기획재정부는 추가경정예산에 관련 사업예산 2700억원을 추가 편성해 확보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관련 연구개발(R&D)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도 면제했다. 이 같은 사업을 위한 국가 예산에 관련 특별회계를 신설하고 매년 2조원 이상 예산을 지속 반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애국펀드가 품은 소재주는 바이오주와 같아 투자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까지 오래 걸릴 수 있다는 평가도 공존한다.

BNK투자증권 관계자는 "바이오 제품은 실험을 거치고 보건당국의 승인을 얻은 후 공장을 시범 운영하며 제품에 안전·위생상의 문제가 없다는 것까지 증명해야 판매 가능할 정도로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국산 소재산업도 성과를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게 중론이고 시장경쟁에서 어떤 실적을 낼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이나 기관보다 단기성과를 추구하는 개인 투자자에게는 상품해지 욕구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도 덧붙었다.

투자에 비해 얻을 것이 적다는 평가도 있다. 정부가 각종 지원책을 발표하고 국산화 열망이 강한 지금, 해당 종목들의 주가는 이미 기대감에 고평가됐다는 것이다. 오히려 높은 주가에 자사주는 파는 회사들도 나타났다.

대표적인 예가 불화수소주 후성이다. 23일 기준 후성 주가는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 발표 직전 거래일(6970원)보다 2390원(34.3%) 오른 9360원이다. 하지만 송한주 후성 대표이사는 주가가 정점인 7월22일(종가 1만850원) 보유지분 12만주 가운데 6만주를 장내 매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주주들은 회사 주가가 호재로 올랐을 때 팔아 차익을 챙기고 떨어질 때 그 자녀들이 매수토록 해 회사 장악력을 높이기도 한다"면서 "자칫 소재 국산화 수혜기업의 경영진들이 국민적 기대감에 편승해 애국펀드를 놀이터로만 쓰진 않을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번 애국펀드는 소재산업 육성에 맞춰져 있는 만큼 정부의 지원만 계획대로 잘 이뤄진다면 성공할 수 있다. 현대증권(현 KB증권)이 1999년 IMF 외환위기 당시 발생한 '바이코리아' 펀드는 그해 수익률이 100%를 나타냈으나 IT버블 사태를 계기로 -77%로 돌아섰다. 특정 산업이 아니라 전체 주가 부양을 위한 측면이 컸던 탓이 컸다.

정부가 1회성이 아니라 약속대로 매년 2조원의 예산을 편성해주고 소재 기업이 작은 이익에 탐내지 않으며, 운용사가 다른 상품과의 차별성을 가지고 '필승코리아' 펀드를 운용해가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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