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19.09.05 13:05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와 근원소비자물가 추이. (사진=통계청)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와 근원소비자물가 추이. (사진=통계청)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이에 따른 저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한국도 과거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디플레이션을 동반한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전문가는 "90년대 일본과는 차이가 있다"고 판단하는 추세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4일 발표한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1월부터 8월까지 소비자 물가는 0.5%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하반기에도 이러한 흐름이 지속돼 연간 물가 상승률은 0.7% 내외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 이하로 내려간 건 지난 1999년과 2015년에 이어 세 번째다. 황나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경기가 부진한 데다 국제 유가 하락, 복지 정책 확대 등으로 공급 측 물가 압력도 낮아진 것이 최근 저물가의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근원물가상승률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근원물가는 석유류와 농산물같이 경제 상황에 따라 물가 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하고 산출한 물가다. 황 연구원은 "지난 2015년 2.4%에서 올해 상반기 1.0%로 떨어졌고 근원물가상승률은 추세적으로 하락해왔다"며 "GDP갭률과 기대인플레이션의 추가 하락에 따라 근원물가상승률의 둔화세는 지속될 듯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저물가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국내외에서 디플레이션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디플레이션이란 경제 전반적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해서 하락하는 현상을 뜻한다. 

다수의 전문가는 과거의 경제 대공황이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촉발됐음을 강조하며 위험성을 설명한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대표적인 예다. 잃어버린 10년은 지난 1991년부터 2002년까지 일본이 겪은 경기침체 기간을 말한다. 80년대 일본 부동산 시장에 형성된 거품이 사라지고 주가, 지가 등 자산가치가 급락했다. 이에 따라 불안감을 느낀 일본 국민의 소비심리는 얼어붙었고, 물가가 하락하며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됐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상황이 일본의 사례와 결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발표한 '소비자물가 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최근 저물가는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등 공급 측 요인의 기저효과 때문이며 하반기에는 이런 효과가 사라지면서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통계청도 최근 저물가 현상에 대해 "총체적인 수요부족에 의한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일시적, 정책적 요인에 따른 0%대 물가는 디플레이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인호 서울대학교 교수도 "상대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높고 자산시장이 안정되어 있다"며 "자산버블붕괴를 동반한 일본의 디플레이션 상황과는 다르다"고 의견을 냈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도 적잖다. '디플레이션은 아니다'라는 정부와 전문가들도 지속적인 점검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는 지난 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정책협의회에서 "우리나라는 대외 개방도가 높고 인구고령화도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구조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물가 상황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고 경제 주체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황 연구원도 보고서에서 "고령화 속도와 디플레갭의 존재 등 과거 일본과 유사한 구조적 징후가 나타나고 있어 속단하기는 이르다"라며 "향후 지속적인 점검과 필요시 선제적 대응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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