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상근기자
  • 입력 2015.09.11 10:04

저성장 고착화에 G2발 리스크까지 관망의미

한국은행은 11일 열린 9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 1.5%의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불확실성과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 등에 따른 'G2 리스크'가 석 달째 동결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발표된 경제 지표 곳곳에서는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393억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4.7% 줄어 8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약 15%에 육박하는 감소폭은 올 들어 가장 큰 폭이며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8월(-20.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소비가 위축되고 가뭄 등 작황 부진으로 농림어업도 크게 뒷걸음질 치면서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대비 0.3% 성장에 그쳤다.

국내외에서 우리나라 국민이 벌어들인 총소득을 나타내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4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하면서 저성장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재 1.50%에서 더 인하해 대응하기에는 무리였다는 추정이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따른 효과를 지켜봐야 하고, 무엇보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빚 증가 속도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한은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8월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에 비해 7조8000억원 증가한 609조60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와 중국의 경기 부진 등 'G2 리스크'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지난 7월 한 달간 국내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투자자금은 49억4000만달러(약 5조8000억원)에 달한다. 미국 금리인상이 어쨋든 연내 이뤄질 것이 거의 확실하고 중국의 경기불안까지 겹치면서 외국인들의 자금유출 러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8월 한 달 동안 거래된 원·달러 환율의 일중 변동폭은 평균 8.6원에 달하는 등 환율 시장도 불확실성이 어느 때 보다 큰 상황이다.

국내 경제 지표가 바닥을 기고 있는 상황이어서 기준금리를 섣불리 조정한다면 긍정적인 효과에 비해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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