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8.24 08:00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이상훈 교수

 

“이유 없이 한쪽 입이 삐뚤어져요.”

한의학 용어로 구안와사(口眼喎斜)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구안와사는 생명을 위협하진 않지만 대인관계가 어렵다는 점에서 매우 불편한 질환이다. 이 질환을 치료할 때 '3·3·3법칙'을 염두에 둘 것을 권하는 한의사가 있다.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이상훈 교수에게 구안와사의 원인과 3·3·3 치료원칙을 들어본다.

양방에서 구안와사는 안면신경마비로 불린다. 얼굴을 지배하는 12개 신경 중 7번째 신경이 마비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발병율은 인구 10만 명당 30명 정도. 그리 흔한 질환은 아니지만 얼굴이 삐뚤어진다는 점에서 충격을 준다.

발병 연령은 영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가리지 않지만 나이가 많을수록 느는 경향이 있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과로한 뒤 잘 생기며, 귀 주위의 종양, 감염, 수술 후유증, 기타 신경계 병변이 발병을 유도한다.

스트레스와 과로가 지속되면 우리 몸에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신경을 침범한다. 이때 얼굴쪽 신경이 손상되면 뇌에서 안면으로 전달하는 신호전달체계가 깨지면서 마비증상이 나타난다.

안면신경은 표정이나 눈썹 움직임 등을 담당하는 얼굴 부위의 근육을 지배한다. 따라서 해당 신경이 마비되면 얼굴 근육을 마비시켜 이마주름이 잘 잡히지 않고, 눈썹이 처지며, 눈이 제대로 감기지 않는다. 또 한쪽 코와 입주변 근육이 이완돼 팔자주름이 풀어지고, 아래쪽으로 쳐진다. 이러한 근육 움직임 이상과 함께 미각장애, 청각과민, 눈물분비량의 이상도 나타난다.

그렇다고 너무 겁 먹을 필요는 없다. 안면신경마비는 대체로 완치율이 높은 질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기 신경손상이 심하면 예후가 불량할 수 있다. 따라서 발병 후 3일 이내에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이처럼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으면서 3주 이내에 증상 개선을, 그리고 3개월 내에 완전 회복을 목표로 노력해야 한다.

귀 주변의 통증과 바이러스성 수포가 같이 있을 때는 첫 1주일은 치료 중에도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하지만 3~4주 이상의 안정과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 개선이 없거나 악화된다면 단순 안면신경마비가 아닌 다른 원인이 가정해야 한다. 따라서 이때는 정밀검사를 통한 감별진단을 받을 것을 권한다.

한의학에서는 침과 뜸, 한약으로 치료한다. 안면부와 팔·다리에 있는 경혈에 침구를 사용해 마비된 근육회복을 촉진하고, 한약으로 신경염증 제거와 면역력을 높여 치료기간을 단축한다.

후유증에 대한 지나친 걱정과 우울감은 회복에 악영향을 미친다.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면서 긍정적인 생각과 충분한 휴식, 정기적인 안면근육 운동이 회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안면운동을 할 때는 얼굴 움직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표정이 잘 안될 때는 억지로 얼굴 전체에 힘을 주기보다 손을 이용해 원하는 근육의 움직임이나 표정이 만들어지도록 연습한다.

치료를 받는 동안에는 소화가 힘들거나 씹기 어려운 음식은 피한다. 또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스테로이드 복용 시 혈당이 급격히 오르기 때문에 혈당측정 및 식이요법에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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