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9.08 11:57

전영우 교수(가톨릭의대 여의도성모병원 림프종센터 혈액내과)

여의도성모병원 혈액내과 전영우 교수.
여의도성모병원 혈액내과 전영우 교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국내에 엘러간사의 ‘거친 표면 유방보형물’을 이식한 여성이 2만8000여명에 달한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6일 밝혔다. 하지만 이 수치는 전체 조사대상 의료기관의 60%에 불과해 이식여성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식약처는 이들 여성에게 안전성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암 의심증상이 있을 때는 즉각 상담할 수 있는 콜센터와 사이트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유방보형물과 관련한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은 어떤 암이며, 조기치료나 발견을 위해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그리고 치료성적은 어떤지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림프종센터 혈액내과 전영우 교수에게 들어봤다. 여의도성모병원 림프종센터는 국내 유일의 전문센터로 가장 많은 림프종 환자를 보고 있다.

Q:. 림프종은 혈액암의 일종이라고 들었습니다.

A: 우리 몸속에 림프절은 전신에 분포하는 대표적인 면역기관으로 림프구를 포함한 다양한 면역세포가 모여있는 곳입니다. 림프종이란 림프절 주변으로 종괴가 형성되면서 암으로 바뀌는 질환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정상 면역을 담당하는 림프조직 세포들이 여러 원인에 의해 무한증식함으로써 이런 증상이 나타납니다.

림프종은 크게 호지킨 림프종과 비호지킨 림프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WHO(세계보건기구)에서 분류하는 세부유형은 약 60여종으로 매우 다양한 림프종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 국내 암종별 현황(2016년 국가암정보센터 발표)에서 비호지킨림프종은 10만명당 2~4명이 발생하고, 암유병률은 2.2%로 9위를 차지할 정도로 혈액암 중에서는 비교적 높은 비율로 나타나는 암종입니다.

Q:. 림프종 중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은 어떤 암인가요.

A: 최근 국내 식약처 및 미국 FAD(식품의약국)에서 인공유방 이식과 관련하여 제기되고 있는 림프종(Breast implant-associated anaplastic large-cell lymphoma, BIA-ALCL)에 대한 안전정보를 발표하면서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은 림프종의 전체 세부유형중 하나의 병리학적 분류로, 큰 범주에서는 비호지킨 림프종 중 거의 T세포 림프종에 속하고 있고, 전체 성인 비호지킨 림프종 중 2.5~3% 정도 차지할 정도로 희귀한 림프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7년도에 WHO에서 림프종을 포함한 혈액암의 분류에 대한 개정판을 발표했는데, 여기서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의 경우에는 세부유형을 전신형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ALK유전자 유무에 따라 분류), 피부형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 및 유방보형물 관련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으로 분류하고 각각 세부 유형별로 치료법을 달리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발생연령은 30~55세로 세부유형별로 다르나, 성별 발생 비율은 남성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유방보형물 관련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에 대해 더 설명드리겠습니다. 이 암종은 1997년도에 처음으로 해당 명칭으로 보고가 시작했고, 2017년 이전 WHO 림프종 분류에서는 없었던 세부유형이었으나 개정되면서 새롭게 편입된 림프종의 아형입니다. 발생빈도는 비록 적지만 현재 유방보형물과 관련해 주목을 받고 있는 림프종입니다.

Q: 발병원인은 무엇입니까. 정확하게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가정은 할 수 있나요.

A: 모든 림프종이 그렇듯이 현재 명확히 알려진 림프종의 발생 원인은 없습니다. 단, 피부형 역형성 대세포림프종이나 유방보형물 관련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의 경우 만성적이면서 비교적 넓은 범위에서 지속적인 염증소견이 수반이 돼 주변 세포가 손상되면서 암성화하는 것이 아니가 하는 것이 유력한 발생가설로 여겨지고는 있습니다.

Q:. 초기 혹은 중기·말기 증상은 어떤 것이 있나요. 희귀암이라 병원을 찾는 시기가 늦을 것 같기도 합니다.

