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19.09.02 04:00

2025년 내연기관차 유럽서 판매 중지…고비용·저효율 구조로 R&D 투자 여력 위축
1인당 단위노동비용 2011년이후 연간 57.1% 상승한 반면 노동생산성 20.9% 하락

중국 북경시내 러시아워 시간에 독일(사진=ARRON)
중국 북경시내 러시아워 시간.(사진=ARRON)
내연기관 자동차가 사라지고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미래차가 주류가 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오는 2025년부터 유럽에서 생산되는 차는 전기차가 대부분이고, 하이브리드 차가 일부를 차지할 전망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경쟁력 있는 전기차 모델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판매량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연평균 37.7%씩 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자동차 산업은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일본의 무역제재로 인한 경제 도발과 미·중 무역 전쟁 여파, 내수시장의 수입차 점유율 확대, 노사문제 등 다양한 악재들로 인해 미래차 개발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
뉴스웍스는 3회에 걸쳐 국내 자동차 산업의 현실을 돌아보고 미래차 산업으로의 전환과 그동안 등한시한 제조업의 기초 및 핵심 기술 확보 등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안을 찾아보려 한다. [편집자 주]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올해 하반기 우리의 자동차 매출이 국내와 미국 시장에서 품질 향상과 원화 약세를 이유로 전반기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이 있다. 하지만 글로벌 침체국면 속에서 전기차의 비중이 확대되는 가운데 2018년부터 2024년까지는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2%대로 둔화 될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 매출 증대라는 '과실'을 따먹기가 쉽지 않다는 우려가 적지않다.

무엇보다도 최근 자동차가 이동 수단에서 움직이는 IT 디바이스로 변모하면서 산업생태계도 점차 변화되고 있다. 완성차는 모듈, 부품업계로 이어지는 전통적 수직계열화 구조가 힘을 잃고 서비스 제공 분야별 수평적 구조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자동차의 구동방식도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에서 전기를 사용하는 전기 동력자동차로 변경되면서 자동차산업은 급격한 변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차산업은 이런 흐름을 주도적으로 이끌 자금과 기술, 노사협력 체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참하는데 필요한 역량마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0년~2030년까지 자동차 파워트레인별 판매전망(자료 출처=IHS Automotive (2019.6) )
2020년~2030년까지 자동차 파워트레인별 판매전망(자료 출처=IHS Automotive (2019.6) )

◆2030년 내연기관차 비중 44.6% 예상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신흥시장인 중국과 인도 등의 성장과 자동차 수요는 중·소형차를 중심으로 비교적 높은 연평균 3.8%의 성장세를 보였다. 2018년 이후 미국·EU·중국 시장 둔화와 보호무역 기조강화 등으로 뚜렷한 성장 시장이 없어 약 2%대의 저성장이 예측되고 있다.

전기차의 비율은 2030년 이전에 5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정보업체인 IHS는 지난 6월 보고서를 통해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의 급성장으로 2030년 전동차 비율이 55.4%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각국의 환경규제대응을 위해 글로벌 업체들이 친환경차 모델 출시를 확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동력차 등 미래차 위주의 시장재편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의 자동차 전문지인 포린(Fourin)의 세계자동차조사 2018년 7월자 월보에 따르면 2017년의 경우 일본, 유럽, 중국, 미국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특히 중국과 유럽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업계에서는 전기동력자동차의 비율이 2018년 4.4%에서 2025년 43.2%, 2030년 55.4%로 과반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EV(순수전기차)는 2018년 1.4%, 2025년 8.1%, 2030년 12%까지 확대되고, HEV(하이브리드)는 2018년 2.4%, 2025년 29.7%, 2030년 35.7%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반해 기존 내연기관차는 2018년 95.6%에서 2025년 56.8%, 2030년 44.6%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 동력차(HEV, PHEV, EV, FCEV)의 판매량 및 구성은 배터리 등 요소기술 전망, 자원가격 변동, 정부 정책 등에 따라 각 국가의 보급 및 발전에 대한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최근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내연기관 퇴출을 추진하고 있어 친환경차의 판매비중이 급팽창할 가능성이 높다. 네덜란드·노르웨이는 2025년, 프랑스·독일·인도 2030년, 영국·중국은 2040년까지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금지한다고 발표해 각 국가에서 전동화 차량에 대한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또한 IT, 전자 등 이종기업이 적극적으로 전장산업에 진출하는 가운데 기존 부품사와 주도권 확보를 위해 경쟁과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추격과 일본의 부활

세계 최대생산국인 중국이 토종업체를 중심으로 내수침체를 탈출하기 위해 수출 확대로 전환할 경우 해외시장에서 한국차와 정면 경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동차 전망 기관인 LMC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차 내수시장은  연평균 2~3%로 증가율이 대폭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길리, 장성, BYD 등 토종업체는 내수 침체로 인한 부진을 수출로 해결하기 위해 나서면서 한국업체는 중국시장을 포함한 전 세계시장에서 중국업체와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했다.

이를 대변하듯 한국차의 중국 내수시장 점유율이 2014년 10.4%에서 2017년 5%, 2019년 1분기 4.8%로 급하락했다. 중국 선두업체 차량의 성능과 품질은 이미 한국과 대등한 수준까지 향상됐으며 가격 경쟁력은 30% 이상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현대차 투싼은 17만~24만 위안, ix35는 최저 가격 11만9900위안에 판매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 토종기업 중 SUV 판매 1위인 창청자동차는 투싼과 동급 모델 H6를 절반 가격인 10만 위안(한화 약 1700만원),  창안자동차는 ix35와 동급 모델 CS35플러스를 6만9900위안~10만4900위안(1200~1811만원)에 판매한다.

