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9.04 17:36

여의도성모병원 황호식 교수팀, 기증 부족한 현실에서 '희망의 빛'

각막이식을 하고 있는 여의도성모병원 안센터 황호식 교수.
각막이식을 하고 있는 여의도성모병원 안센터 황호식 교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하나의 각막을 두 명의 실명환자에게 이식하는 새로운 술식이 선보여 기증각막이 부족해 애를 태우는 환자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여의도성모병원 안센터 황호식 교수팀은 최근 기증받은 하나의 각막을 각기 다른 질환을 앓아 실명에 가까운 두 명의 환자에게 이식해 생명의 빛을 선사했다고 4일 밝혔다.

황 교수팀이 사후각막을 기증받은 것은 지난 6월 20일이다. 그는 이 각막을 분리해 하나는 같은 달 23일 과립각막이영양증을 앓아온 60대 여성환자에게, 이어 26일에는 푹스각막이영양증이 있는 60대 남성환자에게 부분층각막이식술을 시행해 개안에 성공했다.

각막이식은 그동안 각막의 전체(상피세포층, 보우만막, 실질, 데세메막, 내피세포층)를 옮겨주는 전층각막이식이 시행됐다. 하지만 최근 선진 의료국에선 의술의 발전으로 이상이 있는 층만을 이식하는 부분층각막이식이 늘고 있다.

부분층 각막이시의 원리.
부분층 각막이식의 원리.

부분층각막이식은 크게 ‘심부표층각막이식(Deep anterior lamellar keratoplasty, DALK)과 데세메막이식(Descemet’s membrane endothelial keratoplasty, DMEK)으로 나눠진다.

전자의 경우, 각막내피세포는 정상이지만 각막실질이 혼탁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환자의 각막에서 내피세포층, 데세메막, 약간의 각막실질을 제외한 나머지를 제거하고, 기증각막에선 내피세포층, 데세메막을 제거하고 남은 각막실질만을 환자에게 이식한다.

후자는 내피세포만 이상이 있는 환자가 대상이다. 환자의 각막에서 내피세포층과 데세메막을 제거한 후 기증각막에서 내피세포, 데세메막을 벗겨내 이를 이식한다. 다시 말해 하나의 각막에서 각막실질은 심부표층각막이식 환자에게, 내피세포 및 데세메막은 데세메막이식 환자에게 이식함으로써 두 명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다.

심부표층각막을 이식받은 60대 여성은 과립각막이영양증으로 수술전 시력이 눈앞 30㎝에서 손가락 수를 구분할 정도의 시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번에 심부표층각막을 이식받아 수술후 교정시력이 0.25로 좋아졌다. 나머지 환자도 수술 전 시력이 0.1로 각막부종에 의해 통증을 호소했지만 시술 후 시력은 0.3으로 개선되면서 통증이 사라졌다.

황 교수는 “기증각막에서 내피세포와 데세메막을 온전히 분리하는 것은 매우 고난도기술”이라며 “기증각막이 절대 부족한 현실에서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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