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9.09.08 07:00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법인기업 대출 '0원'…주주사가 차주기업 평가하는 인터넷은행 모델이 해결책
신흥 핀테크 중심 인터넷은행·자본력 좋고 기업대출 역량 조기구축 가능한 인터넷은행도 허용해야

(사진=픽사베이, 수정=박지훈 기자)
(사진=픽사베이, 수정=박지훈 기자)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은 대출영업을 오로지 개인(개인사업자 포함)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소액 대출시장에만 치중하면 덩치를 키우기가 어렵고 자칫 여신액이 수신액을 따라가지 못하면 불필요한 비용이 뒤따른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은 대면 영업 창구를 운영할 수 없어 개인보다 대출평가가 복잡하고 어려운 중소기업에게 돈을 빌려주기 어렵다. 이에 금융당국이 주주사가 다채로운 '키움뱅크 컨소시움' 사례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주사가 사업관계에 있는 기업들의 매출이나 담보력을 평가하기 쉬운 만큼 키움뱅크는 기업대출을 실시하기에 적절한 모델이라는 것이다.

8일 카카오뱅크 관계자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예대율(수신잔액 대비 여신잔액)은 현재 약 69%다. 지난 6월 말(64%)보다는 5%포인트 올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케이뱅크의 경우에도 60% 초반대에 머무르고 있다. 시중은행은 예대율이 대체로 95% 이상으로 고객이 맡긴 돈을 대부분 누군가에게 다시 빌려준다.

예대율이 현저히 낮으면 은행 영업에는 부정적이다. 수신액에 대해 이자를 줘야 하지만 이 가운데 30%를 빌려주지 못한 상태로 있다면 이는 영업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낮은 예대율은 실제로 올해 2분기 카카오뱅크 수익성에 걸림돌이었다. 수익성 지표인 ROA(총자산이익률)와 ROE(자기자본이익률)는 3월 말 각각 0.19%, 2.32%에서 6월 말에는 0.12%, 1.67%로 떨어졌다. 1분기(66억원)에 이어 2분기(96억원)에도 흑자를 냈으나 수익성 지표는 이처럼 악화됐다. 예대율을 높이기 위해 대출 금리를 크게 내린 결과이기도 하다.

금융권에서는 인터넷은행의 수·여신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고 해당 업계 규모를 키우려면 기업대출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인터넷은행을 출범시켜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키움뱅크 컨소시엄에는 혁신성이 없다며 인터넷은행 예비 인가를 내주지 않았는데 이는 실수"라며 "키움뱅크는 주주구성이 복잡해 보이지만 다양한 주주사가 사업관계에 있는 소규모 법인기업의 매출, 성장세, 담보력를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키움뱅크 컨소시엄은 다우키움그룹이 지분 34%를 통해 주도하고 약 30개에 달하는 주주사가 참여하는 그림을 가지고 있었다. 주주사 업종은 유통과 금융, ICT(정보통신기술) 등 다양했다. 혁신성 측면에선 다소 부족할지 몰라도 다양한 주주사와 연계한 대출상품을 낼 수 있다는 게 올 상반기 예비인가를 앞둔 세간의 평가였다.

신한금융도 다양한 유통사와의 협업을 기대하고 토스뱅크 컨소시엄에 들어왔지만 ‘챌린저뱅크’를 지향하는 토스와 생각이 달라 컨소시엄에서 나갔다.

금융당국이 다양한 주주를 포함한 인터넷은행 인가를 불허하자 국민은행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토스뱅크에 참여하려던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패션업체 전문 대출 상품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무신사는 플랫폼 입점사로부터 플랫폼을 통한 매출액 30~35%를 수수료로 가져가니 매출 파악을 쉽게 할 수 있다. 그만큼 대출 위험도 적어진다. 국민은행은 이어 온라인 여성패션 플랫폼 더블유컨셉과도 패션사업자 전용 상품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10월 10~15일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신청 접수를 받아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예비인가 여부를 결정한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특별법을 만들 당시만 해도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겠다는 명분이 강해 인터넷은행이 기업대출을 하지 않는 것에 정치권은 큰 관심을 가지고 않았다"면서 "하지만 인터넷은행이 개인, 개인사업자 영역에서 자리를 잡으면 기업대출을 왜 하지 않냐고 비판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혁신성과 자본력을 모두 갖춘 인터넷은행만 찾지 말고 토스뱅크 같은 신흥 핀테크 중심 은행, 자본력이 좋고 기업대출 역량도 빠른 시기에 구축할 수 있는 은행 등 다양한 모델을 뽑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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