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승욱 기자
  • 입력 2019.09.07 05:00
미소를 짓고 있는 필자 (사진=박인기)
미소를 짓고 있는 필자 (사진=박인기)

8월24일 아침 7시 30분, 알베르게를 나서 캐드럴로 향했다. 광장은 아직 한산하고 MUSEO는 9시 연다고 한다.

빵과 소시지가 아니라 국물로 아침을 해결하고자 골목길을 기웃거렸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다. 다시 알베르게로 향하다가 같은 순례길 동지를 광장에서 만났다. 크리덴샬 오피스 위치를 알려주고 돌아와 숙소를 나와 천천히 버스터미날로 향했다. 걸으며 산티아고에서 들뜬 가운데 바빠 머물었던 이틀간의 시간을 비로소 차분히 더듬어보았다. 

이틀 전 8월 22일, 캐드럴 광장에 입성하자마자 넘치는 인파의 소란스러움 속에서 사진촬영부터 끝낸 뒤, 어수선한 가운데 마음 한 구석에 밀려오는 아쉬움, 허전함, 쓸려가는 허탈감이 있었지... 이제 무엇을 더 해야 하나? 

오늘 투숙할 알베르게부터 찾고 샤워 후 크리덴샬 오피스를 방문해야야 한다. 루마니아 천사들과 오후 5시30분 다시 광장에서 만나 크리덴샬 오피스에 함께 가기로 하고 호스텔을 찾아나섰다. 그곳에서 참 오랜만에 맛보는 '독립공간 샤워'의 자유로움을 느꼈다.

이어 찾은 크리덴샬 오피스는 넘치는 순례객 인파로 시장통을 이루고 있었지. 프린세스, 잉글리쉬, 포루투갈레, 프리미티보, 노르테 등 유럽 전역에서 출발했을 순례객들이 최종적으로 들려 걸어 온 거리를 증명받고 확인서를 교부받는 곳이다.

(사진=박인기)

전자 출력 내 순번표는 1431번, 아직도 30여분 더 기다려야 한다. 이곳은 이렇게 북새통을 이루며 매일 저녁 8시 마감시간 까지 약 1,500명 정도의 순례객이 증명서를 받아드는 것 같다. 3유로 지불하고, NORTE, PRIMITIVO 까미노 공식거리 807㎞ 증명서를 받았었다.

증명서를 발급받고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박인기)

천천히 지나 온 길을 복구해보며 나도 모르게 외쳤었다. ‘부엔 까미노~ 그라시아스!’  탱큐 탱큐~!

(사진=박인기)

이제 포르투갈이다. 산티아고와 한 시간 시차다.

 

(사진=박인기)

 4시간 여 달려 온 오후 7시경 포르토, 리오 도우로(Rio Douro)강가에 위치한 블루삭스 호스텔(Blue Socks Hostel)을 찾는데 조금 헤맸지만 이곳은 멋진 풍경의 강가에 위치한 스트레스 해방구~, 제대로 찾아 왔구나 싶다. Let’s Enjoy 3 Nights! 탱큐!

여장을 풀자마자 Rio Douro 강가에 위치한 한 레스토란테, 호스텔에서 추천한 전통식 ‘Francesinha’와 와인 한 병을 마시며 석양 속을 거니는 인파의 실루엣을 느긋하게 감상했다.

(사진=박인기)

홍합 안주요리도 별미였다. 늦은 밤, 약 27유로 지불하고 축구경기를 시청하며 열기 뜨거운 음식점 골목길로 어슬렁어슬렁 접어들었다. 저녁 공기가 꽤 춥기 때문이다.

(사진=박인기)

Bye~ Camiño Del Norte & Camino Primitivo, See you!

◇오늘의 순례길=Santiago→Bus Station→PORTO, BlueSocks Hostel

*편집자 주=박인기는 강원대학교 멀티디자인학과에서 디자인을 가르치다가 정년 퇴임한 교수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우그룹 제작부, 애드케이 종합광고대행사 등에서 직장생활을 한뒤 대학 강단에 섰다. 강원대 철학과에서 동양철학 박사학위과정도 수료했다. 대학 시절부터 산악부 활동에 심취했던 그는 올해 70살이 되자 비로소 세상으로부터 한결 자유로워졌다고 한다. 그동안 꾸준히 산악부 OB들과 종종 산을 찾아 마음을 비우곤 하던 그는 지난 겨울엔 여름 호주 ‘The Prom’에서 4박 5일 백패킹을 했다. 이번엔 60일 동안 숙박을 겸한 산티아고 백패킹에 도전한다. 내년 겨울엔 호주에서 6박 7일간 ‘Overland Track’에서 백패킹하기로 이미 예약까지 마쳤다. 즐겁게 80살까지 세상 트레킹하는 것이 '걷는 삶', '꿈꾸는 삶'의 소망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  "꿈꿀 수 있고 살 수 있으면 그게 모두 산이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그는 7월 6일 13시20분 대한항공 여객기로 인천공항에서 프랑스 파리로 출발했다. 뉴스웍스 독자들도 그와 여정을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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