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8.29 15:00

황교안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상식조차 없는 정부” 
오신환 "나라 어지럽히는 것은 조국·청와대·민주당"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두 번째)가 지난 28일 오전 인천 남동구 삼천리기계에서 열린 '소재-부품-장비 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두 번째)가 지난 28일 오전 인천 남동구 삼천리기계에서 열린 '소재-부품-장비 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지난 27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관련된 30여 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자,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당혹감을 넘어 불쾌감까지 드러낸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청와대와 여당이 검찰과 언론을 겁박하는 것으로 간주하면서 조국·청와대·민주당을 향해 십자포화를 쏟아부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나 검찰에 대해 직접적인 비난을 하지는 않았지만, '문건 유출 사태'를 고리로 간접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했고, 민주당은 이해찬 대표가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시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9일 'TV조선'이 노환중 부산의료원장 방에서 압수한 문건 내용을 압수 당일 보도한 것과 관련해 "압수수색 과정 속에서 해당 언론사가 어떻게 그 문건을 확보했는지 궁금하다"고 유출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28일 오전 인천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후보자의 청문회를 앞두고 검찰이 전격적으로, 전방위적으로 30군데 압수수색을 했다는 뉴스를 어제 처음 우리가 접한 것"이라며 "(법무부 등이) 사전에 몰랐는데 언론은 압수수색 과정을 취재했다고 한다. 언론에는 취재를 시키며 관계기관과는 전혀 협의를 안 하는 전례 없는 행위가 벌어졌다"고 개탄했다. 또한, "이 점이 훨씬 더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고 힐난했다.

이 자리에서 설훈 최고위원은 "검찰은 분명히 피의사실 공표죄를 범하고 있다"면서 "어제 압수수색 현장에서 부산대 노환중 교수의 개인PC가 압수됐는데 문서파일 제목과 내용까지 특정 언론에 그대로 실려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누가 과연 검찰에게 이런 범행을 저지르도록 용납했는지 분명히 유출자를 찾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광온 최고위원도 나서서 "검찰은 엄정하게 수사하되, 수사기밀과 압수수색 자료 관리 또한 엄정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고 수사기밀 또는 자료가 의혹을 증폭시키는데 악용된다면 검찰 수사는 국민들로부터 또 다른 의혹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의 검찰에 대한 불만이 가감없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이런 가운데, 박선영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정권은 정말 권모술수에 도가 텄다. 조국 사건 관련 압수수색은 추석 민심을 윤석열과 검찰에게 돌리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권모술수이자 묘수"라고 평가했다.

이어 자신이 추측하는 향후 정국 전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박 교수는 인사청문회법 제16조를 근거로 "청문회를 이틀 아니라 사나흘을 해도 청문회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는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안' 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합법적으로 피할 것이고, 자료도 중요한 것은 제출 안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계속해서 "따라서 청문회는 김빠진 맥주, 닭 쫓던 개 만도 못하게 된다"며 "당장 오늘 저녁부터 모든 언론은 압수수색과 수사기사로 모든 언론은 도배를 할 것이고, 동시에 특검 주장도 물리칠 수 있다는 점에서 묘수 중의 묘수가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특히, "추석밥상에 조국은 사라지고 조국 사건에 칼을 빼든 것처럼 포장된 윤석열은 한순간에 국민의 영웅이 된다"며 "검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을 속이고, 국민의 사랑과 박수를 한 몸에 받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마지막으로 "수사결과는 부지하세월이어서 정국은 다시 이 정권 주도로 흘러갈 것이고 곧바로 총선모드가 펼쳐질 것"이라며 "일반대중의 입장과 태도는 순식간에 뒤 바뀌는 것이 대중민주주의의 함정이다. 나이가 들면서 아인슈타인의 이 표정이 자꾸만 떠오르면서 부디 내 불길한 생각이 잘못된 기우이기를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박 교수는 '문재인 정권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고리로 해서 정권의 위기를 무난히 수습하고 다가오는 내년 총선까지 유리한 고지를 점한 채 주도권을 틀어쥐려는 시도'로 해석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최근들어 연일 내놓고 있는 반응은, 윤석열 총장의 '진정성'을 인정하면서 청와대와 민주당에게 맹공을 퍼붓는 양상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권과 친문 세력들이 대놓고 검찰을 겁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며 “여당 대표는 이번 검찰 수사에 대해서 ‘관계기관과 전혀 협의하지 않은 일’이라면서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길’이라고 비난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이어 “검찰이 공정한 수사를 하는데, 누구와 협의를 해야 한다는 것인가. 여당과 협의를 해야 된다는 것인가. 정치권과 야합을 해야 된다는 것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어느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검찰이 권력형 게이트를 수사하면서 여당과 협의를 하는지 진지하게 되묻고 싶다"며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상식조차 없는 정부”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전임 정권을 이 잡듯 수사하는 검찰은 정의의 검찰이지만, 현 정권의 부패를 파고드는 검찰은 반발하는 기득권”이라며 “‘나를 힘들게 하면 적으로 만들고 폐단으로 몰아가자’ 이것이 문재인 정권식, 민주당식 적폐방정식”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의 전희경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정조준 해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는 것은 무수한 비리와 불법의혹으로 이제는 검찰의 강제수사 대상이 된 조국 후보자"라며 "청와대 눈치보며 궤변, 거짓말로 조국을 변호하는 더불어민주당이다"라고 힐난했다. 아울러 "무엇보다 조국의 말도 안되는 버티기를 묵인, 방조하고 지명철회 하지 않는 대통령"이라며 "나라 어지럽히는 장본인들이 검찰을, 언론을 겁박하는 적반하장 형국"이라고 메스를 가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도 청와대와 민주당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쏟아부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청와대와 민주당은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을 기를 쓰고 밀어붙여 놓고 말 안 듣는다고 적폐낙인을 찍고 있다"면서 "조 후보자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이해찬 대표가 '검찰이 나라를 어지럽힌다'는 귀를 의심하게 하는 망언을 쏟아냈다"고 질타했다. 이어 "대체 누가 나라를 어지럽힌단 것인가"라며 "나라를 어지럽히는 것은 검찰이 아니라 고래힘줄처럼 버티는 조 후보자와 그를 감싸는 청와대와 민주당"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날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기자와의 만남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스타일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나 음모론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그는 예전부터 그 대상이 누가됐건 간에 혐의점이 포착되면 수사에 들어가고, 수사했는데 죄가 있다고 밝혀지면 기소하는 심플한 소신파였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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