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9.09.08 05:00
8월 25일 일요일이다. 지난 순례길을 되돌아봤다. 순례길은 예의를 경험하는 길이다.
종교적 의미에서 수많은 기독교인은 천여년을 이어 온 선조들의 종교적 삶의 흔적을 더듬으며 오래된 크고 작은 성당, 천국문을 지키는 교회와 공동묘지, 길가 조그마한 믿음의 상징물들울 보고 느끼면서 사람들 사이의 예의를 경험한다.
그러나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길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거나 자신을 성찰하기 위해서 순례길을 찾는다.
그들이 보고 느끼는 건 쇠락한 성당과 정교하게 표현된 예술성, 그 속에 담겨 있었을 절대권력의 위엄과 경탄의 대상 뿐만이 아닐 것이다. 내리쬐는 태양 속 빛나는 이국적 풍경과 스페인 사람들의 흥겨운 풍속, 그리고 이어지는 맥주, 와인, 이색적인 음식과 언어,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일 것이다.
동서고금 종교와 예술, 문화는 사람의 것이다. 따라서 예의에 관한 순례길의 경험은 꼭 천 년을 이어온 과거 사람들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 지금도 생생하게 면면히 변하지 않고 이어지는 사람들의 미소, 자연스런 손길 그리고 열린 마음은 항상 이곳에 넘쳐나고 있으니까 말이다.
나에게 까미노 순례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감을 통한 친절함의 체험이었다. 그 사랑, 검소, 겸손함의 감동은 나의 일상생활 속에서 소박한 떨림으로 천천히 차근차근 오래된 미래가 될 것이다.
‘올라 Hola!, 헬로우 Hello~, 굿모닝 Good Morning~, 안녕하세요~...
미소를 지으며 자연스럽게 다가가 열린마음으로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 바로 친절이다. 친절(Kindness) 속에는 사랑(Love), 검소(Simplicity), 겸손(Humility)의 떨림과 울림이 들어있다.
걷는길, 사는길, 꿈꾸며 즐기는 인생길은 역시 어메이징 어메이징, 어메이징 그레이스였다! Life is Amazing Amazing, Amazing Grace! <끝>
◇편집자=필자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멋지게 완주하고 지난 3일 무사히 귀국했습니다. 기나긴 여정을 함깨해준 뉴스웍스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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