중국차는 품질도 나쁘지도 않다. 미국 JD파워 신차 품질 조사에서 평가 점수가 2005년 중국차는 외국차 평균보다 190점이 낮았다. 2017년에는 점수차가 현격히 좁혀져 22점차로 품질이 향상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우리나라와 무역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은 아베정권 출범 이후 통화 완화정책으로 가격경쟁력을 제고하며 수출 및 해외생산량 측면에서 한국차와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 수출은 2015년부터 증가세로 전환해 2018년 486만대로 2014년 대비 약 40만대, 8.8%가 증가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2018년 245만대로 2014년 대비 약 60만대, 20%가 감소했다. 일본 업체의 해외생산은 2018년 총 2024만대로 2010년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업체는 2018년 총 406만대로 2016년 대비 59만대가 감소했다.
 
글로벌 시장의 침체 속에서 중국의 급발전과 일본의 부활은 한국 자동차 산업에는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내 승용차시장 업체별 점유율 변화 추이(자료 제공=한국자동차산업협회)
국내 승용차시장 업체별 점유율 변화 추이(자료 제공=한국자동차산업협회)

◆국내차, 2011년 466만대 생산이후 뒷걸음

국내 자동차 산업은 2015년 이후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정책, 노후차 교체지원 정책 등에 힘입어 연간 180만대 수준에서 내수시장이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수입차의 내수시장 잠식으로 국산차 판매가 감소하고 있다.

국산차 판매는 지난해 2% 감소에 이어 금년 1분기에도 0.6% 줄었다. 반면 수입차 판매는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사태와 2016년과 2017년 일시 주춤했으나 2018년 10.8%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며 사상 최대 판매량 및 최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내수 시장은 현대·기아차가 수입차와 경쟁하는 시장구조를 가지고 있다. 국민소득의 증가와 다양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선호로 인해 수입차 비중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내수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승용차 시장점유율은 2010년 70.1%에서 2013년 69.7%, 2016년 61.9%로 하락했고 지난해는 66.7%까지 떨어졌다.

한국 GM과 르노삼성의 경우 모기업 차량을 본격적으로 수입·판매하기 시작하면서 국산차의 입지가 약화되는 부분을 업계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국내 생산량을 줄이고 수입 모델 판매에 집중해 결국 제조를 버리고 판매에 집중하는 경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차 업체의 자동차 생산은 2011년 466만대 최대 생산 이후 2015년까지 450만대 수준으로 정체되어 있다가 2016년 423만대로 30만대의 감소가 발생하며 2017년 411만대, 2018년 403만대로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국내차 업계의 자동차 생산은 0.6%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부터 자동차 제조업 가동률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유휴설비 증가와 고용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생산유연성 국제비교(자료 제공=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동차산업의 생산유연성 국제비교(자료 제공=한국자동차산업협회)

◆노조, 생산현장에서 통제권 행사

과거 우리 업체는 글로벌 주요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장점으로 시장 확대를 이뤄왔다. 하지만 최근 5년간 국내 자동차 업체는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국산차의 판매 가격이 매년 상승하고 있어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고 있다. 독일, 일본 등 선진국 업체에 밀리거나 상대적으로 시장 확대가 저조한 이유다. 반면, 경쟁사인 토요타와 폭스바겐이 판매하는 자동차는 가격을 낮추거나 최소한의 상승폭을 유지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업체가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은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이 12% 이상으로 임금 부담이 커져 원가 경쟁력을 상당부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업체(현대차 기준)는 자동차 1대당 생산 투입시간이 26.8시간으로 토요타 24.1시간, 포드 21.3 시간, GM 23.4시간 보다 더 많이 소요되어 생산성이 떨어진다.   

2012년 이후 국내 자동차산업의 1인당 단위노동비용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반면, 노동생산성은 7년 연속 하락하고 있다. 1인당 단위노동비용이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연간 57.1% 상승한 반면, 1인당 노동생산성은 오히려 20.9% 하락했다.

더불어 우리나라 노조는 전환배치 시 사전합의, 해고의 엄격한 기준, 사용단위시간의 짧은 탄력적 근로시간제도, 사내 하도급 제한 등 생산현장의 통제권을 갖고 있어 수요에 대응한 생산량 조정이 사실상 어려움이 많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현대차의 펠리세이드의 경우에서도 예약 고객의 많은 이탈 후 뒤늦은 노조와의 증산 합의로 현대차는 판매량 증대의 기회를 일부 놓치게 됐다.

반면, 선진국 업체들은 근로시간, 전환배치 등은 물론 파견제 허용 등 생산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산차는 고임금, 낮은 생산성, 유연성 부족 등에 따른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한국차는 2005년 이전 일본차 대비 약 10~20%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으나,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상승이 지속됨에 따라 최근에는 모든 차급이 10% 이내의 가격차로 줄어들었다. 사실상 가격에 따른 이점이 사라진 상태다.

최대 경쟁시장인 미국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겨우 확보했던 시장 점유율을 일본에 다시 빼앗기고 있다.

이러한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는 수익성 악화에 직접적 영향을 미쳐 R&D 투자 여력을 위축시키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2.4%로 대폭 하락했지만 R&D 투자액은 4조4000억원으로 확대했다. 그럼에도 토요타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도 현대·기아차는 2.9%로 경쟁사의 4~5% 보다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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