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9.02 14:18
원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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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입시 논란으로 촉발된 '대학입시제도의 개혁'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동남아시아국가 순방을 위해 출국하면서 "대입 제도 전반을 재검토해달라"고 언급하면서 급물살을 타게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입시 제도의 개편'의 함의(含意)는 단순한 교육제도의 변경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면서 신분상승의 통로가 거의 다 막혔다는 인식이 적잖은 상태에서 '교육을 통한 사다리'의 중요성에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청년들이 분노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교육문제에 있어서 '공정성 확보의 관건'은 무엇일까. 또한, 어떻게 해야 그야말로 '개천에서 용(龍)이 나오는 사회'가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법을 도출해내는 것은 이제 우리 모두의 숙제가 된 느낌이다.

이와 관련해,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입을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입 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한 데 대해 '물타기'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황교안 대표는 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의 '비리 백화점' 조국 지키기가 도를 넘었다"며 "어떻게든 조국을 지키려는 모습이 정말 불쌍해 보일 정도였다"고 일갈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대통령이 얼마나 우리 국민들을 우습게 보는지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이제 와서 입시제도 재검토를 얘기하는 것도 결국 물타기로밖에 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결국 조 후보자 한 명 지키겠다고 그해 입학생 전부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 것과 다름없다"며 "이런 식으로 본질을 흐리는 대통령에 대해서 국민은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야당만이 입시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지난 8월 21일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다들 인정하시겠지만 교육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역린"이라며 "왜냐하면 우리 국민들이 결코 양보하지 못하는 기회의 평등의 문제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월 26일 국회에서는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이 주최한 '청년이 말하는 조국 후보와 입시 비리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불공정성'이라는 주제의 '긴급 청년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경희대학교 김병민 겸임교수는 '조국판 스카이캐슬 의혹의 전말과 시사점'이라는 제하의 발표문을 통해 "특권과 반칙 없는 세상을 주장해 온 이들에게 '적폐'는 오로지 반대 진영의 인사들에게만 해당된다는 이분법적 논리에 다름 아니다"라며 "공정한 사회의 질서를 유린한 기득권의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한다면 이후, 대한민국 사회는 정치적 논리에 따라 무엇이든 정당화될 수 있는 대혼란의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미 문재인 정부 검찰권력이 정치적 중립에 관한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서 조 후보자에게 제기된 수많은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유일한 방법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특검을 통해 이뤄질 수 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 같은 언급은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그동안 내세웠던 '공정'과 '정의'가 사람과 정치세력에 따라 달리 적용돼왔다는 비판으로 풀이된다. 이런 해석이 틀리지 않았음은 그의 다음 발언으로도 확인된다. 그는 "(진보 측이) 특권과 반칙없는 세상 얘기해왔는데 자기들끼리 만든 세상, 80년대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대의, 지금은 통일 한민족의 위대한 꿈이 있는 것 같다"며 "그 대의에 동참하지 않으면 적, 그 대의가 너무 중요해서 조국 후보자 사건은 조족지혈로 치부해버리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시사평론가 장예찬 씨는 '뉴미디어를 중심으로 본 조국 사태에 대한 2030세대의 반응'이라는 주제문에서 "20대의 키워드 공정인데 평창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 때 20대들의 반대, 강제로 북한 선수들과 훈련하게 해서 억지감동에 분노, 그 이후에 공정이란 키워드에 반대하는 조국 딸의 입시"라며 "한국당 집회 주도와 무관한 것이고, 지금은 사회적 공정이라는 키워드의 분노"라고 규정했다. 

장예찬 씨는 20대들의 키워드가 '공정'임을 직시하면서, 그동안 현재의 집권세력들이 그것에서 벗어났던 사례들을 적시한 것이다.

옥지원 씨는 "조국 사태로 진보세력의 위선이 벗겨지고 민주당이 누려왔던 가치체제를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많은 청년들이 입시 공정성 대안이 나오길 바라고 있다. 정책적인 과제 대안으로 수시 축소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과제가 있을지 알아봤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입시제도 개혁'을 위해 수시 축소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앞서 지난해 12월 11일 '학생부종합전형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교육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비판했다. 이기정 서울 미양고등학교 교사는 "학부모에게 학종은 괴물일 뿐이고, 학종은 위선의 입시로, 가장 많은 종류의 사교육을 유발하고, 사교육비가 들어가는 입시제도"라며 "일부 학종 주창자들이 '학종은 수능전형 등에 비해 사교육을 적게 유발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완전한 억지로, 그들은 상위권 대학일수록 학종 안에 수능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외면한다"고 비판했다. 

우리교육 연구소의 이현 소장은 "학종은 대입 경쟁에서 '공평한 기회'를 보장하지 않으며, 그 전형 과정도 불투명하고 공정하지 않다"며 "치열하게 노력하는 수험생들을 이러한 '괴물' 같은 제도로 우롱하는 일이 더 이상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대학 준비 교육과정의 성취 수준을 가장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으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은 학교 내신 성적과 수능 성적"이라고 잘라말했다.

정치인들과 교육전문가 그리고 청년세대들의 외침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이를 위해서는 '공정'이 보장돼야 하며, 공정하기 위해선 입시제도가 개혁돼야 하고, 입시제도 개혁의 요체는 '학종'의 철폐와 '수능성적 중심의 평가'가 핵심이라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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