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훈기자
  • 입력 2016.03.02 11:06

9일간 38명 참여 총 190시간 넘겨…일반 시민 4000여명 국회 찾아

일반시민들이 국회 본회의장을 찾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방청하고 있다. <사진=유투브 캡쳐>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기 위해 47년 만에 국회에 등장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2일 9일만에 막을 내린다. 세계 최장 신기록을 갈아치운 이번 필리버스터는 각종 진풍경과 함께 정치사에 기록될 숱한 기록을 남겼다.

이번 필리버스터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안을 '국가 비상사태'로 판단해 본회의에 직권상정하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야권의 전략으로 시작됐다.

1. 가뿐히 뛰어넘은 세계 기록

2일 오전 11시 현재 마지막 주자로 발언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를 포함해 총 38명이 필리버스터에 참여했고 토론 시간은 오전 아홉시 현재 190시간을 돌파했다. 이는 2011년 캐나다 새민주당(NDP)의 58시간을 넘어선 세계 최장 기록이다. 당시 우편노동자들의 노동계약과 관련된 법안을 막기 위해 103명의 새민주당 의원들이 참여해 약 20분씩 돌아가며 연설을 했고, 10분식 질의응답과 코멘트 시간을 가졌다.

2. 58분 최단 시간 발언부터 11시간 39분 최장 발언 新기록까지

정청래 더민주 의원은 국내 개인 최장 발언 기록(11시간 39분)을 세웠다.

필리버스터 첫 발언자인 더민주 김광진 의원이 5시간 32분의 기록으로 1964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세운 기록(5시간 19분)을 깨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같은당 은수미 의원이 무려 10시간 18분간 발언하며 1969년 신민당 박한상 의원이 갖고 있던 국내 최고 기록(10시간 15분)까지 넘어섰다. 이후 정 의원이 앞선 기록을 모두 넘어선 것이다.

세계 최장시간 필리버스터는 1967년 제임스 스트롬 서먼드(James Strom Thurmond) 미국 상원의원의 연설이다. 총 24시간 18분 동안 지속하며 현재 최장시간 필리버스터로 남아있다.

이번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38명 중 최단시간 발언을 한 사람은 더민주 박영선 의원으로 58분을 기록했다. 박 의원읜 필리버스터 중단 이유를 “총선을 위해”라고 설명하며 발언 중 눈물을 흘렸다.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의원들의 1인 발언 시간은 평균 5시간이었다.

3. 필리버스터 열기 속 시민 4000여명 찾은 국회

이번 필리버스터는 9일 만에 막을 내리게 됐지만 그간의 여야 정쟁 수준을 뛰어넘어 ‘민주주의 가치’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4000명 넘는 일반시민이 국회 본회의장을 직접 찾아 무제한토론을 방청해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또 하루 평균 5000~6000여 건에 불과했던 국회방송 인터넷 의사중계 시스템 접속자 수도 필리버스터로 인해 5만~10만 건 내외로 치솟았다. 인기 예능프로그램 이름에 빗댄 '마국텔(마이국회텔레비전)'이란 별칭을 얻기도 했다.

4. 필리버스터 전원 동참한 정의당

정의당은 1일 정진후, 심상정 의원이 토론을 신청하면서 정의당 소속 의원 전원(5명)이 필리버스터에 동참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심상정 대표는 7시간 28분을 이어간 정진후 원내대표에 이어 2일 오전 5시 27분 단상에 올라 1시간 33분간 토론에 참여했다.

5. 그밖에 나온 필리버스터 명장면

헌정사상 처음으로 상임위원장이 본회의를 진행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27일 정의화 국회의장은 체력적 한계를 호소하며 “부득이 잠시간 본회의 의사진행을 부탁한다”며 상임위원장에게 의사봉을 넘겼다.

1일 단상에 오른 더민주 안민석 의원은 의장단에 양해를 구하고 토론자 중 처음으로 화장실에 다녀오기도 했다.

토론자들이 눈물을 흘리거나 노래와 시를 낭송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당으로부터 사실상의 공천 배제 통보를 받은 더민주 강기정 의원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은수미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긴 연설문을 낭독했고, 최민희 의원은 조지 오웨의 소설 <1984>를 장시간 읽었다. 이학영 의원은 김남주 시인의 ‘진혼곡’을 낭독하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논리적 반박보다는 의제와 상관없는 발언을 하는 등 질보다 양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이며 기록경신의 장 성격이 짙었다는 평도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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