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승욱 기자
  • 입력 2019.09.06 05:00

 

(사진=박인기)

8월 23일 금요일이다. 정신적인 길, 까미노 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걷기를 끝냈다. 오늘 아침 29유로 짜리 관광버스를 타고 9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육체적인 길, 피니스테레(Finsterre)와 무시아(Muxia)를 둘러보았다. 

(사진=박인기)

오전 11시부터 11시30분까지 먼저 오레오(Hórreo)를 견학했다. 스페인의 오레오는 둥그렇거나 사각형의 나무 또는 돌로 만들어진 고가식 곡물창고를 의미한다. 스페인에서 두 번째로 큰 오레오이다. 350년 전 절대 권력이었던 교회의 위상을 그 크기로 경쟁하던 것의 상징이었다는 갈라시아 지방의 피니스테레 오레오이다. 감자와 옥수수, 토마토 등 야채와 곡식을 하나님의 성전, 교회에 십일조로 떼어 성물하면 교회에서 보관하던 창고형 건축물이다. 동물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2m 가까이 높게 지었으며 외부 공기가 자연 통풍되도록 돌벽 사이틈을 내어 만들었다. 길이가 약 35m, 갈리시아 지방에서 제일 큰 것이라고 한다.

(사진=박인기)

이어 11시45분부터 12시30분까지 폭포를 구경했다. 유럽지역에서는 강에서 바다로 떨어지는 유일한 폭포로 유명하다고 한다. 증명사진 한 장 찰칵!

우리 제주도 서귀포 정방폭포... 약 35년 전 찾았던 그곳을 생각나게 하는 폭포다. 이들은 산으로 둘러쌓여 깊숙이 들어 온 물줄기를 이용해 그 밑에서 바다까지 카누를 이용해 노를 젓는 체험상품까지 개발했다. 참 치밀하고 지혜로는 스페니쉬~

(사진=박인기)

오후 1시부터 2시46분까지 대서양에 면한 항구 피니스테레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어 3시40분까지 '세상의 끝'(the end of the world)으로 알려진 피니스테레를 둘러보았다. 피니스테레는 Finin(끝)과 Terra(땅)이 합쳐진 말이라고 한다.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에서 서쪽으로 89㎞ 떨어진 곳이다.

(사진=박인기)

순교한 아고보의 시신이 신자들에 의해 돌배에 실린 채 바다를 건너 피니스테레에 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성지순례의 종착점으로 여겨져온 곳이다. 이를 감안, 표지석에는 '㎞ 0.000'으로 표기되어 있다. 조가비 방향 표시도 없는 게 주목된다.

그리고 4시50분까지 피니스테레에서 북쪽으로 31㎞ 거리에 있는 작은 항구 무시아를 구경했다. 아고보가 거친 파도로 사고가 잦아 '죽음의 바다'로 불렸던 이 마을에 도착, 선교를 하려 했을 때 마을주민들은 네가 말하는 예수라는 사람은 잘 모르겠고 우리에겐 우리의 신이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 때 성모 마리이가 돌배를 타고 와 어려움을 겪고 있던 아고보를 도와주면서 내가 너희들을 지켜줄 테니 성당을 지어야할 것이라고 말해 성당이 건립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사진=박인기)

또 하나의 성지순례 종착점으로 인정돼 이곳을 상징하는 돌탑에도 '㎞ 0.000'으로 표기되어 있다.

비로소 모든 일정이 다 끝난 것 같다. 무리없이 잘 마무리한 데에는 루마니아 두 여인의 도움의 손길이 컸다. 프리미티보 동지라며 연 3일동안 숙소를 알아봐 주고 예약까지 해줬으니 말이다. 그들은 내일 휴가일정울 모두 끝내고 마드리드를 거쳐 루마니아로 돌아간다고 한다. 큰 은혜를 입었다. 아, 프리미티보~!

프랑스인, 이태리인, 스페인인, 독일인, 영국인, 한국인, 루마니아인... 생긴 모습들은 다 다르지만 정신적으로는 모두 하나다.

(사진=박인기)

사랑 친절, 검소와 겸손... 세상 속에서 그간 세상의 많은 사람들, 특히 아시아, 중국, 특히 인디아 사람들한테 받았던 진심 어린 사랑을 회상하며 불현듯 눈시울이 뜨거워진 루마니아인 오하나가 그 감동을 얘기하는 진심에 나 또한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천하만물여아동근(天下萬物與我同根)만물여아위일(萬物與我爲)一’...호접몽(胡蝶夢)그리고 지락(至樂)

*편집자 주=박인기는 강원대학교 멀티디자인학과에서 디자인을 가르치다가 정년 퇴임한 교수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우그룹 제작부, 애드케이 종합광고대행사 등에서 직장생활을 한뒤 대학 강단에 섰다. 강원대 철학과에서 동양철학 박사학위과정도 수료했다. 대학 시절부터 산악부 활동에 심취했던 그는 올해 70살이 되자 비로소 세상으로부터 한결 자유로워졌다고 한다. 그동안 꾸준히 산악부 OB들과 종종 산을 찾아 마음을 비우곤 하던 그는 지난 겨울엔 여름 호주 ‘The Prom’에서 4박 5일 백패킹을 했다. 이번엔 60일 동안 숙박을 겸한 산티아고 백패킹에 도전한다. 내년 겨울엔 호주에서 6박 7일간 ‘Overland Track’에서 백패킹하기로 이미 예약까지 마쳤다. 즐겁게 80살까지 세상 트레킹하는 것이 '걷는 삶', '꿈꾸는 삶'의 소망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  "꿈꿀 수 있고 살 수 있으면 그게 모두 산이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그는 7월 6일 13시20분 대한항공 여객기로 인천공항에서 프랑스 파리로 출발했다. 뉴스웍스 독자들도 그와 여정을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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