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9.08.29 16:56

이재용, 뇌물액수 50억원 넘어…'경영권 승계'란 부정한 청탁 대가로 영재센터도 지원
뇌물액수 올라가도 최고형량 5년으로 정해져 있어 이 부회장 집행유예 가능성 높아
파기환송심, 박 전 대통령 뇌물 혐의 놓고 다른 범죄 혐의와 구별해 따로 선고해야

왼쪽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 부회장 (사진=뉴스웍스DB)
왼쪽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개명 후 최서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남빛하늘 기자] 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개명후 최서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고심에서 모두 2심 재판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29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과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징역 20년 및 벌금 200억원을 선고한 최씨의 2심 재판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의 1·2심 재판부 모두 다른 범죄 혐의와 구별해 따로 선고해야 하는 뇌물 혐의를 분리하지 않아서 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등 공직자에게 적용된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뇌물 혐의는 다른 범죄 혐의와 분리해 선고하도록 한다. 공직자의 뇌물죄는 선거권 및 피선거권 제한과 관련되기 때문에 반드시 분리해 선고하도록 한 것이다. 

대법원은 검찰의 주된 상고 이유인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수첩과 진술의 증거능력에 대해선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상고 이유가 된 업무수첩 내용은 증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간접증거로 허용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앞서 1심에선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2심은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원을 선고한 바 있다.

최씨에 대해서는 미르·K스포츠재단 등의 출연금을 기업에 요구한 행위가 강요죄가 성립될 정도의 협박은 아니라고 판단, 강요죄 유죄를 선고한 2심 판단이 잘못이라고 판결했다.

최씨는 박 전대통령과 함께 롯데·SK그룹 등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강요하고, 삼성으로부터 정유라 승마지원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최씨의 1심은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원 및 추징금 72억원을 선고했고, 2심은 징역 20년에 벌금 200억원으로 형을 일부 가중했다.

이 부회장에 대해서는 2심 재판부가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한 '정유라 말 구입액'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에 대해 "법리오해가 있고 심리가 부족했다"면서 다시 재판하라고 했다.

이 부회장의 2심은 삼성이 대납한 정유라 승마지원 용역 대금 36억원은 뇌물로 인정했지만, 말 구입액 34억원과 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은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았거나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뇌물이 아니라고 봤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말 구입액 자체가 뇌물에 해당하고, 영재센터 지원금도 삼성의 경영권승계 현안과 관련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지급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뇌물을 공여하며 당시 상성그룹의 승계작업의 도움을 얻겠다는 부정한 청탁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 뇌물의 대가가 당시 삼성그룹의 최대 현안이었던 승계작업에 대한 청와대와 정부의 도움이라 봤고,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묵시적 청탁'이 성립했다고 봤다.

앞서 이 부회장의 항소심은 "승계작업이란 '부정한 청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 이 부회장의 일부 뇌물공여액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대법원 판단에 따라 박 전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유죄가 인정된 뇌물 혐의에 대해 다른 범죄 혐의인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 등과 구별해 따로 선고해야 한다. 범죄 혐의를 한데 묶어 선고하지 않고 분리 선고할 경우, 형량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최씨는 2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일부 강요 혐의 등을 무죄라는 취지로 파기됐지만, 형량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은 뇌물혐의를 다시 판단하고, 뇌물액과 횡령액을 다시 산정해 형량을 정하는 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2심에서 뇌물로 인정하지 않은 말 3마리 34억원이 모두 뇌물로 인정되면서 총 뇌물액수가 50억원을 넘었다. 이 경우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이 부회장이 이미 353일 동안 수감생활을 했고, 1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횡령액 전부를 변제했다는 점 등이 근거로 작용할 전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뇌물인정액수가 올라가도 최고 형량이 5년으로 정해져 있어 집행유예 가능성이 있다”며 “무엇보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2월 석방된 후 혐의와 관련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를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특검이나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거나, 청구하더라도 재판부가 구속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서울고법은 대법원이 파기한 이유를 다시 판단한 뒤 최종 형량을 정하게 된다. 통상 대법원에서 사건이 파기환송될 경우 6개월~1년 내에 확정판결이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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