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6.03.02 10:15
중국 명문대학의 수위를 다투는 청화대학 교정의 청화원 사진이다. 급부상하는 중국 경제의 중요한 실력자들이 대부분 이 대학 출신이다. <사진=청화대학 청화신문>

중국에서 "정치를 장악하려면 북경대학을 가고 경제와 과학기술을 제대로 하려면 청화대학(清華大學)을 가라"라는 말이 있다. 중국어로 적으면 掌握政治的是北京大學 掌握經濟跟科技的是 清華大學이다. 기존 중국 정치와 경제계 지도층들을 보면 그만큼 북경 칭화 양대 대학교출신들의 비중이 높다.

3세대 지도자로서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를 거쳐 4세대 지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전 총 서기 및 현 시진핑(習近平) 총서기가 청화(清華 칭화)대학 출신이고 우방궈(吳邦國), 황쥐(黃菊) 등 정계와 재계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올라간 동문들도 부지기수다.

북경대학 출신들도 만만치 않다. 전임 외교부장 탕자쉬안(唐家璿) 및 현임 리커창(李克強) 총리와 차세대 지도자 감으로 부각되기도 했던 후춘화(胡春華), 루하오(陸昊) 등이 북경대학출신들이고 이미 몰락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 당서기, 천시퉁(陳希同) 전 북경시장 등이 다 북경대학 출신들이었다.

물론 공산당 설립 초기 북경 지부 멤버들 12인 중 11인이 북경대학의 교수 임직원 및 학생이었을 정도로 북경대학은 역사적으로 공산당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1차 공산당 대표대회 참석자 명단 중 우리에게 익숙한 북경대 출신들은 마우쩌둥(毛澤東 湖南 長沙 지부: 북경대 교직원),장궈타오(張國燾 북경대 학생), 천두슈(陳獨秀 공산당 상해지부 창시인: 북경대 교수), 리다자오(李大釗 공산당 북경지부 창시인: 북경대 교수) 등이 있다.

청화대학 출신들의 성향이 Group Player에 가깝다고 한다면, 북경대학은 Star Player에 더 가깝다. 청화대학 출신들이 비교적 이과(理科)형 수재들로서 룰을 잘 지키는 편이라고 하면, 북경대학은 낭만적인 성격이 강하고 창조력이 비교적 뛰어나고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전 세계 유수의 경제 업계 및 IT업계 CEO들이 선호하는 대학은 청화대학으로 보인다. Micro Soft사의 빌 게이츠가 2007년 4월 20일 이 대학을 방문한 이후, Apple CEO인 팀쿡이 2013년 10월 23일, Facebook의 저커버그회장도 2014년 과 2015년 10월 25일 청화대학을 방문해 강연했다. Facebook의 마크 저커버그 회장은 두 차례의 방문에서 각각 18분과 22분 동안 직접 중국어로 강연을 하기도 했다.

그는 2014년 10월 22일 강연 인터뷰 때 “왜 중국어를 배우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이 같이 중국어로 답변했다.

“第一,我太太是中國人。她在家說中文,她的奶奶只說中文。我想要跟她們說話(우선 저의 집사람은 중국인입니다. 그녀는 집에서 중국어로 말하고 장모님도 중국어만 합니다. 나는 그들과 얘기하고 싶습니다). 幾年前我和太太決定結婚。我要求她教我中文,她非常吃驚。第二,中國是偉大的國家(몇 년 전 나와 집사람이 결혼하기로 결심하였을 때 나는 집사람에게 중국어를 가르쳐달라고 하였습니다. 둘째, 중국은 위대한 나라입니다). 所以我想學。第三,普通話很難,我一直說英文,但我喜歡挑戰(그래서 중국어를 배우고자 합니다. 셋째 이유는 푸통화(표준 중국어)는 무척 어렵습니다. 나는 영어로만 이야기했었는데 그렇지만 나는 도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참고로 마크 저커버그는 매년 올해의 목표를 세워서 실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2010년 세웠던 목표는 ‘중국어 배우기’라고 한다. 도전한 지 4~5년 만에 대학 강연회에서 제법 긴 시간 동안 연설하고 대화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춘 듯하다.

2016년 현재 청화 출신들은 이미 중국 내 정치계를 넘어서 경제업계와 IT 업계에서 두각을 더 드러내고 있다. 중국 내 상장 회사의 최고위층 중 90여명이 청화대 출신이며 그 범위는 은행, 이동통신업계, 항공운수업, 부동산, 석탄, 전기기기 및 자동차 제조 등 각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현재 청화대 출신들이 포진해 있는 기업의 주가 시세가 약 7조 인민폐에 이를 정도라고 한다.

그중 제일 두드러진 그룹은 아마도 칭화홀딩스(清華控股有限公司)일 것이다. 자회사로는 칭화 유니그룹(Tsinghua Unigroup:清華紫光集團), 치디 홀딩스(Tus holding; 啟迪控股), 칭화퉁팡(Tsinghua Tong Fang: 同方股份) 등이 있다.

칭화유니(Tsinghua Unis)그룹은 2013년 12월 미국에 상장된 중국의 유명한 반도체 업체 스프레드트럼(Spreadtrum) 커뮤니케이션스를 인수했고, 2014년 7월 역시 미국에 상장된 RDA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한 바 있다.

2014년 9월 26일 인텔에서 상기 두 회사의 지분 20%를 15억 달러에 인수해 칭화홀딩스는 명실상부한 중국 최대의 반도체 설계 업체로 부상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2015년 3월 휴렛팩커드의 중국 자회사인 H3C를 인수한데 이어 Micron Technology를 미화 230억 달러에 인수 제의를 했을 정도로 칭화 홀딩스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핵심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어지는 이런 합병 움직임은 자금력이 따라야 하는데, 이를 관장하고 있는 조타수가 바로 2003년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國家發展和改革委員會) 주임을 거쳐 2012년 리커창(李克強)총리에 의해 국무원 부총리로 발탁된 마카이(馬凱)라는 설도 업계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다.

이들 칭화 출신들은 또한 실리콘 밸리로도 진출하고 있다. 예전 스탠포드 대학과 버클리대학 그리고 대만출신 인맥들이 있었다면 이제 그 자리는 칭화인맥으로 대체된 지 오래다. 칭화 기업가 협회(TEEC: TsingHua Enterpreneur &Executive Club)의 Angel Fund와 중국 중앙정부를 대신해 국가 반도체업체 투자 펀드를 관리하고 있는 화캐피털매니지먼트(華創投資 Hua Capital Management)가 그들이다.

미국 반도체의 자존심인 페어 차일드 반도체(Fair Child Semi conductor)를 26억 달러에 인수 제의를 할 정도로 이들은 활발히 전 세계 반도체 업체들을 대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편 칭화홀딩스의 뒤에 청화대학 출신의 숨은 실력자들이 있다고도 한다. 전임 총서기인 후진타우의 아들 후하이펑(胡海峰)이 2007년 칭화홀딩스의 당 서기 자리에 있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칭화홀딩스 및 화캐피탈메니지먼트 외에 수많은 칭화 소속 기업들이 전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고 있다. 중국의 13차 5개년 계획 및 <2025 Made In China> 이란 국가적 전략 그림 속에서 청화대학 출신의 경제, 산업, 금융계 인맥은 전 세계 산업의 패권을 위해 야심차게 꿈을 키워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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