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19.09.03 10:10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0.0%는 공급측 요인에 상당부분 기인"
"연말부터 0% 중후반 수준 상승…저물가 장기화 시 경제활력 저하시킬 수 있어"

김용범 차관 (사진=기획재정부)
김용범 차관 (사진=기획재정부)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3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월 0%로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며 “물가상승률이 급격히 낮아진 것은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낮은 상황에서 농산물 및 석유류가격 하락 등 공급측 요인의 일시적 변동성 확대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이날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와 거시정책협의회를 열고 최근 물가동향 등 거시경제 여건과 대응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거시정책협의회는 기재부와 한은이 국내외 거시경제 현안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하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2011년 설치한 부기관장급 협의체를 말한다.  

김 차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물가는 기본적으로 수요측과 공급측 요인에 의해 결정되고 공공요금과 조세, 복지정책에 따른 소비자부담의 변화 등 정책요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며 “농산물과 국제유가 등 공급측 요인은 기상상태와 국제적 수급, 지정학적 요인 등으로 변동성이 높아 물가의 단기적인 급등락은 공급측 요인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도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유가 및 농산물 가격이 특정연도에 크게 오르거나 크게 내리면서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많이 줬다”며 “올해도 이러한 현상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차관은 “8월 물가상승률이 하락한 요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농축수산물 가격은 기록적인 폭염 등으로 지난해 8월 4.6% 상승했으나 올해는 봄부터 여름까지 이어온 온화한 날씨 등으로 7.3% 하락했다”며 “국제유가도 작년 8월 배럴당 73달러에서 올해 8월 59달러까지 떨어지면서 8월 물가상승률을 0.15%포인트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이러한 공급측 요인의 가격하락은 8월 물가상승률을 전체적으로 0.74%포인트 낮췄다”며 “농산물과 석유류가격이 예년(과거 3년평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면 8월 물가상승률은 1% 중반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정책적 요인도 물가상승률을 낮추는데 영향을 미쳤다”며 “유류세 인하와 건강보험 적용 확대, 무상급식 등 복지정책 확대로 가계의 부담을 감소시켜 8월 물가상승률을 약 0.20%포인트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8월에도 개인서비스 등 기타 품목은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물가상승률을 약 0.92%포인트 상승시켰다”며 “이러한 물가 상승요인(0.92%포인트)을 공급측(-0.74%포인트), 정책적(-0.20%포인트) 요인이 상쇄해 8월 물가상승률이 0% 수준으로 나타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차관은 “일각에서는 수요둔화로 저물가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이번 우리나라의 저물가 상황은 수요측 요인보다는 공급측 요인에 상당부분 기인한 것”이라며 “물가수준이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변동성이 큰 공급측 요인과 서민 부담 완화를 위해 추진되는 정책요인을 제외한 물가상승률은 1% 초중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농산물·석유류 등을 제외하고 별도로 편제하는 근원물가는 1% 내외에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차관은 “당분간 공급측 요인의 기저효과가 지속되면서 물가상승률은 0% 내외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며 “기저효과가 완화되는 연말부터는 0% 중후반 수준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글로벌 경기둔화,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 우려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므로 저물가 흐름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활력을 추가로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정부는 세계적인 저성장·저물가 흐름을 예의주시하면서 우리경제의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재정지출 확대 등 확장적 거시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 및 내수 활성화 등 기 마련한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면서 하반기 경기보강을 위한 대책도 조속히 마련해 시행하겠다”며 “앞으로는 물가 상·하방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꼼꼼히 점검하고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