A: Ann-Arbor 병기법과 더불어 국제예후지수(international prognostic index, IPI)라는 림프종에서 사용하는 고유의 예후 산정지표를 통해 림프종의 병기를 산정하게 됩니다. 그러나, 다른 고형암과 달리 진행성 병기라도 증상이 거의 없을 수 있거나, 초기병기라도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 병원에 내원하거나 할 수 있어서 병기와 관련 증상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 우려스럽습니다.

또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은 희귀암으로 분류가 돼 있으나, 발생빈도가 적어 희귀암 범주에 들어간 것이지, 큰 범주에서는 비호지킨림프종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림프종에서 보이는 무통성 림프절 비대, 발열, 발한, 체중감소 등으로 병원을 찾습니다.

또 유방보형물 연관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에서 주로 나타나는 증상만을 보면 ①장액(조직액)이 고여서 수술한 가슴의 모양이 변형이 되거나 ②성형수술한 부위의 주변이 두드러기와 유사하게 수개월동안 피부발진이 반복되는 경우 ③가슴이 붓기 시작하거나 ④무통성의 림프절비대로 멍울이 만져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Q: 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A: 전신형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은 공격적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경우에 따라 항암제를 근간으로 방사선 치료를 병합하는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표적항암제가 도입되면서 치료 옵션이 다양해지는 양상입니다.

피부형 타입은 스테로이드제 국소도포나 경구 스테로이드제 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효과를 보이는 경우도 많아서 초기부터 항암제를 고려하지 않습니다.

유방보형물 연관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의 경우는 질병의 병기에 따라 치료법이 다른데, 1기의 경우는 피막절제술을 포함한 보형물제거, 2기부터는 제거술 후 항암과 방사선 치료가 필요합니다.

Q: 치료에 대한 성적 또는 예후는 어떤가요. 치료효과와 생존율을 말씀해 주시죠.

A: 세부 유형별로 국제예후지수별로 치료 성적이 매우 다릅니다. 전신형 역형성 대세포림프종에서 5년 생존률은 다음 <아래 표>와 같습니다.

유방보형물 연관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의 경우는 전신형에 비해 연구기간도 짧고, 빈도가 더 낮기 때문에 통계학적으로 충족할만한 환자수를 확보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간 보고된 6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을 살펴보면, 93%의 환자가 수술적 보형물 제거술을 받았고, 71%의 환자가 항암치료를 받았습니다. 또 22%는 수술후 추가 치료 없이 경과관찰했고, 3%에서 방사선치료를 추가로 받았습니다.

이들의 5년 생존률을 비교해볼 때, 보형물을 제거한 환자에서 그렇지 않는 환자보다 오래 생존함을 확인했습니다. (100%생존-보형물제거 vs. 75%생존-보형물 잔존, p=0.0308).

Q: 최근 유방보형물과 관련해 의심되는 환자가 있는지 궁급합니다. 또 관련성 추론이 가능한가요.

A: 최근 보형물을 삽입한 분들 중 식약처나 FDA 권고사항을 보시면서 걱정스럽게 내원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또 몇 분은 CT상에서 림프절 비대가 보여 추가 정밀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분도 계십니다.

그러나, FDA및 식약처 권고상, 해당 유형의 림프종이 매우 드물게 발생하기 때문에 무증상일 경우 예방적으로 보형물을 제거하는 것은 권고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슴이 커지거나 덩어리가 생기거나, 유방의 모양이 변형이 될 때 검사를 통해 림프종의 유무를 감별하고 제거유무를 결정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Q:. 거친표면의 유방보형물을 이식한 분들에게 추가로 권하는 말이 있다면.

A: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유방보형물 관련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의 경우, 보형물이 신체 내에 잘 달라붙도록 만든 거친 표면을 근간으로 하는 텍스처 타입의 보형물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거친 표면으로 인해 넓은 표면적에 염증 환경이 장기간 조성돼 림프종화 되는 것이 유력한 가설입니다. 따라서 유방수술을 받은 지 약 1년(평균 9년, 기간 1~32년) 이상된 환자 중에서 위의 증상이 발현되면 의심하시고, 병원을 찾도록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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