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19.08.23 15:57

"오로지 투쟁만이 해법"이란 집행부 입장에 "1년 내내 파업이냐" 비판 증가
23일부터 조합원 전·후반조로 나눠 4시간씩 부분파업 진행

지난 21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출범한 한국지엠 노조는 22일 부분파업을 결정했다.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한국지엠지부 홈페이지)
지난 21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출범한 한국지엠 노조는 22일 부분파업을 결정했다.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한국지엠지부 홈페이지)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최근 국내 완성차 업체 노동조합들은 일본의 경제 보복 등으로 악화된 경제 여건을 참작해 쟁의활동을 유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한국지엠 노조의 '나 홀로' 파업을 보는 대중의 시선은 차갑게 느껴진다.  

지난 22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 지부는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통해 23일부터 조합원을 전·후반조로 나눠 각각 4시간씩 부분파업을 진행하기로 정했다. 생산직 조합원의 경우 이날부터 다음 쟁의대책위원회가 열리는 오는 28일까지 잔업과 특근도 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에 더해 노조 간부 전원은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하루 4시간씩 파업에 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앞서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20일부터 21일, 생산직과 사무직 조합원이 참여하는 부분 파업을 진행했었다. 

다른 완성차 업체는 파업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12일 1차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파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사측과의 집중 단체 교섭 기간을 정했다. 기아자동차 노조도 13일 같은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대·기아자동차 노조는 지난 21일 열린 '금속노조 전국총파업'에도 불참했다. 현대자동차 노조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한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파업보다는 올해 입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 경제 상황에서 파업은 비판적 여론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에서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쌍용자동차의 경우 지난 16일 노사 임금협상을 마치며 10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을 이어갔다.

이런 시류에 파업을 감행한 한국지엠 노조가 회사와 의견 차이를 쉽게 메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노조 측은 현재 기본급의 5.65%인 12만3526원 인상, 개인별 특별승급분 인상, 통상임금의 250%에 달하는 성과금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을 회사에 요구 중이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은 "경영상황이 좋지 않아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국내외 경제 상황과 한국지엠의 국내 지위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거꾸로'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 중론이다. 부분파업 관련 기사를 읽은 네티즌은 "1년 내내 파업만 하는 듯 보인다"라거나, "한국지엠의 국내 지위가 위태로운 이 상황에 파업은 너무하다"라는 등의 부정적 의견을 쏟아냈다. 노조 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의견은 찾기 힘들었다. 

실제로 한국지엠 안팎을 통틀어 경영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한국지엠은 지난 2014년 1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뒤, 2015년 5900억원, 2016년 5300억원, 2017년 8400억원으로 매해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폭도 점차 커지는 추세다. 지난해에도 6100억원의 적자를 이어갔다. 

판매량도 하락세다. 한국지엠의 지난 2018년 자동차 판매량은 46만대로 전년 대비 약 12% 줄었다. 내수 시장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 가깝게 떨어졌다. 덕분에 내수 시장 판매 순위가 쌍용자동차에 밀려 4위를 기록하게 됐다.

쌍용자동차 약진의 이유로 '노사화합'을 통한 긍정적 브랜드 이미지가 적잖게 꼽히는 걸 고려하면, 꽤나 상징적으로 보인다.

상당한 비판 여론에도 한국지엠 노조의 태도는 강경하다. 지난 21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한국지엠 노조 측은 "이득이 없으니 인상도 없다는 사측의 논리에 더 답변할 필요 없다"라며 "오로지 투쟁만이 해법이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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