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성훈의 촌철살인] '데스노트'는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였나
[원성훈의 촌철살인] '데스노트'는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였나
  • 원성훈 기자
  • 승인 2019.09.0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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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성훈 기자.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결국 정의당의 데스노트에 '조국'은 없었다. 문득, 김광균 시인이 읊었던 '추일서정'이라는 시의 한 귀절이 떠올랐다.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로 시작하는 바로 그 시(詩) 말이다. 낙엽 대신에 데스노트를 넣어본다. '데스노트는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였나'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데스노트'(부적격 대상)에 올리지 않기로 한 정의당을 향해 이제 '눈치노트'라고 부르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 의원은 이어 "조국에 적격 판정을 내리고 대통령 분부대로 하겠다고 하는 정의당은 여당 2중대라는 확실한 선언을 한 것”이라며 "그동안 인사청문회에서 보여준 비판적 역할을 이제는 포기하고 대통령 눈치보는 정당이 되겠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데스노트의 사망선언이자 정의당의 정의 포기 선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온 나라가 양분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와중에도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조 후보자에 대한 적부판정을 미루면서 "국회 청문회 결과를 본 후 정의당의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해왔다.

국회청문회가 치러진 다음날인 7일 드디어 정의당은 조 후보자에 대한 입장을 '사실상 적격'으로 판정한 결과를 내놨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정의당의 입장을 발표하면서 "이번 검증과정을 통해 드러난 조국 후보자의 언행 불일치는 많은 국민들을 실망시켰고, 부와 지위가 대물림되는 적나라한 특권사회의 모습은 청년들에게 깊은 좌절감을 줬다"며 "많은 국민들은 조국후보자가 확고한 사법개혁 의지를 갖고 있다하더라도 스스로 초래한 신뢰의 위기를 딛고 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지 우려를 거두지 않고 있다"고 충고했다.

조 후보자에 대해 비교적 가벼운 충고에 그쳤던 심 대표는 자유한국당과 언론 및 검찰에 대해서는 혹독하게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한국당과 언론에 대해선 "자유한국당과 언론에서 무분별하게 쏟아낸 수많은 의혹은 어느 하나도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다"며 "비교섭단체라는 이유로 청문회장 밖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정의당은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인사청문제도의 권능을 스스로 무력화시킨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무능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일갈했다.

검찰에 대해선 "청문회에 앞서 진행된 대대적인 압수수색도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검증 과정 내내 검찰 유출로 의심되는 정보와 자료가 자유한국당과 언론을 통해 노출되어 온 상황은 후보의 적격성 여부를 넘어 사법개혁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정의당은 검찰의 정치적 행위의 진의를 엄중히 따질 것이며, 사법개혁에 대한 검찰의 조직적 저항에 대해서는 단호히 맞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원인제공자'에 해당하는 조 후보자에 대한 비판보다는 조 후보자에 대한 언론의 검증과정은 물론, 이와 연동돼 이뤄진 검찰의 압수수색 실시에 초점을 맞춰 더 강하게 비판했다는 점이다. 정의당의 공식입장 표명에 '달을 바라보라며 손가락을 펼쳤더니 달을 보지 않고 손톱에 끼어있는 떼만 바라보더라는 식의 반응'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8일 우리사회의 대표적 시민단체 중의 하나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약칭, 경실련)에서도 '조국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이 나왔다. 성명서를 요약하면, 조국 후보자가 그동안 내세웠던 '공정과 정의'에 걸맞지 않는 언행불일치를 보였고, 수석비서관을 곧바로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의 국민들의 정서와 정치적 환경에 대한 고려없이 대통령이 조국 후보자를 법무장관으로 임명할 경우 개혁동력을 상실할 우려가 크므로 조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결단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경실련 같은 전통적 진보성향의 단체에서도 조 후보자에 대해 이런 평가가 나온 것을 보면 정의당의 조 후보자에 대한 사실상의 '적격' 판정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같은 날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심상정 대표, 비겁하다'라는 제하의 논평에서 "정의당에 '정의'는 없다. 이제 진보진영 전체에서 정의는 실종했다"며 "진보진영의 자정을 위해 그마나 실낱같은 역할이라도 해주기를 바랐던 마음, 진보의 양심과 보루를 위해 최소한의 호루라기가 되어주기를 바랐던 기대는 애당초 헛된 것이었음을 깨닫는다"고 질타했다.

특히 "진영논리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해놓고 결국 진영논리를 선택했다. 실체적 진실을 통해 검증을 하겠다고 해놓고 드러난 실체적 진실에도 눈감았다"며 "결국 정의당도, 심상정 대표도 '신특권카르텔'에의 동참을 선언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조국 후보자의 위선을 통해 보여진 특권층만을 위한 우리 사회의 어두운 카르텔을 인정하고 그 편에 서겠다는 선택"이라고 메스를 가했다.

바른미래당은 '조국 후보자에 대한 정의당의 최종 입장 발표' 에 대해 '진영논리에 기대 진실을 외면하고, 신특권 카르텔에 동참하겠다는 선언으로 규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8일 기자와 만나 "조국 후보자와 관련해서 전국이 시끌벅적해진지 이미 오래되지 않았느냐"며 "국민들은 이미 조 후보자에 대해 나름의 판단을 내린지 오래됐는데도 정의당만 유독 청문회 이후 '입장 발표를 하겠다'고 했을 때부터 이런 결과가 나올걸 다들 눈치채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결국, 정의당은 국민 비난을 감수하면서 실리를 취하는 쪽을 택한 것"이라며 "민주당과 연합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관철시켜 자당의 비례대표 의원수를 대폭 늘리겠다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이 있겠느냐"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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